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이슈 브리핑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지난해 4월 김진영 교수 연구팀과 한국에너지과학기술원 김동석 박사 연구팀이 스위스 로잔공대(EPFL) 연구진과 함께 태양광을 전기로 바꾸는 효율이 25.6%에 이르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사진=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지난해 4월 김진영 교수 연구팀과 한국에너지과학기술원 김동석 박사 연구팀이 스위스 로잔공대(EPFL) 연구진과 함께 태양광을 전기로 바꾸는 효율이 25.6%에 이르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사진=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전 세계가 지구온난화로 폭염, 폭설 등 이상기후 현상을 보이며 몸살을 앓고 있다. 국제사회는 기후 위기에 맞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밑으로 억제하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탄소배출 저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끌어올리는 데도 힘을 모으고 있다. OECD 국가의 전체 전력 사용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2000년 17%에서 2017년 27%로 10%p가량 증가했다.

이처럼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빠르게 늘어난 이유 중 하나로 태양광 제품의 발전효율이 증가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재생에너지 중에서도 설치가 용이하고 설치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태양광 모듈의 발전효율이 높아지면서 동일 면적에서 생산되는 전기량이 늘었다. 이에 따라 발전소 투자 비용이 감소해 균등화발전비용(LCOE, 단위 전력량(1MWh)을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도 크게 낮아졌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세계 태양광 LCOE는 2010년 이후 10년 동안 최대 8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계 효율 29%를 넘어서다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국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태양광 제품의 효율과 출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이 지속되어야 한다. 현재 태양광 제품의 95%를 차지하는 결정질 실리콘 셀은 제품 양산을 통해 낼 수 있는 최고 효율에 근접했다. 결정질 실리콘 셀의 이론 한계 효율은 29.1%고, 실질적 생산 한계 효율은 25.5% 이하다. 반면 미래 태양광 기술로 주목받는 페로브스카이트-결정질 실리콘 탠덤(tandem) 셀(이하 탠덤 셀)은 이론 한계 효율이 44%에 달하고 생산 한계 효율 역시 기존 셀 대비 월등히 높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많은 국가가 차세대 태양광으로 탠덤 셀을 지목하고 치열하게 연구하는 이유다.

탠덤 셀은 10년이라는 짧은 개발 기간에도 불구하고 이미 실증 효율이 결정질 실리콘 셀의 이론 한계 효율을 뛰어넘을 만큼 잠재력이 크다. 독일의 HZB(Helmholtz Zentrum Berlin), 영국의 옥스퍼드 PV 등에서 효율이 29% 이상인 탠덤 셀을 개발했다고 보고했다.

탠덤 셀은 단파장의 빛을 흡수하는 페로브스카이트로 상부 셀을 만들고 장파장의 빛을 주로 흡수하는 실리콘 셀을 하부 셀로 만들어 이를 연결한 구조다. 셀 2개를 접합해 상호 보완적 빛 흡수 효과를 지닌다. 페로브스카이트는 희귀 물질이 아니기에 소재 공급이 용이한 데다 실리콘보다 광 흡수력이 뛰어나 적은 양으로도 높은 발전효율을 낼 수 있어 탠덤 셀 중 상부 셀 소재로 가장 널리 고려되고 있다.

물론 탠덤 셀의 상업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몇 가지 있다. 페로브스카이트가 수분과 열에 취약하지 않도록 이를 안정화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또 현재 1인치 이하의 탠덤 셀을 실리콘 셀의 양산 제품 크기인 6인치 이상으로 제작하기 위한 대면적 제조공정 기술이 필요하다. 추후엔 페로브스카이트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도 필요할 것이다.
탠덤 셀 사진. 사진=한화큐셀 제공
탠덤 셀 사진. 사진=한화큐셀 제공
탠덤 셀 개발에서 앞서는 한국

현재 페로브스카이트 단일 셀의 연구개발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이 앞선 성과를 보이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은 페로브스카이트 단일 셀의 최고 효율인 25.7% 기록을 보고했고, 한국화학연구원에서도 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셀을 개발해 네이처 등 주요 연구 저널에 게재한 바 있다. 한화큐셀 또한 우수한 국내 학계 및 소재·부품·장비업계와 협력해 탠덤 셀 국책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탠덤 셀의 환경 안정성을 크게 개선해 미국 국립신재생에너지연구소로부터 공인 효율을 인증받았다. 탠덤 셀 제작 이후 30일 이상 외부 환경에 노출했을 때 28% 이상의 효율을 유지한 것을 인정받은 것이다. 게다가 한화큐셀은 탠덤 셀을 대면적으로 제작하는 공정 기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계 효율을 뛰어넘는 탠덤 셀의 상업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초고효율·고안정성 탠덤 셀과 모듈의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

탠덤 셀 기술을 포함한 차세대 태양광 기술은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적 경쟁력이 될 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내일을 만들기 위한 재생에너지전환을 한층 가속화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향후 기술이 더욱 발달해 페로브스카이트 단독 셀이 상용화된다면 빌딩 외벽과 유리창, 자동차 선루프 등 일상 곳곳에 태양광 모듈이 사용되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된다.

김기홍 한화솔루션 한화큐셀부문 차세대 태양전지 개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