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이슈 브리핑
그리너리 팀. 왼쪽부터 이수정 이사, 유권일 공동대표, 황유식 공동대표, 김병동 이사.사진=김기남 기자
그리너리 팀. 왼쪽부터 이수정 이사, 유권일 공동대표, 황유식 공동대표, 김병동 이사.사진=김기남 기자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탄소중립에 뛰어들 수 있는 시장이 생겼다. 온실가스 감축 사업자와 기업, 개인이 만나 탄소 크레디트를 거래할 수 있는 국내 최초 자발적 탄소 크레디트 거래 플랫폼 팝플(POPLE)이다. 지난해 설립한 그리너리가 탄소 솔루션 기업 베리워즈와 손잡고 만든 팝플은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문을 열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인 황유식 그리너리 공동대표를 만나 국내 자발적 탄소시장과 팝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자발적 탄소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교토의정서와 파리기후변화협약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발성입니다.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한 교토의정서와 달리 파리협약은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자발적 탄소감축을 이뤄내야 한다고 선언했죠. 그래서 탄소 관련 시장, 그중에서도 자발적 탄소시장에 기회가 많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리서치를 진행해보니, 자발적 탄소시장은 현재 시점에서 통합된 거래 모델이 없어 복잡하고 비쌌습니다. 무엇보다 신뢰가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보고 ‘그렇다면 거래 모델을 단순화해 플랫폼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게 됐습니다.”

- 자발적 탄소시장의 성장세는 어느 정도입니까.

“글로벌 자발적 탄소 크레디트 발행 규모는 2018년 1억6600만 톤에서 지난해 3억6600만 톤으로 연평균 30% 성장했습니다. 크레디트 가치는 전년보다 2.9배 증가한 1조1400억원으로 추정됩니다. 물량이 늘어나면서 높은 단가의 하이 퀄리티 크레디트(high quality credit)도 함께 증가한 것이 배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발적 탄소시장 확대를 위한 태스크포스(TSVCM)에 따르면 시장규모는 2030년까지 15배, 2050년까지 100배 성장할 예정입니다.”

- 탄소배출권과 탄소 크레디트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탄소시장은 크게 의무적 시장과 자발적 시장으로 나뉩니다. 의무적 시장은 정부의 규제를 받는 시장입니다. 탄소배출권을 할당받은 범위 내에서 탄소를 배출할 수 있고, 더 배출한 부분은 배출권을 구매해 충당해야죠. 자발적 탄소시장은 의무적 시장 외 탄소시장을 말하며, 시장에서 감축분으로 인정받아 크레디트로 전환된 부분을 탄소 크레디트가라고 합니다.”

- 팝플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팝플은 크게 탄소 마켓플레이스와 탄소감축 컨설팅 서비스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마켓플레이스는 탄소 크레디트를 거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탄소 크레디트를 보유한 기업이 마켓플레이스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드는 플랫폼입니다. 차별점은 기업뿐 아니라 개인도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크레디트를 구매한 개인에게는 디지털 인증서를 발행합니다. 또 다른 서비스는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위한 프로젝트 컨설팅입니다. 온실가스를 어떻게 줄이는지 방법론을 제시하고, 탄소감축을 위한 컨설팅을 진행하죠.”

- 기업은 크레디트는 어떻게 얻습니까.

“먼저 온실가스 감축 사업 개발자들이 탄소감축 사업과 방법론을 등록합니다. 팝플은 자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감축량을 산정합니다. 이후 제3자 인증을 통해 실제 감축량 검증 과정을 거치고, 인증을 받은 감축량만큼 크레디트가 생성됩니다. 이를 마켓플레이스에서 판매하면 기업이나 개인이 살 수 있는 거죠. 등록 절차는 의무 시장에서 활용하는 청정 개발 체제(CDM)와 유사합니다. 팝플은 절차 간소화를 통해 시간적·비용적 측면에서 부담을 줄였습니다. 롯데케미칼이 국내 최초로 팝플에 등록하며 시장 활성화에 나섰습니다.”

- 해외 탄소 거래 플랫폼과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해외에는 이미 많은 자발적 탄소 관련 기관과 기업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베라(VERRA)입니다. 자발적 탄소시장 인증기관으로 글로벌 자발적 탄소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크레디트를 거래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 기능은 없습니다. 팝플은 베라의 탄소 검증, 인증 기능과 함께 마켓플레이스 기능을 동시에 하고 있죠. 블록체인 기술 접목으로 크레디트 생성과정과 소유권 이전 등 이력 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또 팝플은 앞으로 요구될 공급망 내 협력사 관리, 공장별 KPI 측정, 지자체 탄소중립 연계 등 활용도가 높은 플랫폼입니다. 기업 간 거래(B2B)부터 공공(B2G)까지 모든 탄소시장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유권일, 황유식 그리너리 공동대표.사진=김기남 기자
유권일, 황유식 그리너리 공동대표.사진=김기남 기자
- 감축 사업별 크레디트 가격은 얼마나 차이가 납니까.

“의무 시장 탄소 가격은 유럽의 탄소배출권 가격(EU ETS)처럼 국가마다 통일된 가격으로 움직입니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어떠한 감축 사업에서 나온 크레디트인지, 감축 연도(빈티지), 감축 활동이 이루어진 국가 등 조건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선정합니다. 탄소를 감축하기보다는 제거하는 크레디트의 가격이 더 비싼 편입니다. 하이 퀄리티 크레디트에는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 개념이 들어가 있어요. 탄소감축 효과가 큰 기술일수록 더 비싸지는 거죠.”

- 탄소감축 사업의 크레디트를 구매해 감축으로 인정받는 것이 그린워싱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는 점은 어떻게 보십니까.

“노력 없는 상쇄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동시에 탄소 상쇄는 탄소중립으로 가는 중요한 메커니즘이며, 기업의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특히 탄소가 필연적으로 배출되는 사업은 최대한 감축 노력을 이행한 뒤 사업적으로 축소할 수 없는 탄소배출량 부분에 대해서만 상쇄라는 메커니즘을 이용해야 합니다. 또 어떠한 감축 사업에 대한 크레디트 구매를 했느냐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력 에너지 크레디트로 모든 탄소배출량을 상쇄한다면 그린워싱의 비난 대상이 될 수 있겠죠. 하지만 탄소포집, 저장·활용 기술(CCUS), 바이오차 등 당장 경제성이 없는 미래 기술 크레디트를 구매한다면 다른 이야기가 될 겁니다. 그린워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상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 그리너리가 제시하는 자발적 탄소시장의 전망이 궁금합니다.

“결국 탄소중립은 탄소 순배출량 ‘0’이 되어야 합니다. 정부 규제 대응만으로는 이루기 힘든 목표죠.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규제 이외의 자발적 탄소시장이 필수적입니다. 그리너리는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어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즐겁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탄소를 감축하는 문화를 확산하고 필요한 기술에 투자할 수 있는 목표 지점을 만드는 것이 그리너리가 그리는 자발적 탄소시장의 청사진입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