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미국 전기자동차회사 테슬라에 수조원어치 카메라모듈을 공급한다. 공급 규모가 4조~5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단일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8일 전자부품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최근 테슬라에 다년간 수조원대 전기차용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테슬라가 올해부터 출시하는 모델X 모델Y 모델S 모델3 등 주요 승용차와 트럭 등에 삼성전기의 카메라모듈이 대거 들어간다.

자동차에 장착되는 카메라모듈은 도로 신호, 표지판, 장애물 등을 촬영해 전기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로 보내는 부품이다. 삼성전기가 공급하는 카메라모듈은 기존 3.0 버전보다 사양이 높은 4.0 버전이다. 4.0 버전은 100만 화소인 기존 3.0 버전보다 화질이 다섯 배 이상 높은 500만 화소다. 삼성전기는 이르면 다음달 4.0 버전을 본격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업은 '삼성 전장군단'…전기차 부품 판도 흔든다

[단독] 테슬라 카메라모듈 수주…삼성전기 5조 잭팟
삼성전기가 미국 테슬라에 전기자동차용 카메라모듈을 대량 공급하게 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주요 경쟁사를 제치고 따낸 대규모 수주로 시장 판도를 흔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기를 비롯해 삼성전자 삼성SDI 등 ‘삼성 전장 군단’의 브랜드 영향력도 함께 높아지는 분위기다.

○테슬라 핵심 부품 공급처로 선정

8일 전자부품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이번 수주를 계기로 테슬라 부품 핵심 공급처로 자리 잡았다. 국내 전자부품업체가 세계 전기차 시장 1위인 테슬라의 주요 공급처가 된 것은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삼성전기는 2010년 차량용 카메라모듈 시장에 진출해 이 분야에선 후발주자였다. 그동안 테슬라 전기차에 장착되는 카메라모듈 공급 비중은 삼성전기가 30%, LG이노텍이 70% 수준이었다. 이번 수주로 삼성전기가 80%, LG이노텍은 20% 선으로 뒤집힌다. 삼성전기가 전기차 카메라모듈 공급에서 LG이노텍을 앞지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슬라는 향후 출시할 전기차의 카메라모듈 사양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이번 공급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가 이르면 다음달 양산하는 카메라모듈 4.0은 500만 화소로, 기존 카메라모듈 3.0(100만 화소)보다 다섯 배 높은 사양이다. 사물을 인지·감지하는 센싱 기능도 강화됐다.

이번 공급 계약을 시작으로 삼성전기의 테슬라 부품 공급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테슬라는 고사양이면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카메라모듈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새 먹거리 시장 열려

전기차용 카메라모듈은 최근 전장 부품시장에서 새로운 핵심 먹거리로 떠올랐다. 자율주행 기능이 포함된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카메라모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로 위 위험 요소를 확인하고, 자율주행이나 주행보조 기능이 정확하게 작동하도록 돕는 게 카메라모듈의 핵심 기능이다. 카메라모듈은 주변 환경을 감지하는 이미지센서, 화상을 보는 렌즈 등으로 구성된다.

전기차 한 대에 들어가는 카메라모듈은 2020년 2개에서 지난해 7~8개로 증가했다. 올해부터는 12개까지 늘어났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차량용 카메라모듈 출하량은 2억3000개로 전년 대비 35% 증가할 전망이다. 2025년까지 연평균 30%씩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기는 그동안 카메라모듈을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 등에 주로 공급해왔다. 하지만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은 시장 둔화 등으로 공급단가가 뚝 떨어졌다. 지난해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의 평균 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35.4% 하락했다. 차량용 카메라모듈은 스마트폰용보다 가격도 2~3배 비싸다.

삼성전기는 2020년께부터 차량용 카메라모듈을 신사업으로 키우는 데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부터 한층 개선된 기술력을 인정받아 이번 수주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삼성전기의 테슬라 카메라모듈 수주 규모는 4900억원에 불과했다.

○‘삼성 전장군단’ 입지 강해져

전장 부품시장에서 ‘삼성’ 브랜드의 존재감은 더 커질 전망이다. 삼성과 테슬라 간 협업 사례가 속속 늘어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지난해 9월 대만 TSMC를 제치고 테슬라 차세대 자율주행칩 위탁생산을 수주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삼성 주요 계열사와 테슬라가 지속적으로 협력하면서 거래하는 추세”라며 “테슬라가 삼성의 기술력과 성능을 인정하면서 삼성 전장 군단의 입지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전장 부품 관련 삼성 계열사가 시너지를 발휘해 추가 수주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엔 폭스바겐에 전기차용 시스템 반도체를 공급했다. 삼성SDI는 올해부터 ‘제2의 테슬라’로 꼽히는 미국 전기차업체 리비안에 전기차 배터리를 본격 공급하고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