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도심형 아울렛’ 세이브존의 존재감이 유통업계에서 지워져 가고 있다. 대세가 된 온라인 전환 흐름에 최근 수년간 전혀 대응하지 못한 가운데 코로나19 직격탄까지 맞았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세이브존 운영사 세이브존I&C는 지난해 122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1592억원)에 비해 23.2% 줄어든 수치다.

영업이익은 110억원으로 2년 전(295억원) 대비 62.7% 쪼그라들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세이브존I&C는 지난해 5월 7일 4230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별다른 반등 없이 줄곧 하락해 25.5% 떨어졌다.

세이브존은 이랜드 점포개발팀장 출신인 용석봉 회장이 1998년 설립한 회사다. ‘도심형 아울렛’ ‘지역백화점’을 내세우며 이월상품과 기획상품 등을 주로 판매한다.

용 회장은 경기 고양시 화정동에서 부도난 상가를 인수해 세이브존 1호점을 냈다. 2002년 한신코아백화점을 인수하는 등 2000년대 들어 사세를 키웠다. 점포 대부분이 아파트촌에 있어 지역 주민을 충성 고객으로 끌어안는 전략으로 백화점 대형마트와는 다른 영역을 구축했다.

2010년대 중반 들어 본격화한 온라인 전환 흐름에 뒤처지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세이브존은 아직 공식 온라인몰도 구축하지 못했다.

스타필드 등 교외형 프리미엄 아울렛이 인기를 끌면서 도심형 아울렛의 존재 의미도 희미해졌다. 세이브존은 2011년 전북 전주점 이후 10년 넘게 신규 출점하지 않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세이브존I&C가 각 지역 알짜배기 땅에 6개 점포를 모두 직접 소유하고 있는 게 반전의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주요 유통사들이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으로 현금을 확보해 이를 사업 경쟁력 강화에 투입하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는 부동산 개발 전문가인 오너 용 회장과 김현동 세이브존I&C 대표의 이력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부동산 전문가’다.

유통·증권업계에서는 “세이브존I&C는 유통사라기보다 부동산 개발사로 보는 게 맞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세이브존I&C의 유형자산(4745억원) 중 토지 및 건물 가치는 4109억원에 달한다. 이는 시가총액(1293억원)의 세 배가 넘는 금액이다.

세이브존은 코로나19 악재가 끝나면 경영 효율을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획기적인 사업구조 변화를 추진해 재도약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지난해 말 세이브존I&C의 미등기임원 7명 중 5명이 퇴임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다. 2015년 인수한 여행상품 가격 비교 업체 투어캐빈을 2020년 말 흡수합병하기도 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