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고려아연이 2차전지 양극재 핵심 소재인 전구체를 생산하는 합작법인(JV)을 다음달 설립한다. LG화학은 배터리 핵심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고려아연은 신사업 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윈윈 전략’의 일환이다. 핵심 광물인 니켈과 원재료인 황산니켈 생산(고려아연)부터 전구체(합작법인), 양극재(LG화학),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로 이어지는 두 회사의 밸류체인(가치사슬) 협력이 완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료 대량 확보한 LG화학

24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고려아연은 내달 초 공동으로 지분을 투자하는 전구체 합작법인 설립 본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지난해 7월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지 10개월 만이다. 합작법인 자본금은 2000억원으로 고려아연이 지분 60%, LG화학이 40%가량을 보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작법인은 본계약 체결 직후 고려아연 울산 온산제련소 부지에서 전구체 생산 공장 건설에 착수할 예정이다. 전구체는 양극재 재료비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원재료다. 니켈은 전구체 원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이다. 합작법인 생산 공장은 고려아연 자회사인 켐코로부터 황산니켈을 공급받는다. 2017년 설립된 켐코는 35%의 지분을 보유한 고려아연이 최대주주로, 온산제련소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LG화학도 1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자회사인 코리아니켈이 광물 상태의 니켈을 제련하면 이를 켐코가 가공하는 방식이다. 아연·납 생산량 기준 세계 1위 제련업체인 고려아연은 제련 과정에서 연간 150만t의 황산도 생산하고 있다.

신설 합작법인은 황산니켈을 가공해 전구체를 생산한 후 LG화학의 양극재 자회사인 LG BCM에 공급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LG화학은 황산니켈을 협력사에 맡겨 가공하는 과정을 거쳤다. 앞으로는 합작법인이 처리하면서 안정적 공급이 보장될 뿐 아니라 비용과 시간도 대폭 줄일 수 있게 됐다. LG화학은 공급받은 전구체를 앞세워 양극재 연간 생산 규모를 작년 8만t에서 2026년 26만t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신사업 진출 확대하는 고려아연

이번 전구체 합작법인 설립은 두 회사 배터리 밸류체인 협력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 동시에 국내 배터리산업 판도를 흔들 정도의 대형 사건이라는 평가다. 국내 화학·배터리 소재 및 비철금속 시장의 절대 강자인 두 회사의 ‘배터리 동맹’은 원재료인 황산니켈부터 전구체와 양극재 및 완제품 등 모든 생산 과정에 걸쳐 있다. 두 회사 관계자는 “전구체 합작법인을 조(兆) 단위 매출을 올리는 대형 소재업체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합작법인 출범을 계기로 아연·납 제련기업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배터리 소재 분야로 사업을 대폭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산업 사이클을 이겨내는 기업’이라는 별칭처럼 2006년 이후 매년 1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다. 작년엔 1조96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1974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아연, 납 가격 상승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

고려아연은 지금을 새로운 성장동력에 적극 투자할 시기로 보고 있다. 최윤범 부회장은 비철금속 제련회사라는 틀에서 벗어나 배터리 소재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규모에 비해 기업 정보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아 ‘은둔의 기업’으로 알려진 이미지도 탈피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너 3세’인 최 부회장(1975년생)이 2019년부터 대표를 맡으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회사 오너 일가의 두터운 친분도 ‘배터리 동맹’을 맺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사무실에는 LG 가전제품만을 들여놓아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을 정도”라며 “오너 간 두터운 친분도 합작법인 체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