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4일 연 2.8%를 돌파하며 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10년물, 30년물 등 장기 국고채 금리도 동시에 급등했다. 미국발(發) 금리 상승 압력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50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매파적(긴축적 통화정책 선호) 발언 영향이 맞물린 결과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기준물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53%포인트 오른 연 2.837%에 마감했다. 2014년 6월 11일(연 2.823%) 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연 2.8%를 넘었다. 장중 한때 0.121%포인트 오르며 연 2.9%를 넘기도 했다.

중장기 국고채 금리도 치솟았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77%포인트 상승한 연 3.019%를 기록했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58%포인트 오른 연 3.065%, 30년 만기 국고채는 전 거래일보다 0.136%포인트 상승한 연 3.020%였다.

미국 고용 호조, Fed 긴축 빨라질 듯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오른 요인 중 하나는 미국의 고용 호조로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확산한 점이다. 미 동부시간 기준 지난 1일 발표된 미국 노동부의 3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3월 신규 취업자 수는 43만1000명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만 월평균 56만 개 이상 일자리가 늘었다. 반면 실업률은 3.6%로, 예상(3.7%)보다 낮았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20년 2월(3.5%)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Fed가 오는 5월 정책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미국의 국채 금리가 오르면 외국인은 한국 국고채를 팔고 미 국채를 더 사들이는 경향이 있다. 한국 국고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 금리는 뛸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 보상을 위해 최대 50조원 규모 추경 계획을 고수하고 있는 점도 국고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당초 시장에선 여야 합의로 이달 중 30조원 안팎의 추경안이 조기에 확정될 수 있다고 봤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독자 추경’을 하겠다고 밝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50조원 추경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1일 “금리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가 소프트랜딩(연착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향후 금리 인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서울 태평로 부영태평빌딩 인사청문회 태스크포스 사무실 앞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는 정책적 노력에 한국은행이 분명 시그널을 주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은, 2조원 규모 매입

채권시장의 ‘금리 발작’으로 한은은 5일 시장 안정을 위해 2조원 규모 국고채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국채 금리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3년 만기 국고채가 연고점을 기록했을 때만 해도 한은은 구두 개입에 그쳤다. 당시에는 한은이 국고채 금리 비교 대상국으로 삼는 호주, 뉴질랜드, 홍콩 등도 금리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 후보자 역시 “한은 입장에서 보면 펀더멘털을 벗어나 시장이 불안한 상황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시장이 뛰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월요일(28일)에는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것 같고 저는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한국만 이례적으로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한은이 매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은 “금리 변동성 확대에 대응한 시장 안정화 조치”라고 밝혔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