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개별 암호화폐의 위험도를 평가해 공시하기로 했다. 코인 발행사가 자의적으로 공개한 백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가상자산특별위원회는 24일 국회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해 금융정보분석원(FIU)·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경찰청 등 관계 부처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5대 암호화폐거래소 대표를 불러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코인 마켓 투자자보호대책 긴급점검 간담회’를 열었다.

금융당국은 이날 각 암호화폐의 위험도를 직접 분석해 공시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용태 금감원 디지털혁신국장은 “외부 기관이 암호화폐별 리스크를 분석해 추후 거래소 상장평가나 투자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인 발행사의 백서 등 공시가 난해해 투자 의사결정을 위한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금감원은 이 밖에 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와 협력해 각종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온 업체들을 점검해 제도권 금융시장으로 리스크가 전이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FIU는 거래소에 대해 상장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하도록 할 방침이다. 루나 사태처럼 ‘코인런’이 발생했을 때 투자자 피해가 더 확산되지 않도록 비상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두나무와 빗썸 등 16개 거래소에 대한 직권조사를 통해 시정을 권고했던 불공정약관 개정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다. 경찰은 테라·루나는 현행법상 금전에 해당하지 않아 유사수신행위로 처벌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며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여당 측에 건의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루나 사태를 막지 못한 거래소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업비트는 루나 사태 이후 상장폐지 전까지 수일간 루나의 입출금을 막지 않아 폭리를 누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거래소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면 왜곡이 심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국내에서 거래된 비중은 1% 남짓으로 해외에서 마진거래를 통해 엄청난 거래 규모가 일어났다”고 해명했다.

박진우/빈난새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