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플레이스 본사는 서울 강남역 8번 출구와 연결되는 삼성타운 가운데 삼성생명서초타워 25층과 27층에 있습니다. 삼성전자, 삼성생명 같은 대기업 건물이 들어선 곳에 스타트업 본사가 있다는 게 좀 독특하기도 하더군요. 2020년 말에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고 합니다. 27층에만 있었는데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작년에 25층까지 임대했다고 하네요.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에어비앤비 본사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스타트업(이젠 스타트업이라고 하기엔 너무 커졌지만요) 에어비앤비는 2013년 샌프란시스코 베이브리지 근처 브래넌가 888번지에 사옥을 마련했습니다. 저는 2016년에 에어비앤비 본사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요. '사무실이 이렇게 멋질 수도 있구나'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래는 에어비앤비 본사 내부 모습들입니다. '펫 프렌들리' 회사이기 때문에 반려동물도 함께 출근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각 회의실이나 업무 공간은 ‘누군가의 집 같은 사무실’이란 정체성을 갖고 설계돼 있습니다. 마치 전 세계의 멋진 에어비앤비 숙소들을 가져다 놓은 듯한 모습입니다. 에어비앤비 본사 1층 로비에서 건물을 올려다보면 복도를 따라 아파트 거실을 연상시키는 박스형 회의실들이 눈에 띕니다. 회의실 이름은 리우데자네이루, 모로코, 헬싱키 등 세계 주요 도시 이름을 땄습니다. 오늘의집도 회의실 공간이 매우 독특하더군요. 캠핑장, 영화&게임룸, 모던한옥, 바우하우스에서 영감받은 집, 미드 센추리 모던 스타일의 집, 우드 & 빈티지 감성을 담은 집, 플랜테리어, 홈트(홈트레이닝) 등등…. 아래 사진들을 보시죠.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 가면 있는 '작업실'도 비슷하게 만들어 놨습니다. 아래 첫 번째가 오늘의집 작업실, 두 번째는 구글 본사 작업실입니다.
오늘의집(버킷플레이스)은 어떤 회사?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를 나온 이승재 대표가 2013년 창업한 인테리어 커머스 전문 기업입니다. 초기에는 커뮤니티 형태로 시작했다가 전문 커머스 업체로 성장했습니다. 이 대표는 우연한 계기에 인테리어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개인의 취향이 잘 묻어나게 꾸며놓은 지인의 오피스텔을 방문한 뒤였다고 합니다. 인테리어는 수억원을 들여야만 할 수 있는 부자들의 취미라고 여겼던 그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합니다.
이 대표는 “당시 배달의민족이나 직방처럼 분야별로 전통 산업을 혁신하려는 스타트업이 많았는데 인테리어 쪽은 그런 시도가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커피보다 공간을 사는 ‘카페 문화’, 높아지는 1인당 국민소득 같은 지표들이 인테리어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확신을 줬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늘의집은 최근 가구·인테리어 소품 판매와 더불어 인테리어 시공 중개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몸집을 크게 키우고 있습니다. 누적 거래액은 2조원이 넘습니다.
오늘의집에서는 “7초마다 한 개씩 가구 제품이 팔린다”는 통계까지 나왔습니다. 아래 회사 측의 인포그래픽을 보시죠. 와이즈앱에 따르면 오늘의집은 지난해 8월 기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쇼핑앱 4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쿠팡·11번가·G마켓 등 대형 온라인몰에 이어 이름을 올린 것이죠.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문몰 앱 중에는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오늘의집은 이미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반열에 올랐습니다. 지난 2월 중소벤처기업부는 작년 말 기준 국내 유니콘 기업이 18개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새롭게 탄생한 국내 유니콘기업은 오늘의집 외에 △두나무(서비스명 업비트, 가상자산거래소) △직방(부동산중개) △컬리(마켓컬리, 신선식품 배송) △빗썸코리아(빗썸, 가상자산거래소) △당근마켓(중고 거래 플랫폼) △리디(리디북스, 콘텐츠 플랫폼) 등이 있습니다.
이사 서비스 등으로 확장하는 오늘의집
오늘의집은 이사 서비스도 내놨습니다. 이사 서비스를 출시하며 라이프스타일 슈퍼앱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이사를 결심한 뒤 입주할 집을 꾸미면서 가구 및 소품을 구매하고 리모델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이사부터 인테리어까지 오늘의집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입니다.
오늘의집은 앞서 인테리어 콘텐츠·커머스로 시작해 리모델링 시공 중개, 홈 서비스 간단수리 및 설치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여기에 이사 서비스까지 더해 집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루는 이른바 '버티컬 커머스'로 진화했습니다.
인수합병(M&A)도 적극 나서
오늘의집은 작년에 집수리 업체인 ‘집다’를 인수하는 등 M&A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수익 모델 확보를 위한 행보로 해석됩니다.
지난해 6월 경기도 이천시 JK물류센터에 3만㎡ 규모의 가구전용 물류센터를 열고 11월에는 싱가포르의 온라인 가구판매 업체 '힙밴'을 인수하며 동남아 시장 진출의 발판도 마련했습니다. 투자업계에서는 오늘의집 누적 거래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수익성 개선이 이뤄져야 미래에 다가올 버킷플레이스의 상장에서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오늘의집은 거래액 규모 대비 매출액이 적은 것이 지적돼왔습니다. 또 영업 적자인 상황이라 실적 압박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가치는 유니콘에 도달한 오늘의집이 새로운 수익원 창출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인터넷의 여왕'도 반했다
오늘의집은 2020년 770억원 규모의 시리즈C 라운드 투자 유치에서 기업가치를 약 8000억원으로 평가받았습니다. 2021년 9월 600억 원 규모 구주 거래에서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자로 참여해 기업가치를 1조1000억 원으로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작년에 유니콘으로 평가받은 이유입니다.) 시리즈C 투자를 받을 당시 실리콘밸리 본드캐피털이 참여해 주목받기도 했었죠. 본드캐피털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벤처 투자가로 알려진 '인터넷의 여왕' 메리 미커가 2018년 클라이너퍼킨스에서 독립하면서 세운 회사입니다.
미커는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스포티파이, 슬랙, 트위터, 인스타카트 등 글로벌 유니콘 기업을 발굴해 명성을 떨친 인물입니다. 그가 1990년대부터 매년 발행해온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는 전 세계 벤처 투자자들의 '필독서'로 꼽히기도 합니다.
세자릿수 채용, 직원 500명 가까이로 불어
오늘의집은 올해 들어 세자릿수 규모로 개발자를 신규 채용해 왔습니다. 최근 진행 중인 투자 유치에서 2조원 안팎으로 몸값이 더 오른 오늘의집이 우수 인력을 대거 확보해 기술 개발 역량을 크게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아래는 이승재 대표가 직접 소개하는 오늘의집 영상입니다. (※유튜브 영상이라 네이버 등에서는 영상이 안 나올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 홈페이지 기사에서는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집은 1년여 만에 직원 수가 배로 불어 현재는 500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본사 로비에는 신입사원들을 소개하는 영상도 계속 흘러나오더군요.
신규 입사자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라고 합니다. 오늘의집은 모든 입사자에게 회사 성장에 따른 과실을 나눌 수 있는 스톡옵션(주식 매수 선택권)도 제공합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