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가 현대제철이 협력사(비정규직) 노조와 단체교섭을 진행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기존 판례와 행정해석을 뒤엎고 원청을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하청업체 노조의 사용자로 인정한 것이다. 지난해 중노위가 CJ대한통운을 상대로 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택배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한 것을 계기로 빚어진 ‘불법 파업 사태’가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제철, 협력사 노조와 교섭하라"
25일 고용부에 따르면 중노위는 이날 심판위원회를 열어 현대제철을 상대로 협력업체 노조가 제기한 부당 노동행위 구제(단체교섭 상대 인정) 재심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중노위는 “현대제철의 교섭 거부는 부당 노동행위”라며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노위는 교섭 대상을 산업안전 분야로 한정했지만 하청업체가 원청업체에 직접 교섭을 요구할 선례가 마련된 만큼 향후 임금과 근로조건 등으로 분야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게 경영계의 판단이다. 그동안 현대제철은 하청업체 노조의 교섭 요구에 “원청은 협력사의 사용자가 아니다”고 거부했다. 현대제철은 중노위 결정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모든 법적 절차를 통해 충분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제계는 중노위의 결정이 원청과 하청으로 이뤄진 제조업 생태계에 혼란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원청이 하청업체 노조와 교섭하면 명백한 지휘·명령에 해당해 불법 파견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계 관계자는 “중노위 판결을 계기로 협력업체 노조의 사업장 점거 등 파업이 잇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경민/곽용희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