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억원 적자(2020년) vs 1026억원 흑자(2021년).

코스닥시장 상장사 주성엔지니어링의 영업손익은 불과 1년 만에 이렇게 극적으로 바뀌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185억원에서 3772억원으로 218.3% 불어났다. 변화가 가능했던 비결을 묻자 ‘혁신’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는 “남을 똑같이 따라 하거나 가격 경쟁하는 대신 남들이 하지 않는 시장을 열고 그 시장을 선점하는 게 혁신”이라며 “혁신의 가치를 고객이 신뢰하고 인정한 결과가 성장”이라고 지난 27일 말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황 대표가 1993년 창업한 장비 전문 제조업체다. 1996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D램 반도체 커패시터 제조에 활용되는 원자층증착장비(ALD)를 개발하며 장비업체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원천기술을 앞세워 반도체에서 디스플레이, 태양광으로 빠르게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창립 이후 29년간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에 쏟아부은 돈만 1조원을 넘는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진 기술은 19개, 특허는 3005개 확보했다. 그는 “데이터를 기억하고 연산하는 반도체 제조 기술은 디스플레이 패널 및 태양전지 제조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며 “서로 달라 보이는 분야지만 상호 기술 확장이 수월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인정받은 기술력을 디스플레이에 적용해 만든 플라즈마 화학증착장비(PE CVD)는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디스플레이 기업에 공급되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봉지 공정 장비도 핵심 사업 중 하나다. 봉지는 값비싼 OLED 패널을 산소 등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태양광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기술연구원과 손잡고 발전전환효율이 35%를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미래형 태양전지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발전전환효율은 태양 빛을 전기에너지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변환했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태양광 패널 설치 면적을 줄일 수 있다.

황 대표는 “가격 공세가 아무리 심해도 기술을 차별화하면 태양광 시장에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차세대 탠덤 태양전지 장비를 최초로 선보여 태양전지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탠덤은 빛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두 개의 서로 다른 에너지 흡수대를 가진 태양전지를 하나로 다중접합하는 기술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태양광 사업이 골고루 성장하면서 올해 주성엔지니어링은 또 한 차례 실적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한다. 신한금융투자는 이 회사가 올해 매출 4766억원, 영업이익 137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올 1분기 매출 1069억원, 영업이익 305억원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 91% 늘어난 규모다.

황 대표는 “R&D 혁신에 집중해 선점할 수 있는 시장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겠다”며 “밤새워 일해 추격하며 성장하는 시대는 끝이 났다”고 강조했다.

용인=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