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초 S&P500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수에 대한 연례 지수 재조정이 진행되었다. 편입 대상으로 총 308개가 선정되었는데, 놀랍게도 그중 테슬라가 제외되는 한편 오일 메이저 기업 엑손모빌은 여전히 지수 내 포함되었다. 테슬라는 글로벌 산업 분류(GICS) 기준 동종 산업군(자동차 및 부품) 내 하위 25%군으로 떨어져, 낮은 ESG 점수 때문에 편입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의 점수는 전년 대비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동종 산업군 내 경쟁사의 점수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까닭이다. 더 구체적으로 S&P다우존스는 테슬라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에서 보고된 인종차별과 열악한 근무 조건, 저탄소 전략 미흡, 비즈니스 행동강령(Code of Conduct) 부재 등을 제외 사유로 꼽았다. 테슬라가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진행하는 오토파일럿 안정성 조사에 대처하는 방식도 부적절했다는 평가다.
ESG 투자 방향성은 불변
글로벌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ESG 펀드는 970억 달러의 신규 투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 대비 35% 감소한 수치일 뿐 아니라, 최근 3년 중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올해 높아진 증시 변동성, 러·우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 속에서 ESG 펀드 투자가 주춤했고, 이에 따라 ESG 투자에 대한 회의론도 함께 커지는 상황이다. 오히려 에너지 섹터가 올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상황이 연출된 반면, 지난해 많은 자금을 모집한 친환경 펀드는 수익률 하락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ESG 투자에 대한 방향성에는 변함이 없다고 판단한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럴 때 ESG를 비롯한 친환경 투자를 더욱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어려운 시장 환경이 지속되면서 단기적으로는 ESG 투자 심리가 약화되는 것이 불가피하겠지만 에너지 안보, 기후 위기 대응 차원 등 인류 생존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ESG 투자 수요는 견고하게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블랙록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자국의 에너지 의존도를 재평가하고,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기반시설, 신재생에너지, 청정기술 등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쟁과 공급망 차질 등에 넷제로(net zero)를 향한 속도는 조금 늦춰지겠으나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은 그 명분이 더 커지고 있다.
S&P 글로벌 클린에너지 지수 추종
아이셰어스 글로벌 클린에너지 ETF(iShares Global Clean Energy ETF, ICLN)는 신재생에너지 ETF 중에서도 운용 규모가 가장 크고 거래가 가장 활발한 상품이다. 태양광, 풍력, 바이오연료, 수력 등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글로벌 기업 100여 개에 투자하며 주로 재생에너지 발전 및 유틸리티, 반도체 장비 관련 기업으로 구성된다.
투자 기업은 다양한 국가에 분산되어 있는데 미국(44%), 중국(12%), 덴마크(10%), 포르투갈(4%) 순이다. 글로벌 대표 태양광 인버터업체인 인페이즈 에너지(Enphase Energy)와 솔라엣지(SolarEdge), 미국 최대 전력·가스 공급업체 콘솔리데이티드 에디슨(Consolidated Edison), 덴마크 최대 풍력발전업체 베스타스 윈드(Vestas Wind), 오스테드(Orsted) 등이 포트폴리오 상위에 있다.
기초지수로 S&P 글로벌 클린에너지 지수를 추종하는데, 이 지수는 S&P에서 산출 및 발표하는 지수로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팩트셋(Factset) 및 전력 생산비용 데이터(Truecost Power Generation Data)를 활용해 태양광, 풍력, 수력, 바이오 연료 등 광범위한 친환경에너지 관련 기업 중 시가총액, 유동성, 산업 관련도 등을 고려해 선별된 종목으로 구성된다.
확대되는 신재생에너지 투자
실제로 지난해에는 시장 변동성이 지속된 가운데서도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신규 신재생에너지 투자(프로젝트 및 기업 합산)는 1743억 달러(전년 대비 1.8% 상승)로, 이는 상반기 기준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공모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액이 28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09% 급증했으며, VC·PE를 통해서는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한 57억 달러 자금을 유치했다.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이다.
다만, 신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투자는 이 기간 12% 축소된 1458억 달러를 기록했다. 태양광 프로젝트 투자금이 789억 달러(9.5% 상승)로 좋은 성과를 기록했음에도 풍력 파이낸싱이 580억 달러(약 30억 달러 하락)로 다소 부진했던 결과다. 올해는 러·우 전쟁 이후 국가 단위에서의 풍력발전 투자 확대 재개가 예상된다.
특히 영국, 네덜란드 같은 유럽 국가들이 풍력발전 신규 설비투자와 관련해 프로젝트의 인허가 절차 축소 등 규제 완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가령 전쟁 발발 이후 유럽연합(EU)은 2027년까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등을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밝혔는데, 실행 방안으로 2030년까지 풍력발전 480GW를 설치할 방침이다. 또 유럽 내 최대 해상풍력발전 국가인 영국은 해상풍력 목표량을 확대하고 연간 풍력발전 설치 속도를 2배 상향할 계획이다. 지난 5월 18일(현지 시각) EU 집행위가 리파워EU(REPowerEU)로 명명한 신규 정책 패키지에는 구체적으로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 중단을 통한 전쟁 자금원 차단과 EU 친환경 전환 가속을 위해 에너지 소비 절감, 공급망 다변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목표로 내세웠다.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를 지난해 제시한 40%에서 45%로 상향하고, 2027년까지 러시아산 화석에너지 의존도에서 벗어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결론적으로 에너지 위기에도 불구하고 신재생에너지 인프라와 청정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는 계속 확대될 전망으로 장기 방향성의 변화는 없다. 단기적으로 전통 에너지원의 생산이 늘어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 촉진도 동반되고 있다.
김진영 키움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