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단속' 대상이었던 음식물처리기…이서진·공효진 뜨자 '반전' [김병근의 남다른中企]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생활가전 음식물처리기는 2008년 정부의 '단속' 대상이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발표한 '2008년 시중 유통제품 안전성 조사 계획'을 보면 단속 대상 60개 품목 중 하나로 음식물처리기가 포함돼 있습니다. 정기검사에서 불합격 빈도가 높거나 소비자 고발 또는 언론보도 등을 통해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 품목 등이 선정됩니다.

당시 음식물처리기 시장 규모는 약 2000억원이었습니다. 2004년 300억원에서 4년 만에 여섯 배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전기먹는 하마'라는 오명이 붙을 정도의 비싼 전기료와 냄새 등 각종 소비자 불만이 잇따른 나머지 이듬해인 2009년 시장 자체가 사라지다시피 했습니다. 영세한 기업들은 회사 문을 닫아야 했고 덩치 큰 기업들은 취급 품목에서 슬그머니 뺐습니다.

그랬던 음식물처리기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습니다. 14년 전과 똑같습니다. 한 두 업체가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광고를 시작하면서 제품 인지도 제고에 나선 가운데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스마트카라는 지난해 배우 이서진에 이어 올해 배우 공효진(사진)을 새 모델로 발탁했습니다. 스마트카라, 쿠쿠전자, 웰릭스에 이어 지난 4월에는 캐리어에어컨이 음식물처리기 론칭쇼를 했습니다. 대기업도 참전을 준비 중입니다. SK매직은 최근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전파인증을 획득했고 삼성전자는 관련 상표 등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4년 전보다 제품 성능은 분명 좋아졌다는 평가입니다. 당시 40데시벨 안팎이었던 소음은 브랜드별로 26~35데시벨까지 낮아졌습니다. 음식물쓰레기를 완전히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시간가량에서 3~4시간으로 단축된 것도 긍정적입니다. 다만 20만~30만원이었던 제품 가격은 약 100만원으로 비싸졌습니다. 스마트카라 400 프로 음식물처리기(2L)는 소비자 가격이 89만9000원입니다. 쿠쿠 맘편한 음식물처리기는 99만원에 달합니다.

성능이 좋아진 만큼 가격은 오를 수 있습니다. 다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적당한 수준인지, 제품 성능이 광고한 내용과 일치하는지 등 꼼꼼히 따져보고 구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과당 경쟁과 품질 불만 사태가 반복되면 2008년의 악몽이 재현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업계 전문가는 "기업은 제대로 만들고 소비자는 잘 골라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