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상권 회복 속도 달라
구찌가옥 있는 한남동 상인
"유동인구 늘어 매출 30%↑"
인접 상권이어도 볼거리·인증샷 명소가 몰려 있는지 여부에 따라 소비 회복세가 다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한때 ‘폭탄’을 맞은 듯했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과 한남동 상권이 그런 사례다.
지난 19일 저녁에 찾은 이태원역에서 한강진역 방향으로 이어지는 한남동 상권. 패션 매장 등 볼거리가 가득한 이곳은 유동 인구가 북적였지만, 녹사평역으로 이어지는 이태원 상권은 한산했다.
이날 오후 7시30분께 구찌의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가옥’에 있는 레스토랑 오스테리아를 찾은 30대 여성 장모씨는 “레스토랑으로 들어오기 전 건물 앞에서 인증샷을 찍었다”며 “이런 사진 명소가 한남동에 생기니 상권이 확 살아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다음달 15일까지 예약이 마감됐다. 구찌가옥에서 출발해 길을 따라가다 보면 비이커, 띠어리, 코스, 꼼데가르송 등 유명 패션 브랜드 매장을 연달아 만날 수 있다. 구찌가옥 인근 한남동 상권에서 액세서리 숍을 운영하는 A씨는 “주말에는 이 일대 의류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 주변에 2030세대가 많이 방문한다”며 “우리 가게 매출도 이달 들어 전달 대비 3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MZ세대의 이목을 끄는 ‘핫플레이스’를 찾기 어려운 이태원 상권은 한남동 상권에 비해 조용한 분위기다. 이태원역과 녹사평역 사이에서 닭꼬치 노점을 운영하는 50대 한모씨는 “볼거리도 없고 옆 동네(한남동)에 비해 다소 어둡다 보니 소비 회복세가 아주 빠르진 않다”고 푸념했다.
유통업계도 포토 소비에 적합한 공간을 선보이며 소비자 잡기에 나서고 있다. 롯데홈쇼핑이 지난 1일부터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메인 광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어메이징 벨리곰’ 공공 전시도 포토 소비를 자극했다. 광장에 높이 15m의 초대형 벨리곰을 설치하자 이 공간은 ‘인증샷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전시 시작 3일 만에 50만 명, 2주 만에 200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끌자 광장과 이어지는 롯데월드몰 하루 방문객도 30% 불어났다.
여의도 더현대서울은 사운즈포레스트, 인공폭포 등 곳곳에 포토 소비존을 배치해 개점 1년 만에 매출 8000억원을 달성했다. 개점 당시 세웠던 목표(6300억원)를 30% 뛰어넘은 것이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