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의 호황이 끝나고 인고(忍苦)의 시간이 온다.”

벤처투자, 파티는 끝났다…"살아남을 방법을 찾아라"
글로벌 벤처투자 열기가 인플레이션 공포, 금리 인상 기조와 맞물리면서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세계 벤처투자 1, 2위인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와 소프트뱅크가 2분기 들어 투자 규모를 삭감하는 등 ‘큰손’들이 일제히 몸을 움츠리고 있다. 국내 벤처투자는 1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세계 최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YC)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라”는 경고를 세계 투자 기업에 날렸다.

25일 미국 벤처투자 정보업체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타이거글로벌의 4~5월 투자 건수는 이날 기준 61건이다. 2분기 전체 투자 건수는 전 분기(137건)의 6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1000억달러 규모 비전펀드를 운용하는 소프트뱅크도 1분기 52건에서 4~5월 15건으로 급감했다.

타이거글로벌과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투자건수를 전년 대비 네 배 이상 늘리며 스타트업 투자 붐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올 들어 상장이 위축되고 금리 인상이 가속화하자 ‘방어 모드’로 돌아섰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 12일 실적발표회에서 “올해 스타트업 투자를 전년 대비 50~75%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YC는 최근 포트폴리오 기업에 보낸 서한을 통해 “13년간 이어진 투자 호황이 끝나고 있다”며 “살아남을 방법을 찾으라”고 경고했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도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벤처투자 정보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이달 들어 23일까지 벤처투자 규모는 지난해 2월(같은 기간 기준) 이후 가장 적은 8106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5월(1조5708억원)보다는 45% 줄었다.

허란/김종우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