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ESG 평가에 발끈한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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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ESG 평가에 대한 분노는 역설적으로 ESG 평가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논의의 초점은 기업이 공시하는 ESG 데이터의 신뢰성 제고로 옮겨져야 한다. ESG 데이터의 표준화와 디지털화가 급선무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지난 5월 18일, 테슬라가 ‘S&P500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수’에서 퇴출되면서 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에서도 제외됐다.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트위터에 “정유사인 엑손모빌은 ESG 지수 상위 10개사에 포함된 반면, 테슬라가 제외된 것을 볼 때 ESG 평가는 사기다”라고 언급하며 격분했다. 이 사건은 ‘ESG 평가의 신뢰성’ 논쟁을 재점화했다.
지난 10년간 글로벌 ESG 평가방법론을 연구하고 투자 실무에 적용하고자 노력 중인 필자가 보기에 이번 논란은 역설적으로 시장에서 ESG 평가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또 향후 ESG 평가의 신뢰성보다 기업이 공시하는 ‘ESG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ESG 평가는 분석 주체의 주관이 투영되어 다양한 방법론에 따라 편차가 발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평가 모형에 대한 시장의 이해도가 성숙되면 주요 기관 평가방법론의 특성을 고려한 컨센서스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공시하는 ESG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법은 ‘표준화’와 ‘디지털화’가 핵심이다. 테슬라의 ESG 지수 제외 논란을 중심으로 ESG 평가의 중요성, ESG 평가방법론의 다양성 그리고 ESG 데이터의 신뢰성 확보 등 3가지 관점에서 시사점을 살펴본다.
테슬라도 민감한 ESG 평가
우선 일론 머스크의 분노는 시장에서 ESG 평가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사실 ‘S&P500 ESG 지수’ 퇴출이 당장 테슬라 주식의 실질적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S&P500 ESG 지수에서 테슬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6%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의 총자산이 약 78억 달러임을 고려하면 이번 사건으로 테슬라의 주식 수급에서 약 2억 달러가 유출되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돌파한 것을 생각하면 실제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퇴출 당일 테슬라 주가가 약 6.8% 하락하는 단기적 충격이 발생했다. 장기적으로는 S&P 평가에 동조하는 평가기관이 증가하고 시장의 우려가 커지면 결국 테슬라의 기업가치 성장이 제한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S&P를 포함한 주요 글로벌 신용평가사는 이미 자체적인 ESG 평가방법론을 신용평가 등급 산출에 반영하고 있다. 신용평가사의 부정적 평가는 테슬라의 자본 조달 비용을 높이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도 이 때문에 사전에 강력하게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단순히 ‘ESG 평가의 신뢰성’ 논쟁을 벌이기보다 이번 논란을 불러일으킨 ESG 평가방법론의 특징에 주목해보자. 기본적으로 주요 ESG 평가기관의 평가 결과가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데이터 출처, 평가지표, 가중치, 상대평가를 위한 비교군 설정, 스코어링 방식 그리고 종합 평가·리스크 평가 여부에 있다.
S&P는 다우존스지속가능지수(DJSI) 산출로 유명한 로베코샘을 인수하면서 CSA(Corporate Sustainability Assessment) 방법론을 ESG 핵심 평가방법론으로 사용하고 있다. S&P ESG 평가방법론의 가장 큰 특징은 ‘질문지(questionnaire)’ 발송을 통해 받은 기업의 응답 데이터를 바탕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테슬라가 질문지 응답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은 것이 이번 저평가의 핵심 원인으로 보인다. 물론 테슬라는 이미 연간 ‘임팩트 보고서’ 작성을 통해 지속 가능 경영에 대한 상세한 리포팅을 하고 있지만, 평가사 입장에서는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 불과해 긍정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다.
또 S&P ESG 평가방법론은 평가 대상 회사의 정책적·구조적 준비 수준보다 실제 행동에 더 가중치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환경규제 위반, 인종차별과 열악한 작업환경, 자율주행 안전성 관련 논란 등 부정적 이슈를 평가 모형에 많이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글로벌 최대 ESG 평가기관이자 인덱스 업체인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는 동일한 이슈를 반영하고도 테슬라에 상위 등급을 부여했다.
아울러 S&P는 ESG 종합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테슬라는 환경 부문에서 기여도가 높은 회사지만, 사회 부문에서 인적자원 관리·고객 관리 측면의 문제가, 지배구조 부문에서 CEO 리스크가 존재해 종합적 관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기업 제공 ESG 데이터의 신뢰성 높여야
지난 20년간 ESG 평가기관은 기업이 공시하는 ESG 데이터가 매우 부실해 이를 극복하면서도 효과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해왔다. 다행히 최근 들어 ESG 경영과 투자가 강조되면서 각국 정부와 거래소가 ESG 정보 공시 의무화 제도를 마련하고 있으며, 공공과 민간 차원에서 공시 표준화를 위한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재무 공시에 준하는 수준으로 ESG 데이터가 충분하게 제공되어야 보다 정확한 평가·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이를 통해 ESG 워싱과 그린워싱 방지도 가능하다.
기업이 공시하는 ESG 데이터의 ‘표준화’ 작업에는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공시 항목과 범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하며, 공시 후에는 회계장부 감사 수준에 준하는 검증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또 이렇게 공개하는 데이터는 분석 측면에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디지털화’가 용이한 방향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지금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형태는 풍부한 내용을 담기에는 좋지만, 비교 가능성이 높은 대량의 데이터를 수집해 비교군별 상대평가를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예를 들어, 테슬라가 정부에서 도입한 표준화 기준에 따라 탄소배출량 데이터를 지정된 범위까지 측정하고 이를 사업 보고서의 정해진 위치에 배치하는 약속을 잘 지키면, 블룸버그 등 금융정보업체가 해당 데이터를 수집하기 용이하다. 또 투자자는 테슬라와 비교 대상 섹터를 지정해 해당 데이터를 시계열로 수집하고 손쉽게 비교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일론 머스크도 이렇게 객관적으로 검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섹터 대비 비교 분석한 자료를 본다면 막연한 분노보다는 실질적 개선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까.
최용환 NH-아문디자산운용 ESG리서치팀장
지난 10년간 글로벌 ESG 평가방법론을 연구하고 투자 실무에 적용하고자 노력 중인 필자가 보기에 이번 논란은 역설적으로 시장에서 ESG 평가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또 향후 ESG 평가의 신뢰성보다 기업이 공시하는 ‘ESG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ESG 평가는 분석 주체의 주관이 투영되어 다양한 방법론에 따라 편차가 발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평가 모형에 대한 시장의 이해도가 성숙되면 주요 기관 평가방법론의 특성을 고려한 컨센서스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공시하는 ESG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법은 ‘표준화’와 ‘디지털화’가 핵심이다. 테슬라의 ESG 지수 제외 논란을 중심으로 ESG 평가의 중요성, ESG 평가방법론의 다양성 그리고 ESG 데이터의 신뢰성 확보 등 3가지 관점에서 시사점을 살펴본다.
테슬라도 민감한 ESG 평가
우선 일론 머스크의 분노는 시장에서 ESG 평가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사실 ‘S&P500 ESG 지수’ 퇴출이 당장 테슬라 주식의 실질적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S&P500 ESG 지수에서 테슬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6%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의 총자산이 약 78억 달러임을 고려하면 이번 사건으로 테슬라의 주식 수급에서 약 2억 달러가 유출되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돌파한 것을 생각하면 실제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퇴출 당일 테슬라 주가가 약 6.8% 하락하는 단기적 충격이 발생했다. 장기적으로는 S&P 평가에 동조하는 평가기관이 증가하고 시장의 우려가 커지면 결국 테슬라의 기업가치 성장이 제한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S&P를 포함한 주요 글로벌 신용평가사는 이미 자체적인 ESG 평가방법론을 신용평가 등급 산출에 반영하고 있다. 신용평가사의 부정적 평가는 테슬라의 자본 조달 비용을 높이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도 이 때문에 사전에 강력하게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단순히 ‘ESG 평가의 신뢰성’ 논쟁을 벌이기보다 이번 논란을 불러일으킨 ESG 평가방법론의 특징에 주목해보자. 기본적으로 주요 ESG 평가기관의 평가 결과가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데이터 출처, 평가지표, 가중치, 상대평가를 위한 비교군 설정, 스코어링 방식 그리고 종합 평가·리스크 평가 여부에 있다.
S&P는 다우존스지속가능지수(DJSI) 산출로 유명한 로베코샘을 인수하면서 CSA(Corporate Sustainability Assessment) 방법론을 ESG 핵심 평가방법론으로 사용하고 있다. S&P ESG 평가방법론의 가장 큰 특징은 ‘질문지(questionnaire)’ 발송을 통해 받은 기업의 응답 데이터를 바탕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테슬라가 질문지 응답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은 것이 이번 저평가의 핵심 원인으로 보인다. 물론 테슬라는 이미 연간 ‘임팩트 보고서’ 작성을 통해 지속 가능 경영에 대한 상세한 리포팅을 하고 있지만, 평가사 입장에서는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 불과해 긍정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다.
또 S&P ESG 평가방법론은 평가 대상 회사의 정책적·구조적 준비 수준보다 실제 행동에 더 가중치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환경규제 위반, 인종차별과 열악한 작업환경, 자율주행 안전성 관련 논란 등 부정적 이슈를 평가 모형에 많이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글로벌 최대 ESG 평가기관이자 인덱스 업체인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는 동일한 이슈를 반영하고도 테슬라에 상위 등급을 부여했다.
아울러 S&P는 ESG 종합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테슬라는 환경 부문에서 기여도가 높은 회사지만, 사회 부문에서 인적자원 관리·고객 관리 측면의 문제가, 지배구조 부문에서 CEO 리스크가 존재해 종합적 관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기업 제공 ESG 데이터의 신뢰성 높여야
지난 20년간 ESG 평가기관은 기업이 공시하는 ESG 데이터가 매우 부실해 이를 극복하면서도 효과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해왔다. 다행히 최근 들어 ESG 경영과 투자가 강조되면서 각국 정부와 거래소가 ESG 정보 공시 의무화 제도를 마련하고 있으며, 공공과 민간 차원에서 공시 표준화를 위한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재무 공시에 준하는 수준으로 ESG 데이터가 충분하게 제공되어야 보다 정확한 평가·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이를 통해 ESG 워싱과 그린워싱 방지도 가능하다.
기업이 공시하는 ESG 데이터의 ‘표준화’ 작업에는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공시 항목과 범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하며, 공시 후에는 회계장부 감사 수준에 준하는 검증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또 이렇게 공개하는 데이터는 분석 측면에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디지털화’가 용이한 방향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지금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형태는 풍부한 내용을 담기에는 좋지만, 비교 가능성이 높은 대량의 데이터를 수집해 비교군별 상대평가를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예를 들어, 테슬라가 정부에서 도입한 표준화 기준에 따라 탄소배출량 데이터를 지정된 범위까지 측정하고 이를 사업 보고서의 정해진 위치에 배치하는 약속을 잘 지키면, 블룸버그 등 금융정보업체가 해당 데이터를 수집하기 용이하다. 또 투자자는 테슬라와 비교 대상 섹터를 지정해 해당 데이터를 시계열로 수집하고 손쉽게 비교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일론 머스크도 이렇게 객관적으로 검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섹터 대비 비교 분석한 자료를 본다면 막연한 분노보다는 실질적 개선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까.
최용환 NH-아문디자산운용 ESG리서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