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高高' 천연가스..."가격 더 올라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연초부터 치솟은 천연가스 가격 오름세가 심상찮다.

3개월 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MMBTU(million metric British thermal unit, 100만 영국 열량 단위) 당 4.40달러였던 미국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5월 25일 현재 8.99달러로 2배 넘게 올랐다.

문제는 앞으로다.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금수 조치에 더해 중국 봉쇄조치 완화로 인한 수요 증가 등으로 LNG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미국 천연가스 평균가를 8달러/MMBTU로 예상했다. 하반기에 가격이 더 오른다는 이야기다.



● 곳곳에서 관측되는 '천연가스 가격 상승 시그널'



천연가스 가격 폭등에 대한 우려는 곳곳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아니더라도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북미지역 대표 천연가스 가격지표인 헨리 허브(Henry Hub)의 4월 말 기준 재고는 전년에 비해 20% 이상 낮은 상황이다.

최근 5년 평균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가스의 견고한 수요에 비해 재고를 빠르게 충당할 정도의 생산 증가는 어렵다. 가격 상승압박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미 '高高' 천연가스..."가격 더 올라간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도 유사한 통계 자료를 내놨다. 회사 측에 따르면 올해 성사된 LNG 계약 약 1천만 톤이 대부분이 가격변동성이 낮은 장기(long term) 계약으로 맺어졌다. 가격변동성이 높다보니 내년 초 LNG 인도분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져서다. 가격은 현재 가격보다 12%가량 높은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동유럽 상황은 점점 더 악화 중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일 대통령령에 서명하고 지난 11일 '대통령령 제252호 실현 방안에 관한 정부령'을 확정했다. 여기에서 지목된 31개 제재 대상기관은 모두 천연가스 부문에서 활동하는 가즈프롬과 관련된 업체면서 대부분 유럽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조치가 사실상 EU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 금지 조치인 셈이다.
이미 '高高' 천연가스..."가격 더 올라간다"
2020년 기준 EU 전체 천연가스 수입의 41.1%가 러시아산 천연가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4일 보고서를 통해 이번 조치를 "장기적으로 글로벌 천연가스 수급의 변화가 예상되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글로벌 에너지시장 내 수급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글로벌 에너지 국제관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천연가스 ETN 투자 유효…변동성 유의해야"



투자자들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연초부터 국내 천연가스 ETN들의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신한과 삼성, 대신증권이 내놓은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의 수익률은 일제히 50% 초반대를 기록 중이다. KB, 대신증권의 천연가스 선물 ETN도 25%대 수익률을 찍고 있다. 시가총액도 빠르게 불어났다. 5개 ETN 모두 3~5배나 늘었다.
연초대비 천연가스 ETN 매월 수익률, 시가총액 증감. 자료: fn가이드
연초대비 천연가스 ETN 매월 수익률, 시가총액 증감. 자료: fn가이드
그렇다면 더 오를 여지는 있을까.

업계 관계자는 "천연가스 가격이 더 떨어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아직 투자해도 늦지 않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비슷한 시각을 내놨다. 유럽 각국이 천연가스 수입선 다변화와 에너지 자립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겨울 난방용 수요가 몰리면서 '최악의 천연가스 대란'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일하게 유의할 점은 ETN의 변동성이다.

26일 기준 3만 원대까지 올라선 신한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의 지난해 12월 가격은 5천 원대였다. 그로부터 두 달 전인 10월 6일에 2만 1,030원으로 연중 최고점을 찍은 직후였다. 반년 만에 -70%, +500%라는 기록적인 변동폭을 보여줬다.

국내 ETN 운용 관계자는 "천연가스는 가격변동성이 높고 만기 롤오버 비용 등 리스크가 있는 만큼 천연가스 ETN 투자는 시장을 꾸준히 들여다볼 수 있을 때 뛰어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sjba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