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죽겠다’ 싶어 회사를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인건비와 재료비는 치솟는데 제품 품질까지 떨어져 고객 항의가 연일 쏟아졌다. 연 매출 365억원을 올리는 알짜 중소기업 오토스윙을 이끄는 허문영 대표(사진)의 5년 전 얘기다.

허 대표는 “2017년 삼성전자 지원을 받으며 체질을 바꾼 덕분에 위기를 극복했다”며 “이젠 ‘억대 기부’를 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품질 경쟁력 비결은 삼성

26일 업계에 따르면 오토스윙은 삼성전자가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제조 환경을 개선해주는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의 대표 성공 사례로 꼽힌다. 오토스윙은 서울 가산동에 있는 용접기기 제조업체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용접마스크는 3M 제품과 시장 1, 2위를 다툴 만큼 우수한 품질을 갖추고 있다.

품질이 처음부터 훌륭했던 것은 아니다. 2017년만 해도 이 회사 용접마스크를 사간 바이어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쳤다. 마스크 전면부가 쉽게 파손된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외부 컨설팅까지 받았지만 소용없었다. 허 대표는 뾰족한 수가 없을까 신문을 뒤적이다가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을 알게 됐다.

○생산성 높이고 신기술 도입

그는 “처음엔 ‘삼성이라고 크게 다를까’ 반신반의하며 신청했다”며 “이때 현장 체계를 바꾼 것이 체질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은 삼성전자가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중소기업 상생 프로그램이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기술과 노하우 등 ‘혁신 DNA’를 전수해 중소기업 현장의 혁신과 자동화 구축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원자재 수급난, 높은 불량률 등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식이다.

2017년 오토스윙에 3개월 파견을 온 삼성전자 직원들은 자원 관리 시스템을 문제로 지목했다. 담당자가 아니면 부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체계가 없었다. 삼성전자는 이곳에 생산과 물류, 재고 현황 등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경영 활동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공장 불량률은 1% 미만으로 떨어졌고, 생산성은 32% 늘었다. 제조원가도 11% 낮아졌다.

2019년엔 생산성 개선에 초점을 맞춰 2차 지원을 받았다. 생산성을 높이고 신기술을 도입해 원가를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9개월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오토스윙 직원들에게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을 견학하며 기술을 배울 기회도 제공했다. 오토스윙은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으며 용접용 컬러 마스크 신기술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삼성전자 파견 직원들은 상황에 따라 제품 구색을 유연하게 바꿀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오토스윙은 코로나19로 산업용 용접마스크 수요가 줄어들자, 의료용 고글과 병원 음압실용 전동식 호흡보호구 생산을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매출을 지켰다. 고글 조립 도구를 만들어 최대 생산량을 월 3만 개에서 30만 개로 늘렸다. 삼성전자 기술을 더해 세계 최초로 LCD(액정표시장치)를 부착한 눈 보호구를 개발하기도 했다. 2020년 전국 의사, 간호사에게 공급된 눈 보호구 대부분이 오토스윙 제품이다.

○삼성 “제2 오토스윙 만든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16년 289억원에서 지난해 365억원으로 5년 새 26.3% 증가했다. 허 대표는 “생산성 혁신 덕분에 사업 규모가 커졌다”며 “우리도 좋은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기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오토스윙은 지난 4월 지역거점 공공병원에 1억원 상당의 자가진단키트를 기부했다. 2020년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전국 소방본부에 의료용 고글 5000개를 기탁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중소·벤처기업 지원 체계를 고도화해 ‘제2, 제3의 오토스윙’을 육성할 계획이다. 이 회사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한 중소기업은 2800곳에 달한다. 2018년부터는 중소벤처기업부·중소기업중앙회와 공동으로 1100억원을 조성해 사업을 확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공장 지원 후에도 꾸준히 판로 개척, 인력 양성 등을 제공하며 산업 생태계를 키울 계획”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방침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강조하는 ‘동행’ 비전을 반영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2019년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