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14일 총재 없어도 기준금리 올리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4%대 물가·미국 '빅 스텝'·새정부 정책공조 등에 가능성 커져
채권전문가 전망은 인상·동결 50대 50 '팽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오는 1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다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한은의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큰데다, 미국의 본격적 통화 긴축도 임박한 만큼 한은 총재(금통위 의장)가 없더라도 나머지 금통위원들이 인상 쪽으로 의견을 모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4%대 물가상승률에 기대인플레도 3% 육박
13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인플레이션 지표는 물가안정을 제1 목표로 삼는 한은이 방치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솟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4.1% 뛰었다.
4%대 상승률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은의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값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9%에 이르렀다.
한 달 새 0.2%포인트 또 올랐는데, 2014년 4월(2.9%) 이후 7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런 물가 급등세가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렵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한은은 지난 5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 곡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연간 상승률도 한은의 기존 전망치(3.1%)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일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도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관련 질문에 "상반기의 경우 부득이하게 한은의 예상(3.1%)보다 높아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미 지난 2월 24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도 대다수 금통위원은 물가 급등 등을 근거로 향후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 '물가 최우선' 새정부와 공조하고 미국 '빅스텝'에도 대응할 듯
새 정부와의 정책 공조 측면에서도 금통위가 기준금리 조정 필요성을 외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6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물가를 포함한 민생안정 대책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라"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지시한 바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통위가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며 "4%대 물가 충격에 대응할 뿐 아니라, 윤 당선인과 인수위가 물가안정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선언한 만큼 정책 공조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준의 이른바 '빅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커진 점도 변수다.
연준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부터 잇따라 두 차례만 0.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높여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현재 0.75∼1.00%포인트 한국이 높은 상태에서 미국이 우위인 상태로 수개월 사이 역전될 수 있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과 같거나 높더라도 차이가 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급격한 원화가치 하락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 후보자도 최근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에 대해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속도가 빠를 것이기 때문에 격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될 가능성은 당연히 있다"며 "반드시 자본이 금방 유출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금리 격차가 커지면 원화 가치가 절하될 텐데, 그것이 물가에 주는 영향을 조금 더 우려하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채권 전문가 절반은 '동결' 전망도…총재 공석·경기 우려 등 근거
반대로 동결을 점치는 쪽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총재 공석이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동결을 전망하면서 "총재가 아직 취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며 "총재가 취임 후 (기준금리 방향에 대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시그널(신호)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6일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인상과 동결 응답이 50%씩으로 같았다.
동결 50%는 대내외 상황으로 보면 기준금리 인상이 당연하지만 '총재 없는' 금통위가 인상을 미룰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서 적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금통위가 위원 합의제 의결 기관이기 때문에 총재 1명의 부재가 의사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오히려 현재 금통위원들 가운데 가장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성향이 강한 주상영 의원이 직무대행으로서 의장을 맡으면, 회의에서 매파(통화긴축 선호) 목소리가 좀 더 커질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의장은 보통 개인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견해가 반으로 갈릴 때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데, 주 위원을 빼고는 현재 대부분 위원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우크라이나 사태와 금리 상승 등에 따른 경기 침체, 이자 부담 증가 우려도 기준금리 동결 전망의 배경이지만, 금통위 회의에서 이 요소들이 물가보다 더 큰 위험으로 지목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연합뉴스
채권전문가 전망은 인상·동결 50대 50 '팽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오는 1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다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한은의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큰데다, 미국의 본격적 통화 긴축도 임박한 만큼 한은 총재(금통위 의장)가 없더라도 나머지 금통위원들이 인상 쪽으로 의견을 모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4%대 물가상승률에 기대인플레도 3% 육박
13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인플레이션 지표는 물가안정을 제1 목표로 삼는 한은이 방치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솟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4.1% 뛰었다.
4%대 상승률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은의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값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9%에 이르렀다.
한 달 새 0.2%포인트 또 올랐는데, 2014년 4월(2.9%) 이후 7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런 물가 급등세가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렵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한은은 지난 5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 곡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연간 상승률도 한은의 기존 전망치(3.1%)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일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도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관련 질문에 "상반기의 경우 부득이하게 한은의 예상(3.1%)보다 높아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미 지난 2월 24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도 대다수 금통위원은 물가 급등 등을 근거로 향후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 '물가 최우선' 새정부와 공조하고 미국 '빅스텝'에도 대응할 듯
새 정부와의 정책 공조 측면에서도 금통위가 기준금리 조정 필요성을 외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6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물가를 포함한 민생안정 대책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라"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지시한 바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통위가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며 "4%대 물가 충격에 대응할 뿐 아니라, 윤 당선인과 인수위가 물가안정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선언한 만큼 정책 공조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준의 이른바 '빅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커진 점도 변수다.
연준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부터 잇따라 두 차례만 0.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높여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현재 0.75∼1.00%포인트 한국이 높은 상태에서 미국이 우위인 상태로 수개월 사이 역전될 수 있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과 같거나 높더라도 차이가 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급격한 원화가치 하락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 후보자도 최근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에 대해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속도가 빠를 것이기 때문에 격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될 가능성은 당연히 있다"며 "반드시 자본이 금방 유출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금리 격차가 커지면 원화 가치가 절하될 텐데, 그것이 물가에 주는 영향을 조금 더 우려하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채권 전문가 절반은 '동결' 전망도…총재 공석·경기 우려 등 근거
반대로 동결을 점치는 쪽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총재 공석이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동결을 전망하면서 "총재가 아직 취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며 "총재가 취임 후 (기준금리 방향에 대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시그널(신호)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6일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인상과 동결 응답이 50%씩으로 같았다.
동결 50%는 대내외 상황으로 보면 기준금리 인상이 당연하지만 '총재 없는' 금통위가 인상을 미룰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서 적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금통위가 위원 합의제 의결 기관이기 때문에 총재 1명의 부재가 의사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오히려 현재 금통위원들 가운데 가장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성향이 강한 주상영 의원이 직무대행으로서 의장을 맡으면, 회의에서 매파(통화긴축 선호) 목소리가 좀 더 커질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의장은 보통 개인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견해가 반으로 갈릴 때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데, 주 위원을 빼고는 현재 대부분 위원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우크라이나 사태와 금리 상승 등에 따른 경기 침체, 이자 부담 증가 우려도 기준금리 동결 전망의 배경이지만, 금통위 회의에서 이 요소들이 물가보다 더 큰 위험으로 지목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