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등이 참여하는 ‘K배터리 연합군’이 니켈 생산량 1위인 인도네시아에서 배터리 밸류체인(가치사슬) 구축에 나섰다. 90억달러(약 11조원)를 투입해 원재료인 니켈의 제련과 정련에서 전구체와 양극재, 배터리 셀 제조, 완제품 조립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인도네시아에서 처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인도네시아 밸류체인이 완성되면 원자재 가격 등락에 따른 리스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원자재 제·정련 통로를 다변화한다는 의미도 있다.

18일 인도네시아 정부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LX인터내셔널, 포스코홀딩스, 화유(중국 최대 코발트업체) 등 LG 컨소시엄은 지난 14일 안탐(인도네시아 니켈 광산업체), IBC(인도네시아 배터리 투자회사) 등과 배터리 밸류체인 구축을 위한 투자 협약을 맺었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니켈 함량을 80% 이상 높인 ‘하이니켈 배터리’가 주력이다. 니켈의 원활한 수급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의미다. 최근 니켈 가격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니켈 선물 3개월물 가격은 1월 4일 t당 2만730달러에서 지난 14일 t당 3만3175달러로 60%가량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약으로 니켈 수급에 향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광산을 운영하면 수억t 단위의 니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LG에너지솔루션이 2020년 12월 인도네시아 정부와 관련 협약을 맺은 뒤 1년5개월여 만에 첫발을 떼게 됐다. 다만 이번 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논 바인딩(non-binding) 방식인 데다 지분 관계, 사업 구조 등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 추가 협상이 필요해 최종 계약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리튬 매장국(약 2100만t)인 인도네시아는 니켈 수출을 줄이고 제·정련 등 가공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원유를 수출하는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를 플라스틱 등으로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과 비슷한 움직임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