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긴축의 시기…코로나 대유행으로 불어난 빚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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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악화에 한국·미국 등 금리 인상 탄력…대출비용↑
"저소득 가계·취약기업 타격…경기 회복세도 둔화 우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늪에 더 깊이 빠진 국가들이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 정책 카드를 속속 꺼내 들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불가피한 행보이지만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크게 불어난 가계와 기업 등의 부채가 금리 상승으로 부실화하고 자금 조달의 문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2년여간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재정 지출 확대와 기준금리 인하 등은 코로나19로 타격받은 경제가 살아나는 데 밑거름이 됐으나 국제 공급망 차질과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더 해져 물가가 치솟자 각국이 시중 유동성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커진 민간 부채 문제가 금리 상승과 맞물려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 회복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 빚으로 코로나 충격 버틴 지구촌 경제…이젠 금리 인상이 부담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8일 'IMF 블로그'를 통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증한 민간부채가 경기 회복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민간부채는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에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만큼 늘어났다.
이런 증가 속도는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때보다 빠르다는 것이 IMF의 평가다.
IMF는 민간부채가 향후 3년간 선진국 경제성장률을 0.9%, 신흥국 경제성장률을 1.3% 낮출 것으로 추정했다.
IMF는 "저소득 가계와 취약 기업은 많은 빚을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그 결과 소비와 투자를 급격히 줄일 것 같다"며 "선진국 가운데 미국, 독일, 영국 등의 저소득 가구에서 부채 증가율이 프랑스, 이탈리아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설명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집계 결과 지난해 미국의 가계 부채는 1조200억달러(약 1천262조원) 늘어나 14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과 자동차 대출 증가 영향이 컸다.
최근 미국 모기지 금리는 3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5%를 넘어서는 등 시중금리가 오름세를 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빅스텝'으로 불리는 0.5%포인트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미 앨비언금융그룹의 제이슨 웨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로이터통신에 "금리가 높아지면 은행들에 긍정적이지만 대출자들이 커진 대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 그 효과는 상쇄된다"며 "금리가 너무 많이 오르면 역풍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빅스텝을 밟은 캐나다에서도 대출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캐나다는 기준금리를 지난달 0.25%포인트에 이어 이달 13일 0.5%포인트 인상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가 캐나다 파산관리 전문회사인 MNP LTD의 의뢰로 3월 9~15일 성인 2천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39%가 금리 상승으로 파산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작년 12월 조사 때보다 4%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또 57%는 채무 상환 능력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고 답했다.
그랜트 바지안 MNP LTD 대표는 "많은 사람이 생활비와 금리 상승 때문에 더 많은 빚을 져야 할 수 있다"며 "금리가 오르면 부채 변제 비용도 커져 상환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무 탕감을 통한 빈곤 종식 운동을 벌이는 영국 단체 '주빌리 부채 캠페인'이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출과 이자 상환이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는 가계의 비중이 2020년 7.19%에서 2021년 9.68%로 커졌다.
지난해 130만명이 추가로 재정적 곤경에 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빌리 부채 캠페인의 조 콕스 선임 정책관은 "가계 부채 문제가 걱정스러운 속도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수백만 가구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서 경제적으로 회복되지 않았는데 물가 급등으로 생계비 부담까지 커져 빚과 빈곤 문제가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한국 가계·자영업도 '한숨'…영끌·빚투족 어떡하나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천755조8천억원으로 대부분 금리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예금은행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76.1%)을 기준으로 할 경우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이자 부담이 3조3천억원가량 커진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발을 맞추면 국내 기준금리가 2.86%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금리가 1.90%포인트 상승하면 연간 이자 부담은 총 40조3천억원 증가하고,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의 이자는 평균 345만원 늘어난다는 게 한경연의 계산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달 14일 기준금리를 1.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연내 두세 차례 추가 인상 전망이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대출 금리가 속속 오르면서 저금리 시대에 '빚투'(빚내서 투자)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일부 부동산 매수자와 주식 투자자들의 한숨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빚으로 버틴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1% 상승하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6조4천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09조2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3.2% 증가했다.
다중채무자 비율은 70% 달했다.
IMF는 각국의 통화정책과 관련, 빠른 긴축이 금융 부문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또 채무조정과 파산 시스템의 강화를 주문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의 과도한 채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긴급금융구조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채무 재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배드뱅크 도입도 거론되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금리를 안 올릴 수는 없지만 어려움이 커질 서민과 자영업자의 채무조정 확대 등 다각도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저소득 가계·취약기업 타격…경기 회복세도 둔화 우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늪에 더 깊이 빠진 국가들이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 정책 카드를 속속 꺼내 들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불가피한 행보이지만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크게 불어난 가계와 기업 등의 부채가 금리 상승으로 부실화하고 자금 조달의 문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2년여간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재정 지출 확대와 기준금리 인하 등은 코로나19로 타격받은 경제가 살아나는 데 밑거름이 됐으나 국제 공급망 차질과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더 해져 물가가 치솟자 각국이 시중 유동성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커진 민간 부채 문제가 금리 상승과 맞물려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 회복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 빚으로 코로나 충격 버틴 지구촌 경제…이젠 금리 인상이 부담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8일 'IMF 블로그'를 통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증한 민간부채가 경기 회복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민간부채는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에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만큼 늘어났다.
이런 증가 속도는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때보다 빠르다는 것이 IMF의 평가다.
IMF는 민간부채가 향후 3년간 선진국 경제성장률을 0.9%, 신흥국 경제성장률을 1.3% 낮출 것으로 추정했다.
IMF는 "저소득 가계와 취약 기업은 많은 빚을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그 결과 소비와 투자를 급격히 줄일 것 같다"며 "선진국 가운데 미국, 독일, 영국 등의 저소득 가구에서 부채 증가율이 프랑스, 이탈리아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설명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집계 결과 지난해 미국의 가계 부채는 1조200억달러(약 1천262조원) 늘어나 14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과 자동차 대출 증가 영향이 컸다.
최근 미국 모기지 금리는 3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5%를 넘어서는 등 시중금리가 오름세를 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빅스텝'으로 불리는 0.5%포인트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미 앨비언금융그룹의 제이슨 웨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로이터통신에 "금리가 높아지면 은행들에 긍정적이지만 대출자들이 커진 대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 그 효과는 상쇄된다"며 "금리가 너무 많이 오르면 역풍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빅스텝을 밟은 캐나다에서도 대출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캐나다는 기준금리를 지난달 0.25%포인트에 이어 이달 13일 0.5%포인트 인상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가 캐나다 파산관리 전문회사인 MNP LTD의 의뢰로 3월 9~15일 성인 2천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39%가 금리 상승으로 파산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작년 12월 조사 때보다 4%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또 57%는 채무 상환 능력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고 답했다.
그랜트 바지안 MNP LTD 대표는 "많은 사람이 생활비와 금리 상승 때문에 더 많은 빚을 져야 할 수 있다"며 "금리가 오르면 부채 변제 비용도 커져 상환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무 탕감을 통한 빈곤 종식 운동을 벌이는 영국 단체 '주빌리 부채 캠페인'이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출과 이자 상환이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는 가계의 비중이 2020년 7.19%에서 2021년 9.68%로 커졌다.
지난해 130만명이 추가로 재정적 곤경에 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빌리 부채 캠페인의 조 콕스 선임 정책관은 "가계 부채 문제가 걱정스러운 속도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수백만 가구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서 경제적으로 회복되지 않았는데 물가 급등으로 생계비 부담까지 커져 빚과 빈곤 문제가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한국 가계·자영업도 '한숨'…영끌·빚투족 어떡하나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천755조8천억원으로 대부분 금리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예금은행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76.1%)을 기준으로 할 경우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이자 부담이 3조3천억원가량 커진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발을 맞추면 국내 기준금리가 2.86%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금리가 1.90%포인트 상승하면 연간 이자 부담은 총 40조3천억원 증가하고,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의 이자는 평균 345만원 늘어난다는 게 한경연의 계산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달 14일 기준금리를 1.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연내 두세 차례 추가 인상 전망이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대출 금리가 속속 오르면서 저금리 시대에 '빚투'(빚내서 투자)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일부 부동산 매수자와 주식 투자자들의 한숨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빚으로 버틴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1% 상승하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6조4천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09조2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3.2% 증가했다.
다중채무자 비율은 70% 달했다.
IMF는 각국의 통화정책과 관련, 빠른 긴축이 금융 부문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또 채무조정과 파산 시스템의 강화를 주문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의 과도한 채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긴급금융구조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채무 재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배드뱅크 도입도 거론되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금리를 안 올릴 수는 없지만 어려움이 커질 서민과 자영업자의 채무조정 확대 등 다각도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