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부터 보고서는 들고 오지 마세요"…장관들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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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리스 회의 열고, 내부보고서 오타도 OK
일하는 방식 바꾸는 장관들
민간기업 같은 효율성 내기 위해 불필요한 의전, 보고 최소화
젊고 유능한 공무원 이탈 늘자
새 정부 장관들 한 목소리로 "조직문화 바꾸자"
일하는 방식 바꾸는 장관들
민간기업 같은 효율성 내기 위해 불필요한 의전, 보고 최소화
젊고 유능한 공무원 이탈 늘자
새 정부 장관들 한 목소리로 "조직문화 바꾸자"
"다음부터 보고서는 들고 오지마세요."
새 장관이 주재한 첫 간부회의가 끝난뒤 국토교통부 실·국장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정말 그래도 되나"라고 의견을 나눴다. 원희룡 장관이 앞으로 '페이퍼리스(종이 없는) 회의'를 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원 장관은 "국토부 간부들이 회의와 보고를 준비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며 "보고서 없이 각자 의견을 기탄없이 논의하는 회의를 하고, 관련 정보가 필요하면 차라리 실무자를 참석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례화된 내부회의를 대폭 줄이겠다는 뜻을 간부들에게 전달했다. 현장 방문에 필요한 보고서도 1~2페이지로 간결하게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추 부총리는 "어지간한 사안은 현장에서 내가 직접 대응할 수 있으니, 불필요한 업무의 의전을 최소화하자"고 당부했다고 한다. 최근 기재부 직원들이 부총리와 대화 시간에 "안 해도 될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고 하소연하자 곧바로 이렇게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장관 보고용 기사스크랩을 만들지 말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장관은 "내가 태블릿으로 기사를 다 보는데 100페이지 가량되는 기사 스크랩을 만들기 위해 새벽부터 직원들이 고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아예 간부회의에서 업무방식 혁신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보고는 짧게 자주, 나쁜 내용일수록 더 빨리하라는 게 핵심이다. 수시로 보고를 하면, 그 보고를 토대로 함께 상의해 대처하자는 취지다. 조 장관은 "내부 보고는 형식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며 "내부 보고에는 오타가 있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완성된 형태의 보고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기보다, 수시로 장관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장관실을 찾아 상의하는 문화를 만들자"며 "주무관, 사무관, 과장, 국장 등 전 직원이 장관과 치열하게 토론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보고서 최소화를 주문했다. 보고서를 만드는 데 업무 시간을 할애하지 말고, 현장에 가서 국민들과 소통하고 그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을 알아오라는 당부다. 기사 스크랩 보고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동할 때 스마트폰으로 부처 관련 주요 기사를 다 체크하기 때문에 굳이 종이를 낭비하지 말자는 취지다.
특히 젊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내가 뭘 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많이 나오는 실정이다. 장·차관 보고를 위한 문서 작업, 과도한 의전 준비, 의미 없는 회의 등 때문에 실제 일 할 시간이 없다는 불만이다. 이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자 과거 공직생활을 해 불필요한 업무의 폐단을 잘 알고 있던 새 장관들이 변화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추 부총리와 이 장관, 조 장관 등은 모두 관료로 일을 했었다. 원 장관, 추 부총리처럼 국회에서 일하면서 보좌진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던 경험이 있던 장관들도 격식을 갖춘 보고나 지나친 의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전언이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도 격식과 의전보다는 업무 성과를 높이는 데 집중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업무 방식을 더 효율적으로 바꾸라는 주문도 하고 있다. 지난 11일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선 "수석비서관 업무가 법적으로 갈라져 있는 게 아니다"며 "이방저방 다니며 다른 분야 업무하는 사람들하고 끊임없이 소통하라"고 지시했다. 민간기업에서 최근 노력하고 있는 '사일로 문화(각 부서가 담을 쌓고 다른 부서와 소통하지 않는 문화)' 해소와 맞닿아있는 주문이다. 관가에선 장관들의 변화에 일단 기대가 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경제부처의 한 과장은 "장관과 차관이 난데없이 급하지 않은 사안을 보고하라고 주문해서 해야할 일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업무 문화만 개선돼도 공무원들의 사기가 많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이러한 시도가 취임 초기에 '반짝 변화'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병욱/김은정/황정환 기자 dodo@hankyung.com
새 장관이 주재한 첫 간부회의가 끝난뒤 국토교통부 실·국장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정말 그래도 되나"라고 의견을 나눴다. 원희룡 장관이 앞으로 '페이퍼리스(종이 없는) 회의'를 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원 장관은 "국토부 간부들이 회의와 보고를 준비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며 "보고서 없이 각자 의견을 기탄없이 논의하는 회의를 하고, 관련 정보가 필요하면 차라리 실무자를 참석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의전 최소화 주문하는 장관들
정부부처 장관들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실험을 시작했다. 23일 관가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취임한 장관 다수가 업무방식 및 조직문화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관통하는 메시지는 하나다. 관례처럼 해왔던 불필요한 일을 최대한 줄이고, 대신 생산적인 일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업무효율을 민간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조직문화는 정보기술(IT) 기업처럼 바꾸는 게 최종 목표다. 원 장관은 장관을 위한 의전도 최소화하라고 주문했다. 가능하면 외부일정도 혼자 소화할테니 일하는데 집중하라는 지시다. 그는 취임식도 집무실에서 혼자 유튜브로 진행했다. 공무원들이 대강당에 모이고, 이를 위해 준비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아끼자는 취지다.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례화된 내부회의를 대폭 줄이겠다는 뜻을 간부들에게 전달했다. 현장 방문에 필요한 보고서도 1~2페이지로 간결하게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추 부총리는 "어지간한 사안은 현장에서 내가 직접 대응할 수 있으니, 불필요한 업무의 의전을 최소화하자"고 당부했다고 한다. 최근 기재부 직원들이 부총리와 대화 시간에 "안 해도 될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고 하소연하자 곧바로 이렇게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장관 보고용 기사스크랩을 만들지 말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장관은 "내가 태블릿으로 기사를 다 보는데 100페이지 가량되는 기사 스크랩을 만들기 위해 새벽부터 직원들이 고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아예 간부회의에서 업무방식 혁신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보고는 짧게 자주, 나쁜 내용일수록 더 빨리하라는 게 핵심이다. 수시로 보고를 하면, 그 보고를 토대로 함께 상의해 대처하자는 취지다. 조 장관은 "내부 보고는 형식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며 "내부 보고에는 오타가 있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완성된 형태의 보고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기보다, 수시로 장관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장관실을 찾아 상의하는 문화를 만들자"며 "주무관, 사무관, 과장, 국장 등 전 직원이 장관과 치열하게 토론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보고서 최소화를 주문했다. 보고서를 만드는 데 업무 시간을 할애하지 말고, 현장에 가서 국민들과 소통하고 그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을 알아오라는 당부다. 기사 스크랩 보고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동할 때 스마트폰으로 부처 관련 주요 기사를 다 체크하기 때문에 굳이 종이를 낭비하지 말자는 취지다.
○땅에 떨어진 공직자 자존감 끌어올릴까
장관들이 약속이나 한듯 일하는 방식을 바꾸자고 강조하는 것은 최근 정부부처의 에이스들이 잇따라 민간기업으로 떠나는 등 공무원 사회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이직을 위해 취업심사를 신청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831명으로 5년 전인 2016년 549명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갈수록 심해지는 인사 적체와 정권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보복 인사, 보수적인 조직문화 등이 주 이유로 거론된다.특히 젊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내가 뭘 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많이 나오는 실정이다. 장·차관 보고를 위한 문서 작업, 과도한 의전 준비, 의미 없는 회의 등 때문에 실제 일 할 시간이 없다는 불만이다. 이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자 과거 공직생활을 해 불필요한 업무의 폐단을 잘 알고 있던 새 장관들이 변화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추 부총리와 이 장관, 조 장관 등은 모두 관료로 일을 했었다. 원 장관, 추 부총리처럼 국회에서 일하면서 보좌진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던 경험이 있던 장관들도 격식을 갖춘 보고나 지나친 의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전언이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도 격식과 의전보다는 업무 성과를 높이는 데 집중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업무 방식을 더 효율적으로 바꾸라는 주문도 하고 있다. 지난 11일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선 "수석비서관 업무가 법적으로 갈라져 있는 게 아니다"며 "이방저방 다니며 다른 분야 업무하는 사람들하고 끊임없이 소통하라"고 지시했다. 민간기업에서 최근 노력하고 있는 '사일로 문화(각 부서가 담을 쌓고 다른 부서와 소통하지 않는 문화)' 해소와 맞닿아있는 주문이다. 관가에선 장관들의 변화에 일단 기대가 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경제부처의 한 과장은 "장관과 차관이 난데없이 급하지 않은 사안을 보고하라고 주문해서 해야할 일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업무 문화만 개선돼도 공무원들의 사기가 많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이러한 시도가 취임 초기에 '반짝 변화'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병욱/김은정/황정환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