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언 기자
김병언 기자
“신세계그룹은 오프라인도 잘하는 온라인 회사가 되겠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우리의 목표는 제2의 월마트, 제2의 아마존이 아닌 제1의 신세계”라며 이렇게 말했다. 정 부회장은 “올해는 신세계그룹의 디지털 원년”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온·오프라인 통합이 점점 더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디지털 대전환을 더 이상 지체해선 안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유통업계에선 정 부회장이 꿈꾸는 디지털 생태계 구축의 핵심 역할을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허브’ SSG닷컴이 맡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총거래액 22% 늘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데 신세계그룹 최대 강점으로는 막강한 오프라인 채널과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등이 꼽힌다. 신세계그룹은 백화점과 이마트, 스타벅스까지 다양한 오프라인 점포와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면 소비자의 온·오프라인 일상을 신세계 안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 유니버스’의 구축이다.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이 속도를 내면서 SSG닷컴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SSG닷컴은 그룹의 각 유통채널을 온라인으로 모으는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등이 SSG닷컴을 통해 하나로 연결된다는 의미다.

SSG닷컴은 신세계백화점의 ‘신세계몰’과 이마트의 ‘이마트몰’을 2014년 물리적으로 통합해 하나의 사이트로 만들어 출발했다. 이전까지는 신세계몰과 이마트몰이 별도의 플랫폼으로 나뉘어 운영됐다.

SSG닷컴은 신세계그룹이 ‘온라인 복합쇼핑몰’을 내세우며 상품검색과 프로모션, 결제까지 한 번에 통합한 첫 사례로 주목받았다. SSG닷컴은 2016년 ‘쓱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SSG를 소리 나는 대로 ‘쓱’으로 읽은 이 광고는 수없이 많은 패러디를 양산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SSG닷컴이 2019년 3월 단독 법인으로 분사하면서 성장은 더욱 가속화했다. SSG닷컴은 출범 전부터 신세계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관심을 모았다.

이마트 매장에서 장을 보면 제공하는 ‘쓱배송’ 서비스에서부터 백화점 명품 배송은 물론 ‘새벽배송’ 서비스까지 시작하며 점차 두각을 나타냈다. 이듬해 터진 코로나19 확산은 역설적으로 SSG닷컴의 성장세를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온라인 시장 평균 성장률이 15~16%를 오갔지만, SSG닷컴은 최고 40%에 달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연간 기준 SSG닷컴의 총거래액(GMV)은 5조7174억원으로 전년보다 22% 늘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글로벌)까지 인수하며 단숨에 국내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의 ‘3강’ 진입에 성공했다. SSG닷컴은 신세계 유니버스의 신호탄이 될 통합 멤버십 서비스를 올해 상반기 선보이기로 했다. 지마켓글로벌, W컨셉 등은 물론 신세계그룹 주요 관계사 혜택을 폭넓게 포괄할 예정이다.

○유통기업 넘어 IT 기업으로 변신

온라인 플랫폼 특성에 맞게 유연하고 개방적인 기업문화를 지향하고 있는 것도 SSG닷컴의 가파른 성장세를 이끄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SSG닷컴은 대기업식 질서 안에서 상황에 따라 열린 분위기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생산해낼 수 있는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진화 중이다.

실제로 SSG닷컴의 본사 직원 중 절반은 기술직군의 테크 인력이다. 지난해 7월에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로 IT 개발자 채용을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임직원을 위한 가상현실 연수원을 만들고 미래형 교육환경 구축에도 나섰다. 올해 1월부터 메타버스 기반의 화상회의 플랫폼인 ‘개더타운’에 ‘쓱타운’을 열어 신입사원 입문 교육을 시작했다.

오프라인 공간처럼 가상의 회의실에 입장해 주변에 있는 캐릭터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강연하거나 함께 게임 활동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SSG닷컴은 메타버스를 신규 입사자 적응을 위한 입문 교육 외에 사내 행사나 워크숍 등 폭넓게 활용할 계획이다.

○기업문화는 수평적으로

SSG닷컴은 대표적인 대기업 관계사지만, 곳곳에 IT기업 특유의 수평적 기업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이런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분기별로 진행되는 ‘오픈톡’이다.

오픈톡은 강희석 사장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소통하는 시간이다. 업무 성과와 계획, 미래 비전 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SSG닷컴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회의 중 궁금한 점이 있으면 익명으로 질문을 남길 수 있고, 대표나 담당 임원이 실시간으로 여기에 답변해주는 시간을 별도로 갖는다.

지난달 17일 진행한 오픈톡에서는 ‘온·오프라인 통합 완성형 디지털 에코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중장기적 미래 비전을 공유했다.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SSG DNA’를 새롭게 정의해 전파하기도 했다.

SSG DNA는 구성원들이 지향해야 하는 업무처리 방식을 담은 기업 가치 체계다. ‘고객 중심’, ‘주도적 몰입’, ‘발전적 피드백’, ‘대담한 도전’ 등 총 8개 키워드로 구성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최고의 경험을 창출하고,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몰입해 일하며 ‘원 팀, 원 컴퍼니’ 마인드로 투명하게 소통하면서 실행력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SSG닷컴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이해관계자와 지역사회를 존중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서로를 부르는 호칭도 ‘님’으로 바꿨다.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한 수평적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지난해 9월부터 직급에 따라 사용하던 ‘파트너’, ‘팀장’ 대신 사원부터 대표까지 ‘OOO님’ 또는 영어 이름에 ‘님’을 붙여 부르게 했다.

2019년부터 독립된 관계사로 분리하면서 외부 경력직이 늘어나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융합한 것도 특징이다. 현재 SSG닷컴 임직원 평균연령은 약 32세로, 신세계그룹에서 가장 젊은 편에 속한다. SSG닷컴 관계자는 “SSG닷컴은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며 “IT기업 특유의 유연한 기업문화를 발판 삼아 신세계만의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는 임무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