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이 13일 인천시 서구 한미반도체 본사에서 반도체 패키지 절단장비 ‘마이크로 쏘’를 소개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이 13일 인천시 서구 한미반도체 본사에서 반도체 패키지 절단장비 ‘마이크로 쏘’를 소개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전략적으로 반도체 전공정 장비 사업으로의 투자 다각화를 고려 중입니다. 세계 톱티어 반도체 장비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신규 장비 개발 로드맵도 마련할 겁니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대표이사 부회장은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반도체 전공정 열처리 장비 전문 생산업체 HPSP의 지분 25%(우호 지분 포함)를 인수하며 2대 주주가 된 것을 계기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반도체 후공정 장비 전문기업으로 손꼽히던 한미반도체가 사업 영역 확대를 선언한 것이다.

HPSP는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을 고객사로 둔 업체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49%에 기록한 ‘알짜기업’이다. 곽 부회장은 “HPSP는 오는 6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라며 “한미반도체의 존재감이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올해 가장 힘을 싣고 있는 사업은.

“반도체 패키지를 절단하는 장비인 ‘마이크로 쏘(micro SAW)’다. 지난해 6월 국내 반도체 장비업계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했다. 지난 3월엔 마이크로 쏘 네 번째 제품인 ‘테이프 마이크로 쏘’를 출시했다. 이 장비는 일반 반도체 패키지 외에도 차량용 반도체처럼 특화된 파워패키지에 적용이 가능하다. 센서 같은 정보기술(IT) 디바이스에도 쓸 수 있다. 정밀한 가공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올 하반기엔 ‘웨이퍼 마이크로 쏘’를 출시한다. 테이프 마이크로 쏘와 웨이퍼 마이크로 쏘를 단독 장비로 주력 판매하면서 ‘캐시카우’로 만드는 게 목표다.”

▷마이크로 쏘 장비를 개발한 배경은.

“최근 몇 년간 세계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해외 수입에 의존했던 쏘 장비 공급처가 납기를 제때 맞추지 못하는 일이 잦았다. 납기 지연은 매출 리스크를 야기하고, 지속 성장에도 위협이 된다고 판단해 내재화를 결정했다.”

▷마이크로 쏘 매출 목표는.

“2024년까지 마이크로 쏘 단독장비로 2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낼 계획이다. 마이크로 쏘 시장은 기존 패키지 쏘 시장보다 10배 이상 크다. 마이크로 쏘를 주요 무기로 삼아 연 매출 6000억원 시대를 열고 싶다. 글로벌 프리미엄 마이크로 쏘 장비 전문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반도체 후공정 장비 전문기업으로 입지가 더 확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후공정 장비 분야에서 ‘글로벌 1위 브랜드’ 자리에 올랐다. 세계 320여 개 글로벌 업체와 거래 중이다. 특히 세계 톱3 OSAT(외주 반도체패키지 조립·테스트) 업체인 ASE, 앰코테크놀로지, JCET스태츠칩팩 등과 거래하면서 확보한 매출이 많다. 이 업체들은 세계 반도체 패키징 산업을 주도하는 중국, 대만, 한국에서 브랜드 신뢰도가 높다. 향후 반도체칩 제작 과정에서 후공정의 중요성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본다. 반도체 패키지 장비 생산 기업에 큰 기회가 오고 있다.”

▷‘매출 효자’로 꼽는 장비는.

“향후 주력 제품으로는 마이크로 쏘를, 전통 효자 제품으로는 ‘비전 플레이스먼트’를 꼽겠다. 비전 플레이스먼트는 절단을 담당하는 쏘 장비와 결합해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서 세척, 건조, 검사, 선별, 적재 등을 수행하는 장비다. 1998년 1세대 모델을 선보인 뒤 현재까지 3000대 이상 판매했다.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장비다. 해당 공정 분야에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7년 연속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생산량과 정밀도, 신뢰성, 기능성 모두 훌륭하다고 자평한다.”

▷장비 생산성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총면적 6만6250㎡에 달하는 5개 공장을 두고 있다. 설계부터 부품 가공, 소프트웨어, 조립, 검사까지 빠른 납기가 가능한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부품의 70%를 단일 플랫폼에 공유할 수 있도록 장비도 표준화했다. 제조공정을 단순화해 연간 생산능력을 2400대까지 늘렸다.”

▷연구개발(R&D) 투자 철학은.

“신뢰하고 다시 찾는 장비를 만들기 위해서는 R&D 투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거래 중인 세계 320여 개 글로벌 업체와 긴밀히 소통하며 반도체 장비 성향, 흐름 변화를 살피고 있다. 시장 분위기를 살피면서 지속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인재 유치 전략은 무엇인가.

“‘회사 성과는 임직원과 나눈다’는 것이 한미반도체의 원칙이다. 지난해엔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을 기념해 모든 임직원에게 총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무상 지급했다. 임직원을 위한 다양한 복지 혜택도 마련했다. 우수 인재가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신축 오피스텔기숙사를 1인 1실로 무상 제공한다. 해마다 연차 휴가 외 일주일 특별 휴가도 제공한다. 연 1회 개인 여행경비를 주기도 한다.”

▷올해 매출은 얼마나 예상하나.

“세계 반도체 시장의 성장 수준보다 소폭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매출도 지난해보다는 더 나올 것이다. 올해는 마이크로 쏘 시리즈와 비전 플레이스먼트 등이 매출에 본격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BM(광대역폭 메모리) 반도체처럼 3D(3차원) 패키지에 적용되는 신규 장비 판매 실적도 나쁘지 않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