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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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무료 주식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가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정규직 직원의 약 9%를 감원하고 부서를 통폐합할 방침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주식투자 열풍이 잦아들면서 성장세가 둔화된 데 따른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래드 테네브 로빈후드 최고경영자(CEO)는 26일(현지시간) 블로그를 통해 “중복되는 역할과 직무가 많다”며 “불필요한 인력을 줄이기 위해 정규직 직원 9%가량을 해고할 예정”이라고 공표했다.

로빈후드의 지난해 말 기준 정규직 직원 수는 3800여명이었다. 테네브 CEO의 계획을 현재 직원 수에 적용하면 최소 340여명이 회사에서 쫓겨난다. 테네브 CEO는 “로빈후드의 인력을 줄이는 게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될 것”이라며 “경영 속도를 높이며 고객들의 변하는 요구에 대응하는 데 적합한 결정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테네브 CEO는 구조조정 선언과 함께 보유한 현금이 60억달러(약 7조 5798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기업 재무건전성이 탄탄하다는 걸 방증하려는 의도였다. 로빈후드는 28일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테네브 CEO는 “아직 로빈후드의 재정상태는 견실하다”며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2013년 설립된 로빈후드는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한 뒤 급성장했다. 로빈후드의 매출액은 2019년 약 2억 8000만달러(약 3536억원)에서 2021년 18억달러(약 2조 2730억원)로 급증했다.

로빈후드는 지난 2년간 저금리 기조와 재정지출 확대 등으로 인한 주식 투자 열풍을 적극 활용했다. 수수료 무료 정책과 원클릭 거래 등으로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애용하는 증권 거래앱으로 거듭났다. ‘밈 주식’(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며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는 주식)인 게임스톱과 암호화폐 투자도 주도하며 급격히 기업 규모를 확장했다.

인기에 힘입어 로빈후드는 지난해 7월 미국 나스닥 증권거래소에 기업공개(IPO)를 성사시켰다. 상장 당시 공모가는 주당 38달러(약 5만원)대였지만 지금까지 주가는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 26일 로빈후드의 주가는 주당 10달러(약 1만 2000원)로 마감했다.

로빈후드를 찾는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탓이다. 지난 1년간 로빈후드의 월간활성사용자(MAU)는 하락세였다. 작년 4분기에는 월간활성사용자 수가 1730만명이었다. 전 분기보다 160만명이 빠진 수치다. 올해 1분기 매출액도 전년동기에 비해 35% 감소한 3억 4000만달러(약 4294억원)에 그칠 거라고 CNBC는 전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