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해 74.5%에 그친 원전 이용률을 올해 82%까지 끌어올리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원전 2기를 새로 짓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백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수원은 올해 원전 이용률(원전 설비용량 대비 전력 생산 비율)을 작년보다 7.5%포인트 끌어올리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내세우면서 박근혜 정부 때 75~85%대이던 원전 이용률을 임기 중 65~75%대로 낮췄다. 출범 2년째인 2018년엔 이용률을 역대 최저 수준인 65.9%로 떨어뜨렸다. 이후 발전단가 등을 감안해 원전 가동을 다소 늘렸지만 지난해에도 이용률은 여전히 74%대에 그쳤다.
한수원, 올 원전 이용률 82%까지 올린다
한수원은 새 정부에서 원전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원전 정비에 걸리는 행정 기간을 줄이고 과도한 정비 규제도 완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원전 1기당 계획정비 기간은 97일에 달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계획정비 기간이 20일 안팎에 그치고, 한국의 원전 안전성이 세계적으로 뛰어난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탈원전 정책에 따른 ‘과도한 수준’이란 지적이 나온다.

원전업계는 윤석열 정부에서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전환 계획이 본격화하면 원전 이용률이 85~9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동욱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신규 원전 건설이 없더라도 원전 이용률을 85~90%로 끌어올리면 (문재인 정부에서 20%대 중·후반이던) 원전 발전 비중이 30%를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원전 이용률이 높아지면 발전단가가 낮아지면서 올해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한국전력의 영업이익도 개선될 전망이다.

원전 2기 새로 짓는 효과…한전 영업이익은 2.8조 개선
인수위 "내년 90%로 높일 것"…신규 원전 3~4기 짓는 것과 비슷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해 74.5%이던 원전 이용률을 올해 82.0%로 높이기로 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탈(脫)탈원전 정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원전업계는 원전 이용률이 80%대 중·후반으로 높아지면 신규 원전 건설이 없더라도 윤석열 정부 공약인 ‘2030년까지 원전 비중 30% 달성’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작성된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탈원전 정책에 따라 2030년엔 원전 비중이 20%대 초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왔다. 당장 올해 원전 이용률이 82%만 돼도 신규 원전 2기를 짓는 것과 같은 효과가 생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내년엔 원전 이용률을 90% 수준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신규 원전 3~4기를 짓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난다. 원전 신규 건설은 주민 반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점을 감안할 때 원전 이용률 상향이 원전 비중 확대를 위한 윤석열 정부의 현실적 대안이란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의 중심축으로 원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이뤄진 탈원전 정책의 후유증이 작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천진 1·2호기 등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모두 취소했다. 그나마 부지 확보가 끝난 신한울 3·4호기도 건설 재개를 위해서는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거쳐야 한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원전 계속운전과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시점이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우선 원전 이용률 상향이 원전 비중 확대를 위한 주요 정책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 이용률을 높이면 한국전력의 적자폭이 줄어들고 전기요금 인상 압박도 낮출 수 있다. 발전단가가 낮은 원전 비중이 올라가면 그만큼 한전의 전력구매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데다 문재인 정부에서 원전 이용률을 낮추면서 한전은 지난해 5조8000억원대 영업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는 적자폭이 20조~30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메리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원전 이용률이 1%포인트 높아질 때마다 한국전력 영업이익이 375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원전 이용률이 작년보다 7.5%포인트 높아지면 한전의 영업이익은 2조8125억원 개선된다는 것이다. 이는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미국과 프랑스는 원전 이용률이 90%를 넘는다”며 “한국도 비효율적인 규제를 바꾸면 이 수준까지 원전 이용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 이용률을 높이는 과정에서 원전의 안전성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종호 전 한수원 기술본부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과도하게 늘어난 예방정비 기간을 합리적으로 단축하고, 효율적인 관리체계를 통해 원전 고장정지를 줄이면 원전 이용률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