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돈풀기' 고수하는 中…한국에는 어떤 영향? [조미현의 외환·금융 워치]
중국이 사실상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전 세계적인 긴축 기조 속에서 '나 홀로 돈 풀기'를 고수한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20일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인하했다. 인민은행은 5월 5년 만기 LPR가 전달의 4.6%보다 0.15%포인트 낮은 4.45%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1년 만기 LPR는 3.7%로 전달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됐다.

중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세 번째다. 지난해 12월에는 1년 만기 LPR만 0.05% 내렸다. 지난 1월에는 1년 만기 LPR과 5년 만기 LPR를 각각 0.1%포인트, 0.05%포인트 내렸다.

1년 만기 LPR은 광범위한 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5년 만기 LPR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된다. 중국이 1년 만기 대신 5년 만기 LPR을 내린 것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으로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1년 만기 LPR은 외국인 자본 이탈 등을 우려해 동결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통화 가치가 떨어져 자본 유출이 이뤄질 수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봉쇄한 뒤 외국인 투자 자본이 이탈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홀로 돈풀기' 고수하는 中…한국에는 어떤 영향? [조미현의 외환·금융 워치]
중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한국 경제에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중국 통화정책 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 통화정책 완화 충격은 무역 경로 중 수직적 무역 통합 경로를 통해 우리나라의 대중 중간재 수출을 증가시켰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면 △위안화 가치가 떨어져 △중국의 수출이 늘고 △중국이 한국에서 수입하는 중간재 규모도 늘어난다는 게 한은 분석이다.

한은 또 중국의 금리인하로 중국 내 자산 수익률이 낮아지면 투자금이 주변국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봤다. 한국의 주식시장 등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얘기다.

다만 한은은 "중국 자본시장의 대외개방도가 아직은 낮은 수준이어서 중국 통화량 증가가 국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직접적 대체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은 보고서는 "중국은 세계 원유 및 원자재 수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중국의 확장적 통화 정책은 원유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이는 우리나라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며 "중국의 통화정책 완화가 우리나라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는 효과도 투입 요소 비용 상승을 유발하는데 이 또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고도 했다.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한국의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 자체에 따른 영향보다 중국 정부가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배경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이 금리를 인하한 것은 경기를 부양해야 할 필요가 더욱 높아졌다는 의미"라며 "중국 경제가 경착륙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중국 경제가 부양에 성공하면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중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도시 봉쇄 등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중국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졌다. 한 금통위원은 "코로나 이후 늘어난 막대한 글로벌 유동성 상황을 감안할 때 주요국의 정책이 차별화될수록 글로벌 자금흐름이 크게 변하면서 신흥국의 금융 여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며 "그 리스크의 중심에 중국이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금통위에서 "중국 성장률 둔화, 내외금리차 축소, 위안화 약세 예상 등의 요인이 부각되면서 올 3월 중국의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큰 폭으로 유출됐다"며 "향후 중국 성장둔화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다면 자본유출 압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중국에서 금융 불안이 심화했던 기간에 국내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었던 사례가 있다"며 "내외금리차 문제와 중국 성장둔화에 따른 금융 불안 이슈가 중첩될 경우 그 여파가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