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중립금리까지는 올려야" 발언 등에 시장 눈높이 '쑥'
연말 은행 대출금리 8% 근접 가능성…"1년 이상 대출이면 고정금리 유리"

앞으로 수 개월간 5%대의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고 미국까지 빅 스텝(한꺼번에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두세 차례 더 밟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준금리와 대출금리도 연말까지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중립금리 수준으로 기준금리가 수렴하도록 해야 한다"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발언 등을 근거로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앞으로 연말까지 0.25%포인트(p)씩 세 차례 추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2.50%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대출자 입장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작년 8월 이후 올해 말까지 약 1년 6개월 새 불어나는 이자만 약 27조원, 1인당 130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수준으로 경기에 중립적이라는 의미다.

'기준금리 연말 2.5% 간다'…이자 27조원·1인당 130만원↑(종합)
◇ '연내 3차례 인상' 전망 줄이어…"이 총재 발언 등에서 매파 신호"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다시 올린 이후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5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부쩍 늘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26일(현지시간) 한국 경제전략 보고서에서 "한은이 7·8·10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2.50%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이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중립 금리에 먼저 도달한 뒤 이후 중립 금리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지를 판단하겠다고 말한 것은 이전보다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도 같은 날 "한은이 물가 상승세에 대응하기 위해 중립 금리 수준에 수렴하도록 기준금리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매파적 사전 안내를 했다"는 해석과 함께 '연내 3차례 추가 인상, 연말 2.50%' 전망을 유지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물가 안정을 위한 한은의 선제 대응 의지를 확인했다며 연내 기준금리 전망을 2.25%에서 2.50%로 상향조정했고,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한은이 직접적으로 '당분간'이 '수개월'임을 인정했고, 5∼7월 물가 상승률이 5%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7∼8월 연속 인상과 4분기 한 차례 추가 인상으로 연말 기준금리가 2.50%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통위 회의 전 대체로 2.25% 수준이었던 시장의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가 금통위 이후 2.50%로 한 단계 높아지는 분위기다.

중립금리 관련 발언 외에도 이 총재의 "앞으로 몇 달간 통화정책의 중점을 물가에 둘 것", "전망치가 2.25∼2.50%로 오른 것은 시장의 합리적 기대" 등의 언급도 전망 수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준금리 연말 2.5% 간다'…이자 27조원·1인당 130만원↑(종합)
◇ 작년 8월 이후 연말까지 기준금리 2%p 뛸 듯…"청년·자영업자 신용위험 커진다"
전망대로 한은이 연말까지 세 차례 0.25%포인트씩 더 올리면 현재 1.75%인 기준금리는 연말 2.50%로 0.75%포인트 높아진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그만큼 은행 등 금융기관의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결국 금융기관이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금리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 모두 1천752조7천억원에 이른다.

아울러 같은 달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전체 잔액의 77%가 변동금리 대출로 조사됐다.

은행 외 금융기관의 변동금리 비중도 같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대출금리가 기준금리와 마찬가지로 0.25%포인트 오를 경우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3조3천739억원(1천752조7천억원×77%×0.25%)이나 불어나는 셈이다.

지난해 8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처음 0.25%포인트 올린 뒤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4월, 5월에 이어 연말까지 세 차례 더 0.25%포인트씩 인상하면, 작년 8월 이후 1년 5개월간 늘어나는 이자만 26조9천912억원 가량(3조3천739억원×8)으로 추산된다.

앞서 한은은 작년 9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각 0.25%포인트, 0.5%포인트 인상될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2020년 말과 비교해 각각 3조2천억원, 6조4천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대출자 한 명당 연이자 부담도 289만6천원에서 각각 305만8천원, 321만9천원으로 16만1천원, 32만2천원 커진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1년 5개월 사이 기준금리 2.00%포인트(0.50→2.50%) 인상에 따른 1인당 이자 부담 증가액은 128만8천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대출 상환 압박이 커지면 그동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으로 투자), 생활고 등으로 대출을 늘려온 사람들 가운데 다중채무자(3곳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 소득 기반이 취약한 20∼30대, 자영업자 등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은도 최근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앞으로 완화적 금융 여건이 정상화되는 과정(금리 인상 등)에서 대내외 여건까지 악화할 경우,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그동안 대출을 크게 늘린 청년층과 자영업자 등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표] 시중은행 대출금리 추이
┌───────┬────────┬────────┬───────────┐
│ │2021년 12월 31일│2022년 5월 27일 │하단,상단 변동폭 │
│ │ │ │ │
├───────┼────────┼────────┼───────────┤
│주택담보대출 │연 3.710∼5.070%│연 3.550∼5.348%│-0.160%p, +0.278%p │
│변동금리(신규 │ │ │ │
│코픽스 기준) │ │ │ │
├───────┼────────┼────────┼───────────┤
│주택담보대출 │연 3.600∼4.978%│연 4.048∼6.390%│+0.448%p, +1.412%p │
│고정금리(은행 │ │ │ │
│채 5년물 기준)│ │ │ │
├───────┼────────┼────────┼───────────┤
│신용대출 금리(│연 3.500∼4.720%│연 3.838∼5.140%│+0.338%p, +0.420%p │
│1등급·1년) │ │ │ │
├───────┼────────┼────────┼───────────┤
│신규 코픽스 │1.550% │1.840% │+0.290%p │
├───────┼────────┼────────┼───────────┤
│은행채 5년물(A│2.259% │3.420% │+2.061%p │
│AA·무보증) │ │ │ │
├───────┼────────┼────────┼───────────┤
│은행채 1년물(A│1.731% │2.596% │+0.865%p │
│AA·무보증) │ │ │ │
└───────┴────────┴────────┴───────────┘
※ KB·신한·하나·우리은행, 채권정보센터 자료 취합

◇ 주담대 6%대 중반, 신용대출 5% 넘었는데…당장 싼 변동금리에만 몰려 '시한폭탄'
기준금리가 현재(1.75%)보다 0.75%포인트 더 올라 올해 말 2.50%에 이르면, 이미 6% 중반에 이른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도 7%대를 훌쩍 넘어 8%에 근접할 가능성이 커진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27일 기준 연 4.048∼6.390% 수준이다.

작년 말(3.600∼4.978%)과 비교해 올해 들어 약 6개월 사이 상단이 1.412%포인트나 높아졌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지표로 주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2.259%에서 3.420%로 2.061%포인트 치솟았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채를 포함한 채권시장 금리는 미국의 긴축 가속 가능성,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전망 등이 반영되면서 빠르게 올랐다.

신용대출의 경우 현재 3.838∼5.140% 금리(1등급·1년)가 적용된다.

지난해 12월 말(3.500∼4.720%)과 비교해 하단이 0.338%포인트, 상단이 0.420%포인트 높아졌다.

이처럼 당분간 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일반적으로 대출자는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를 선호하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3월 은행권의 신규 취급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은 19.5%로 2월(22.1%)보다 오히려 2.6%포인트 더 떨어졌다.

당장 고정금리가 0.5%포인트 안팎 높기 때문인데, 연말까지 가파른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1년 이상의 장기 대출이라면 고정금리가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정성진PB는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3차례 정도 더 인상할 것"이라며 "향후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둔다면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게 낫다"고 권했다.

김경원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자산관리(WM) 전문위원 역시 "대출금리가 향후 오르게 되면 주담대의 경우 신용등급에 따른 금리 상단은 연 7%선 위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라면서 "신규대출을 받을 때 고정금리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