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서울 청담동에 개장한 시몬스의 팝업스토어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민경진 기자
지난달 21일 서울 청담동에 개장한 시몬스의 팝업스토어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민경진 기자
27일 오전 찾은 서울 청담동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대지면적 150평 규모의 3층 단독주택을 유럽 샤퀴테리(육가공품) 상점 풍으로 리모델링한 건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굿즈 매장, 예술전시 공간 등이 들어선 이곳은 침대 전문기업 시몬스가 운영하는 ‘침대 없는 팝업스토어’다. 개점 한 달째인 지난 20일 기준 누적 방문객은 약 1만8000명. 코로나 이후 침체했던 청담동 골목상권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끌어모으는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언뜻 보기엔 침대 사업과 접점을 찾기 힘든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은 시몬스가 추구하는 ‘팬덤 마케팅’의 결정체다. 시몬스는 평균 교체 주기가 7년 내외로 긴 침대의 재화 특성을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에 애착 관계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보완하고 있다. 지금 당장 침대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평소 쌓인 시몬스에 대한 호감이 나중에 시몬스 제품 구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의외성·지역화·예술로 ‘MZ세대’ 공략”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1층은 옛 단독주택 차고를 리모델링한 굿즈 매장이다. 정육점 냉장고 형태의 판매대와 매장 뒤편의 대형 냉동고에 문구·생활용품, 패션 아이템 등 140여 개의 상품을 진열했다. 삼겹살 모양 수세미, 햄버거 모양 포스트잇 등 기성품의 단조로움을 탈피해 의외성을 살린 디자인이 공통된 특징이다. 굿즈 판매 수익만 개점 한 달 만에 9200만원을 기록할 정도로 소비자의 반응이 뜨겁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1층의 굿즈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경하고 있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1층의 굿즈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경하고 있다.
시몬스 마케팅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화’다. 팝업스토어가 들어선 상권의 지역색에 동화되는 동시에 인근 상인들과 상생을 추구하는 게 핵심이다. 코로나 이후 장거리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가까운 상권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현상에 주목한 결과다. 작년 여름 부산에서 운영한 해운대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현지 맛집을 소개한 지도 ‘앨리맵’을 배포한 게 좋은 예다. 부산에서 시몬스와 인연을 맺은 현지 수제버거 전문점 ‘버거샵’은 이번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2층에 서울 첫 지점을 내기도 했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3층에는 시몬스의 디지털 아트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가 상영되고 있다. 특정 화면이 반복되는 잔잔한 영상과 자연에서 얻은 음향으로 정서적 안정을 주도록 기획된 작품이다. 김성준 시몬스 브랜드전략 부문 상무는 “평소 굿즈 소비, 문화예술 경험 등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다가 물건을 구매할 때 1번으로 떠오르게 하는 팬덤이 중요하다”며 “시몬스 침대는 20~40대를 아우르는 MZ세대 팬을 만드는 전략으로 그로서리 스토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팬덤으로 고속 성장

시몬스의 팬덤 마케팅은 5년 전 설립한 공간 디자인·기획부서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가 주축이다. 이 부서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비롯해 2018년 경기 이천 시몬스테라스의 농특산물 직거래 장터 ‘파머스 마켓’, 2020년 ‘침대 없는 TV 광고’ 등 다양한 마케팅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10명 안팎의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 소속 디자이너는 모두 1990년대생으로 젊은 축에 속한다. 김 상무는 “프로덕트 디자이너, 패션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인력들이 한데 모여 크로스오버(서로 다른 장르가 뒤섞인 음악) 같은 프로젝트들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몬스의 팬덤 마케팅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코로나 이후 가구·인테리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시몬스 침대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2019년 처음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한 시몬스는 약 2년 만인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3000억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