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대가 하워드 막스의 조언 "증시를 이끄는 건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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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막스 메모 국내 독점 전재
강세장 핵심 키워드는 ‘심리’
FAAMG, SPAC, 암호화폐 등이 강세장 이끌어
"리스크 회피와 손실에 대한 분별력 갖춰야"
강세장 핵심 키워드는 ‘심리’
FAAMG, SPAC, 암호화폐 등이 강세장 이끌어
"리스크 회피와 손실에 대한 분별력 갖춰야"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9일(현지시간) '강세장 각운(Bull Market Rhymes)'이라는 제목으로 투자자들에게 전달한 메모를 통해 “강세장을 이끄는 건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아닌 심리”라고 강조했다.
막스 회장은 2020년부터 시작된 강세장을 해석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로 ‘심리’를 제시했다.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심리를 분석하면 시장의 등락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강세장의 흐름 속에서 신중함, 현실론, 리스크 회피 등은 부를 쫓는 꿈의 걸림돌이 될 뿐”이라며 “강세장이 진행될 때는 합리적인 우려가 일반적으로 무시된다”고 말했다.
강세장을 이끈 주요 요소로는 팜(FAAMG·페이스북 아마존 MS 구글 애플),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암호화폐를 꼽았다. 그는 “FAAMG의 엄청난 성공으로 기술주 전반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대두됐다”며 “이 때문에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들이 IPO 전면에 부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SPAC도 강세장을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2013년 10개에 불과했던 SPAC은 2021년 613개로 급증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도 강세장에 일조했다. 2020년 5000달러였던 비트코인은 2021년 6만800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는 “FAAMG, SPAC, 암호화폐 등이 2020년부터 기록한 눈부신 성과는 투자 열풍을 부채질하고 투자자들의 낙관론을 자극했다”며 “새로운 투자 수단과 방식이 강세장을 형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세장 이후 다가올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리스크 회피와 손실에 대한 분별력을 갖춰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상승기에 가장 높게 올라간 주식은 하락기에 가장 낮게 내려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강세장 심리가 고조되는 시기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경계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게 막스 회장의 조언이다.
그는 “특정한 자산의 가격은 펀더멘털에 사람들이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해져서 결정된다”며 “펀더멘털을 대하는 태도는 분석이나 예측보다 심리적‧감정적인 요소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가치투자의 대가 하워드 막스는 미국 부실채권 전문 사모펀드사인 오크트리캐피털의 공동 창업자이자 회장이다. 오크트리캐피털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1500억달러(약 170조원)에 이른다. 막스 회장은 시장이 좋을 때는 관망세를 보이다가 환경이 악화되면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시장역행투자자(contrarian)'로 유명하다.
아래는 막스 회장이 오크트리 고객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메모의 전문.
저는 글을 쓸 때 수많은 격언과 인용구를 활용하지만 제가 주로 애용하는 출처는 그 수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 중 하나는 마크 트웨인이 남긴 것으로 널리 알려진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각운은 맞춘다’입니다. 그가 1874년에 이 문장의 전반부를 사용했다는 사실은 잘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후반부는 그가 정말로 했던 말인지를 증명할 만한 확실한 증거가 없습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 이들이 비슷한 맥락의 문장을 남겼으며 1965년에 정신분석학자 시어도어 라이크(Theodor Reik)는 <닿을 수 없는 것들(The Unreachables)>이라는 제목의 에세이에서 사실상 같은 문구를 썼습니다. 단어가 좀더 추가되기는 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그의 문장이 최고입니다.
등락하는 주기가 반복되지만 상황이 진행하는 방향은 근본적으로 동일하며 약간의 변형이 있을 뿐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은 그리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다. 역사는 단지 각운을 맞출 뿐이다.
투자의 역사에서 상황은 반복되지 않지만 익숙한 주제들은 틀림없이 되풀이되며 특히 행동과 관련된 주제들은 그러합니다. 제가 고찰하는 것은 이러한 주제들입니다.
지난 2년간 우리는 라이크가 언급했던 등락의 극적인 실례를 목격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투자자 행동과 관련하여 몇몇 전형적인 주제들이 다시금 등장하는 상황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 것들이 이 메모의 주제입니다.
이 메모가 시장의 향후 전망을 가늠하는 것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미리 밝혀 두고자 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초래됐던 2020년 3월 저점을 기점으로 강세장이 시작됐습니다. 그 이후로 경제 안(인플레이션)과 밖(우크라이나)으로 심각한 문제들이 전개되고 있고 급격한 조정을 겪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그 누구도 지금의 상황이 누적돼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제가 이 메모를 쓰는 유일한 목적은 최근의 상황들을 역사의 맥락에서 살펴보고 그 안에 내포된 몇 가지 교훈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제가 판단하는 진정한 강세장과 그에 따른 하락장의 종료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2000년에 기술·미디어·통신 거품이 터지기 직전으로 22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이 점이 중요합니다. 제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 중 다수가 당시의 상황을 경험하지 못하고 그 이후에 투자에 발을 들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2008~2009년 세계 금융 위기와 2020년 코로나 사태 이전의 상승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고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제 의견은 두 경우 모두 상승이 점진적이었으며 급격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과열된 투자 심리에 이끌리지 않았습니다. 주가가 미친 듯이 폭등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두 경우 모두 위기의 원인은 높은 주가가 아니었습니다. 전자의 경우 주택 시장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담보부 증권 시장의 과열이 발단이었으며 후자의 경우에는 코로나19의 발생과 그 확산을 막기 위한 각국 정부의 경제 봉쇄 결정이 붕괴의 원인이었습니다.
제가 위에서 언급한 ‘진정한 강세장’은 아래와 같이 ‘인베스토피아’ 등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정의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 금융시장에서 자산이나 증권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시기
• 일반적으로 주가가 20% 하락한 이후에 20% 상승하는 상황
첫 번째 정의는 지나치게 무미건조해서 강세장의 심리적 본질을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며 두 번째 정의는 근거 없는 정확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강세장은 주가 퍼센트 변동률로 정의될 수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강세장은 시장에서 체감하는 느낌과 그 배경이 되는 심리 그리고 그러한 심리가 촉발하는 행동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장 적절합니다.
(제가 투자를 시작했을 무렵만 해도 강세장과 하락장을 수치화해 구분하지 않았으며 저는 그런 기준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의 신문 기사 몇 개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5월 20일에 S&P 500 지수는 고점과 대비해서 ‘마법의 숫자’인 20% 선 밑으로 하락했습니다. 그러자 5월 21일자 <파이낸셜타임스>는 “어제 뉴욕 증시가 하락장에 돌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장 막판에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하락폭이 20% 직전에서 마감되자 같은 날 <뉴욕타임스>는 “S&P 500 지수가 하락했지만 … 하락장은 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S&P 500 지수 하락률이 19.9%인지 아니면 20.1%인지가 정말로 중요할까요? 그래서 저는 하락장의 옛날식 정의를 더 선호합니다. 바로 안절부절못하게 하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S&P 500 지수가 1957년에 오늘날의 형태를 갖춘 이후로 65년 동안 연 평균 수익률이 10%를 약간 상회한다면 어째서 매년 10%씩 수익률을 올리지 못하는 걸까요? 제 메모 행복한 중용(The Happy Medium) (2004년 7월)에서 제가 제기했던 의문을 다시 인용하자면, 이 기간 동안 수익률이 8%와 12% 사이였던 해는 고작 여섯 차례에 불과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 기간 중 90%는 평균과 거리가 멀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설명이라고 부를 만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즉 초과와 조정이었습니다. 만약 증시가 기계장치라면 세월이 지나도 일정하게 작동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하지만 그와는 달리 투자자 의사결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심리로 시장의 등락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과열된 강세장 분위기로 접어들면 투자자들이 (a) 모든 종목이 영원히 상승할 것이며 (b) 자산을 매수할 때 자신이 지불한 대가와는 상관없이 누군가가 더 높은 가격으로 되살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더 큰 바보 이론’). 이처럼 낙관론이 득세하면,
• 주가가 기업 이익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공정가치를 큰 폭으로 넘어섭니다(상방 초과).
• 결국 투자 환경의 여건이 실망감을 초래하거나/하고 과열된 주가의 우매함이 명확하게 드러나면서 주가가 공정가치까지 떨어지고(조정) 그 아래로까지 내려갑니다.
• 주가 하락으로 인해 비관론이 더 확산하면서 결국 주식의 가치를 훨씬 하회하는 주가를 초래합니다(하방 초과).
• 그에 따른 저가 매수 투자자의 매입으로 인해 하락했던 주가가 공정가치를 회복합니다(조정).
상방 초과는 수익률이 평균을 웃도는 기간을 구성하며 하방 초과는 수익률이 평균을 밑도는 기간을 구성합니다. 다른 수많은 요인들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초과와 조정’으로 대부분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2020~2021년에 다수의 상방 초과가 관찰됐으며 지금은 조정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코로나 사태 초기에 전형적인 자산 가격 붕괴를 목격한 바 있습니다. 일례로, S&P 500 지수는 2020년 2월 19일 당시 역사상 고점이었던 3,386까지 도달했으나 불과 34일 만인 3월 23일에는 2,237로 3분의 1이 폭락했습니다. 그 이후로 다수의 요인들이 결합하여 거대한 주가 상승을 견인했습니다.
• 연준은 연방기금금리를 거의 0으로 인하했으며 이에 동참하여 재무부는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습니다.
• 이러한 조치들로 인해 투자자들은 이들 기관이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 금리가 인하되자 투자에 요구되는 기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 이러한 요인들이 결합되면서 투자자들은 바로 직전부터 감수하고 있던 리스크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습니다.
• 자산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8월 말이 되자 S&P 500 지수가 하락을 만회하고 2월 고점을 돌파했습니다.
• FAAMG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 소프트웨어 주식을 비롯한 기술주가 급상승하면서 시장을 한층 더 끌어올렸습니다.
• 결국 투자자들은―시장이 순조로울 때면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그 같은 상황을 좀더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강세장 심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위의 마지막 요인에 언급된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이 주가 상승을 미래를 예견하는 긍정적인 징후로 여긴다는 점입니다. 다수가 낙관론으로 돌아섰습니다. 지금까지 거둔 이득이 과도하며 미래의 수익률을 미리 당겨왔을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추세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반전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소수입니다.
따라서 제가 좋아하는 격언이 또 하나 생각납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50년 전에 제가 처음 배운 격언 중 하나인 ‘강세장을 구성하는 세 단계’가 그것입니다.
• 첫째, 미래를 예측하는 소수의 집단이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믿기 시작합니다.
• 둘째, 대부분의 투자자가 실제로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 셋째, 모두가 상황이 영원히 좋아질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시장이 주로 연준 덕분에 2020년 3월의 절망에서 5월에는 호황으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간 동안 제가 가장 빈번하게 접한 감정은 의구심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제가 가장 자주 들은 질문 역시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고 경제가 봉쇄된 마당에 만약 여건이 그토록 불리하다면 시장의 상승이 잘못된 일 아니냐?”였습니다. 낙관론자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매수자는 다수가 지금은 고인이 된 제 장인이 생전에 ‘수갑 찬 자원자들’이라고 불렀던 세력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원해서 매수를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현금 수익률이 너무나도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수를 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시장이 상승하기 시작하자 너도나도 뒤처질까 두려워한 나머지 추격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를 밀어 올렸습니다. 이처럼 시장의 활황은 긍정적인 기업 실적이나 낙관적 심리가 아닌 연준의 자본시장 조작에 따른 결과물로 보였습니다. S&P 500 지수가 연초 대비 16.3%, 3월 저점 대비 67.9% 상승한 2020년 말에 가서야 겨우 투자자 심리가 불붙은 주가를 따라잡았습니다.
2020년 강세장은 첫 번째 단계를 건너 뛰었고 두 번째 단계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는 점에서 제가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시장이었습니다. 3월 말만 해도 희망이 전무했던 다수의 투자자들이 같은 해 하반기에는 낙관으로 직행했습니다. 이는 일부 주제들이 되풀이될지언정 역사가 똑같이 반복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이 중대한 착각임을 상기시켜주는 좋은 예입니다.
강세장은 용어의 정의상 과열, 확신, 맹신 그리고 지나고 나면 과도했던 것으로 밝혀지는 수준의 비싼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고 자산을 매수하려는 마음으로 특징지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향을 절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과거의 역사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강세장을 정당화하는 지성적 혹은 감성적 근거는 과거의 역사를 기억해서 절하할 수 없는 새로운 원인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a) 시장이 강세장에 진입하는 행동을 보이고 (b) 가치가 과대하게 평가되며 (c) 새로운 투자 수단/방식을 주저 없이 받아들이게 되면 많은 경우 매우 고통스러운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역사가 충분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증시가 폭등한 후에는 일반적으로 20~50% 하락이 뒤따른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혹은 모두가 알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그러한 폭등은 일어나고 되풀이되기 마련이며 제가 고등학교 시절 영어 시간에 배웠던 ‘불신의 자발적 유예’에 의해 불이 붙습니다. 제가 매우 좋아하는 글을 하나 더 인용해 보겠습니다.
도취를 … 조장하는 현재나 과거에 거의 이목을 끌지 못했던 두 가지 요인이 추가로 존재한다. 첫째는 금융에 관련된 기억력이 지극히 나쁘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금융 위기는 금세 잊히고 만다. 더 나아가, 동일하거나 상당히 유사한 상황이, 경우에 따라서는 불과 몇 년 만에, 재발하더라도 많은 경우 젊음이 넘치고 절대적인 확신에 가득 찬 세대에 의해 금융계와 경제계를 뒤흔들 혁신적인 발견으로 떠받들어지곤 한다. 금융계만큼 역사가 홀대를 받는 분야도 드물다. 과거의 경험은, 그나마 기억 속에 남아 있다는 전제하에, 경이로운 현재를 알아보는 통찰력을 갖추지 못한 자들의 미개한 피난처로 업신여김을 받는다.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금융 도취의 짧은 역사(A Short History of Financial Euphoria)>(1990)―강조 표시 추가)
저는 30년 넘게 여러 번 위의 글을 독자들에게 소개해왔습니다. 중요한 사항들을 너무나도 명쾌하게 요약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글에서 적시하고 있는 행동에 대한 저의 해설을 덧붙인 적은 아직까지 없었습니다. 저는 투자자들이 정말로 기억력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저울의 한쪽에는 역사에 대한 지식과 신중함의 당위성이 자리를 잡고 있는 반면에 다른 한쪽에는 부를 쫓는 꿈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승리하는 쪽은 항상 후자입니다. 기억, 신중함, 현실론, 리스크 회피는 그 꿈에 걸림돌이 될 뿐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강세장이 진행될 때는 합리적인 우려가 일상적으로 무시됩니다.
역사적 규준을 초과하는 가치평가를 합리화하는 지성적 정당화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1987년 10월 11일에 아니스 월러스(Anise Wallace)는 ‘이번 시장 사이클이 다르지 않은 이유’라는 제하의 <뉴욕타임스> 기사를 통해 이러한 현상을 기술한 바 있습니다. 당시 비정상적으로 높은 주가를 합리화하기 위해 낙관적 사고가 팽배해 있었지만 월러스는 그것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74세인 뮤추얼펀드 매니저 존 템플턴에 따르면 투자에 있어서 가장 위험한 말은 ‘이번에는 다르다’이다. 증시가 천장이나 바닥에 이르면 투자자들은 감정에 휘둘린 결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그런 생각을 갖게 된다.
내년 한 해 많은 투자자들이 높은 주가를 옹호하기 위해 그런 말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지금 우편으로 수표가 가고 있는 중이에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와 똑같이 대응해야 한다. 브로커나 자산운용사에서 무슨 소리를 하든 간에 강세장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1년까지 가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8일 후에 세계는 ‘검은 월요일’을 경험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하루 만에 22.6% 폭락했습니다.
강세장을 정당화하는 또 다른 근거로 특정한 업종의 미래는 확실한 성공이 보장된다는 믿음을 들 수 있습니다. 이는 1960년대 말 니프티 피프티 성장기업들, 1980년대 디스크드라이브 제조업체들, 1990년대 말 통신·인터넷·전자상거래 기업들에 적용됩니다. 세 경우 모두 세상을 뒤바꿀 것으로 기대됐고 과거의 실적 때문에 투자자들의 상상력과 높은 주가를 기꺼이 감수하는 태도를 억제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실제로 뒤바뀌었습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합당하다고 믿었던 과대 평가된 가치는 유지되지 않았습니다.
다수의 강세장에서 제가 ‘슈퍼스톡(super stocks)’이라고 부르는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종목 집단이 등장합니다. 이러한 주식들이 급등하면 투자자들 사이에 낙관론이 확대됩니다. 흔히 시장의 특징으로 대변되는 순환 작용이 일어나면서 낙관론의 확대는 주가를 더 높이 끌어올립니다. 또한, 이러한 확신과 가치 절상은 상대 가치 비교 및/또는 전반적인 투자자 심리 호전으로 인해 일부 주식 종목 집단에―혹은 모든 종목 집단에―유리하게 작용합니다.
2020~2021년에 투자자들을 흥분시켰던 기업들의 명단을 보면, 그 전까지 시장 지배력과 확장 역량이 입증된 적이 없었던, FAAMG이 맨 위쪽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FAAMG의 비약적인 성과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강세장을 향한 광범위한 반등을 뒷받침했습니다. 2020년 9월(즉 6개월 내)에 이 종목들이 3월 저점과 대비하여 거의 두 배 상승했으며 연초 대비 61% 급등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사실로서, 이들 5개 종목은 S&P 500 지수 가중치가 높기 때문에 이들 기업의 성과가 전반적인 지수 상승으로 이어졌지만 나머지 495개 종목의 평범한 성과는 그로 인해 거의 이목을 끌지 못했습니다. 슈퍼스톡의 성과는 투자자들의 열정에 불을 당기면서 코로나 사태의 지속이나 그 외의 다른 리스크에 대한 우려에는 등을 돌리게 만들었습니다. FAAMG의 엄청난 성공으로 인해 기술주 전반에 걸친 긍정적인 시각이 화려하게 대두됐습니다. 관련 업종의 종목들에 대한 수요가 치솟았으며 투자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으로서 강력한 수요가 공급을 부채질하고 떠받혔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가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의 IPO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1990년대 말 기술주 거품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의 IPO는 상대적으로 드물었습니다. 거품 시기에 규준으로 정착되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는 빈도가 다시 급감했습니다. 2020~2021년 강세장에서 투자자들이 기술 기업의 사업 확장 욕구와 바이오테크 기업들의 신약 임상시험 지출 필요성에 순순히 수긍하면서 수익성이 결여된 기업의 IPO가 다시금 전면에 부상했습니다.
미래가 유망한 기업들이 강세장의 연료를 공급하면 시장에 새로 등장한 투자 수단은 시장의 과열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SPAC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투자자들은 (a) 2년 내에 인수가 한 건도 종결되지 않거나 (b) 투자자들이 인수 제안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투자금을 이자와 함께 전액 회수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하에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투자기구에 백지수표를 위임했습니다. 이는 ‘잃을 것이 전혀 없는 제안’(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말)으로 보였으며 SPAC의 수는 2013년 10개에 불과했던 것이 2019년에는 59개, 2020년에는 248개, 2021년에는 613개로 급증했습니다. 몇몇은 큰 수익을 올렸고 다른 경우라 하더라도 투자자들은 투자금과 이자를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검증이 미흡한 이 새로운 혁신에 대한 의심의 결여는―강세장 심리를 발판으로―역량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어떤 인수가 됐든 인수에만 성공한다면 거액의 보수를 챙길 수 있는 SPAC가 우후죽순으로 설립되는 상황을 용인했습니다.
현재 2020년 이후로 인수를 종결하여 (투자자들의 승인을 얻어) 해산된 SPAC는 발행가 10.00달러를 기준으로 평균 5.25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투자 수단이―잃을 것이 전혀 없는 제안이라는 만병통치약에 혹한―투자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판명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SPAC를 지지하는 진영에서는 이것이 기업을 공개하는 대안적인 수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제가 우려하는 점은 그 잠재적인 유용성이 아닙니다. 저는 과열기에 투자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혁신을 얼마나 무턱대고 받아들이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새로운 투자 수단/방식 (the new thing)’이 강세장에 일조하는 방식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새로운 원인들이 수반되는 또 다른 동적 현상을 언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 로빈후드 마켓츠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 수수료가 면제되는 주식, ETF, 암호화폐 거래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닥치자 카지노와 스포츠 도박이 중단되면서 사람들이 ‘증시에서 노는’ 상황을 부추겼습니다.
• 직장을 잃지 않은 수백만 명에게 두둑한 경기부양 지원금이 지급되자 상당수 국민이 코로나 기간 동안 가처분 소득이 증가하는 상황을 경험했습니다.
• 레딧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투자 행위를 집안에 격리된 사람들의 사회활동으로 변모시켰습니다.
• 그로 인해 온라인상에서 초보 투자자들이 대거 모집됐으며 그 중 상당수는 투자의 이점을 깨닫는 데 필수적인 경험이 전무했습니다.
• 신참자들은 ‘주가는 우상향한다’는 유명한 사교 교주의 말에 현혹됐습니다.
• 그 결과 다수의 기술주와 ‘밈 주식’이 폭등했습니다.
언급할 만한 중요성이 있는 마지막 요소는 암호화폐입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지지자들은 다양한 용도와 더불어 잠재적인 수요에 비해 제한적인 공급을 거론합니다. 반면에, 회의론자들은 현금흐름과 내재가치의 부재, 그리고 그로 인해 공정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어느 쪽 주장이 옳건 간에 비트코인이 강세장 수혜자의 몇 가지 특징을 보이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 비교적 새로운 투자 수단/방식 입니다(등장한 지는 14년이 지났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지하게 된 것은 5년에 불과합니다).
• 2020년에는 5000달러였던 가격이 2021년에는 6만8000달러까지 급등했습니다.
• 갤브레이스의 표현을 빌자면, 구세대는 그 가치를 지각할 만한 ‘통찰력을 갖추지 못한’ 집단임이 분명합니다.
• 이러한 맥락에서, 비트코인은 갤브레이스가 말한 ‘젊음이 넘치고 절대적인 확신에 가득 찬 세대에 의해 금융계와 경제계를 뒤흔들 혁신적인 발견으로 떠받들어지는’ 투자 수단의 정의를 완벽하게 충족합니다.
비트코인은 2021년 고점에 비해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수천 종의 암호화폐는 하락폭이 훨씬 컸습니다.
FAAMG, 전반적인 기술주, SPAC, 밈 주식, 암호화폐가 2020년에 기록한 눈부신 성과는 투자 열풍을 부채질했으며 투자자들의 전반적인 낙관론을 더욱 확대했습니다. 기존에 듣도 보도 못한 투자 수단이 부재한 상태에서도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강세장이 형성되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새롭고도 새로운 투자 수단/방식의 부상 (New New Thing)’과 ‘이번에는 다르다’는 믿음은 되풀이되는 여러 강세장 주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들입니다.
• 자산 가격이 상승합니다.
• 공포심보다 탐욕이 커집니다.
• 뒤쳐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돈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밀어냅니다.
• 리스크 회피와 경계심이 사라집니다.
리스크 회피와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분별력을 갖춘 안전한 시장을 유지시킨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위에 열거된 상황들은 통상적으로 서로 결합되면서 시장을 부양하고 경계심과 신중함을 몰아내며 시장을 위험한 지경에 빠뜨립니다.
저는 2007년 제 메모 바닥을 향한 경주(The Race to the Bottom) 에서 투자자와 자본 제공자의 수중에 돈이 너무 많으면 돈을 굴리려는 의욕이 과해져서 유가증권과 대출 기회에 과도하게 공격적으로 투자하게 된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과열된 투자는 기대 수익률을 낮추고 리스크를 높이는 동시에 담보 구조를 약화시키고 오차 범위를 축소합니다.
• 신중한 투자자라면 원칙을 고수하면서 “8% 이자율과 엄격한 재무 약정을 요구한다”고 말합니다.
• 경쟁자는 “7% 이자율을 수락하고 재무 약정을 줄이겠다”고 응수합니다.
•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 투자자는 투자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나머지 “6% 이자율에 동의하고 재무 약정을 면제하겠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바닥을 향한 경주입니다. “최악의 대출은 최선의 시기에 나온다”는 말이 흔하게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직전의 손실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추가적인 손실을 두려워하는 시기에는 벌어질 수 없는 일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연준의 전면적인 대응으로 역대 최장 기간인 10년 이상 동안 경제가 회복되고 증시가 상승하면서 다음과 같은 상황들이 전개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 적자 기업의 IPO가 줄을 이었습니다.
• 리스크가 높은 CCC 등급 채권을 포함하여 하위 투자 등급 채권의 발행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 신중한 시기였다면 대주들이 기피했을 가능성이 높은 기술이나 소프트웨어 업종처럼 변동성이 심한 산업의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했습니다.
• 기업 인수와 매수 거래의 가치평가 배수가 상승했습니다.
• 리스크 프리미엄이 축소됐습니다.
또한, 유리한 여건이 전개되면서 레버리지 이용을 부추겼습니다. 레버리지는 이익과 더불어 손실도 증폭시키지만 강세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이익을 확신하고 손실 가능성을 등한시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미미한 이자 비용을 감수하면서―부채를 일으켜 성공에 따른 보상을 확대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상승 사이클 막바지에 비싼 대가를 지불한 투자에 부채를 늘리는 것은 성공을 보장하는 공식이 아닙니다. 상황이 악화되면 레버리지가 불리하게 돌변합니다. 또한, 투자은행이 사이클 후반부에 매수자를 물색할 길이 없는 부채를 발행할 경우 꼼짝없이 물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은행의 대차대조표에 ‘걸려 있는’ 부채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예고하는 ‘탄광의 카나리아’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오래된 투자 격언을 신봉하는 사람으로서 지금 이 시점에 제가 생각하기에 사이클과 관련된 투자자 행동을 표현한 최고의 격언을 하나 인용하고자 합니다. ‘현명한 자가 처음에 하는 일을 우둔한 자는 마지막에 한다’가 바로 그것입니다. 팽배한 비관론 때문에 가격이 낮은 상태인 강세장 1단계(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과 2020년 코로나 확산 초기)에서 매수하는 투자자는 낮은 리스크에서 높은 기대 수익률을 올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서 대전제는 투자할 자금과 투자를 실천할 배짱입니다. 하지만 강세장이 가열되면서 높은 수익률이 투자자들의 낙관론을 부추기는 단계가 되면 열의, 맹신, 위험 감수 같은 요인들이 보상을 제공합니다. 강세장 3단계에 진입하면 신참자들이 공격적으로 매수하면서 한동안 주가를 높은 수준으로 떠받들게 됩니다. 정작 필요한 순간에 경계심, 선별력, 원칙이 자취를 감춥니다.
기분이 흡족한 상태이고 위험 감수에 따른 보상을 받은 투자자가 투자 기회에 대해 더 이상 분별력을 발휘하지 않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 특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자는 몇몇 ‘새로운 투자 수단/방식’이 성공을 거둘 것으로 확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업종의 모든 종목이 호조를 보일 것이므로 선별이 불필요하다는 결론에 최종적으로 도달합니다.
위에 언급된 모든 이유 때문에 ‘강세장 심리’라는 용어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부주의한 행동과 높은 수준의 위험감수도를 암시하므로 투자자는 고무적이라기보다는 우려스럽다고 판단해야 합니다. 워런 버핏의 말처럼 “주변에서 신중함을 잃어갈수록 우리는 신중함을 더해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반드시 강세장 심리가 고조되는 시기를 파악하고 경계심을 가져야 합니다.
저는 투자자 심리 분석(On the Couch) (2016년 1월)에서 “현실 세계의 일들은 ‘아주 좋다’와 ‘별로 좋지 않다’를 반복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투자 세계에서는 인식이 ‘완벽’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썼습니다. 시장이 심각하게 과잉 반응을 보이는 양상은 투자자 행동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강세장에서 투자자는 전례가 없고 가능성이 희박하며 어려운 일들이 틀림없이 실현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와는 달리, 상승세가 덜한 시기에는 희망적인 경제 뉴스나 ‘수익 기대치 상회’가 매수를 자극하지 못하며 설사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기존에 투자에 나서지 않았던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습니다. 이처럼 불신의 자발적 유예가 더 이상 관찰되지 않으며 심리가 부정적으로 반전합니다.
투자자는 사실상 모든 뉴스를 보도되는 방식과 그때의 기분에 따라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열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만평 중 하나로 벌써 수십 년 전에 신문에 실렸지만—래빗이어 안테나와 TV세트의 깊이를 살펴보세요—캡션을 읽어 보면 지금 이 순간과도 분명히 관련성이 있습니다) 제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완벽에서 절망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감안할 때 지배적인 내러티브는 뒤집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합리적으로 판단할 때 강세장을 뒷받침하는 주장이 타당한 상황에서 모든 여건이 순조로운 경우에는 투자자가 그러한 주장을 확고부동하게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주장의 결함이 일부 드러나면 전체가 틀린 것으로 매도됩니다.
• 좋았던 시기(1년 전)에 기술주 상승론자들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수익이 증가할 테니 성장주를 매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지금은 그때와는 달리 “미래의 잠재력에 기반한 투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확정이 가능한 현재가치와 합리적인 주가를 갖춘 가치주에 집중해야 한다”는 소리가 들립니다.
• 마찬가지로, 위풍당당했던 시기에는 적자 기업 IPO에 동참하는 투자자들이 “기업이 적자를 기록하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확장을 위한 지출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조정장에서는 상당수가 “누가 적자 기업에 투자하겠는가? 그런 기업은 현금을 날려 버릴 뿐이다”라고 말합니다.
오랜 시간 시장을 주시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산 가격이 오로지 펀더멘털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특정한 자산의 가격은 펀더멘털에 사람들이 그러한 펀더멘털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해져서 결정됩니다. 따라서 자산 가격의 변동은 펀더멘털의 변동 및/또는 사람들이 그러한 펀더멘털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동이 더해져서 결정됩니다. 기업의 펀더멘털은 이론적으로 ‘분석’이라고 부르는 행위에 달려 있으며 심지어는 예측이 가미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면에, 펀더멘털을 대하는 태도는 심리적/감정적이며 분석이나 예측의 영향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훨씬 빠르고 극적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관한 격언들 역시 존재합니다.
• 풍선의 공기는 들어갈 때보다 빠질 때가 훨씬 빠르다.
• 어떤 일이 벌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만 일단 벌어지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
두 번째 격언의 경우 제 경험에 따르면 주가가 반응하지 않는 상태에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상황이 장기간 누적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임계점에 도달하면―펀더멘털 또는 심리의 측면에서―그동안 누적된 상황이 일순간에 주가에 반영되며 때로는 과도한 양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그래도 굳이 말하자면―강세장에서 주도주를 대량으로 보유한 투자자는 매우 우수한 실적을 올립니다. 그리고 오로지 이런 주식에만 집중했던 현명한 혹은 운 좋은 펀드 운용사는 낙관론이 만연한 상황에서 최상의 수익률을 달성하고 신문 1면과 케이블TV 프로를 장식합니다. 일전에 저는 투자업계가 어쩌다 한 번 옳았던 덕분에 유명세를 탄 인사들로 넘쳐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강세장을 주도한 업종에 비중을 확대했던 현명한 혹은 운 좋은 펀드 운용사도 거기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상승기에 가장 높이 올라간 주식은 하락기에 가장 낮게 내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들어맞는 격언들은 일상에서도 쓰는 것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관련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 ‘올라간 것은 반드시 내려온다’, ‘높이 올라갈수록 세게 떨어진다’가 그것입니다.
• 존재감이 희미했던 한 기술주 펀드의 경우 2020년에 157%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일약 명성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2021년에는 23%가 하락했으며 2022년 들어서는 현재까지 추가로 57% 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9년 말일에 투자한 100달러는 1년 후에는 257달러로 불어났지만 지금은 85달러까지 주저앉았습니다.
• 변동성이 다소 작았던 또 다른 기술주 펀드의 경우 2020년에 48% 상승했지만 현재까지 48%가 하락했습니다. 불행하게도, 48% 상승에 이은 48% 하락은 본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100달러를 투자해서 22달러를 잃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 세 번째 기술주 펀드는 1년차에는 경이로운 291% 수익률을 달성했지만 이후 3년간 21%, 60%, 61%가 내리 하락했습니다. 4년 투자 기간이 시작되는 시점에 투자한 100달러가 4년 후에는 43달러로 감소했으며 믿기지 않는 첫해 말 수익률과 비교하면 89%가 하락했습니다. 잠깐만. 현재의 상승/하락 장세는 아직 4년이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여기 인용한 수치는 직전의 기술주 거품이 부풀었다 붕괴된 1999~2002년의 결과입니다. 현재의 실적 패턴이 과거의 반복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기 위해 예로 든 것뿐입니다.
저는 앞에서 최초로 거래 수수료를 면제한 로빈후드를 언급했습니다. 로빈후드는 2020~2021년 강세장에서 디지털이 담당했던 역할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로빈후드는 2021년 7월에 38달러로 상장했으며 다음 한 주 동안 주가가 85달러로 치솟았습니다. 현재 주가는 10달러로 지금으로부터 1년도 채 지나기 전에 기록했던 고점과 대비하여 88%가 급락했습니다.
하지만 평균 지수는 그 정도로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022년에 ‘고작’ 27.4% 하락했습니다. 이번 강세장의 특징 중 하나는 가중치가 가장 높은 대형주들이 주도적으로 상승하면서 지수를 밀어 올렸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나머지 주식들에는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봅시다. 나스닥 전체 주식의 22%가 최소 50% 이상 하락했습니다. (이 수치와 아래에 열거된 수치는 5월 20일을 기준으로 산정했습니다)
제가 무작위로 선정한 몇몇 최상위 유명 기술/디지털/혁신 주식들의 하락폭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마도 개중에는 고점을 이어갈 당시 여러분이 매수에 나서지 않았던 것을 통한했던 주식들도 일부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시장 가격은 펀더멘털에 근간한 명석한 투자자들의 합의에 의해 정해진다고 가정합시다. 만약 그 가정이 옳다면 어째서 이 모든 주식이 그처럼 크게 하락했을까요? 정말로 이 기업들의 가치가 지난 몇 달 동안 절반 이상 감소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런 식의 의문은 제가 종종 제기하는 물음으로 이어집니다. 증시가 큰 폭의 상승을 거듭하던 시기에 비트코인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둘 간에 상관관계가 존재해야 할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까요? 국제적인 연관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본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 유럽과 미국 증시가 그 뒤를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증시가 앞장을 서고 일본이 따라서 하락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이들 국가의 펀더멘털이 동조화된 움직임을 보일 정도로 연계되어 있는 걸까요?
이 모든 물음들에 대한 저의 대답은 대개 ‘아니다’입니다. 공통분모는 펀더멘털이 아니라 심리이며 후자가 크게 변화할 경우 이 모든 분야에 비슷하게 영향을 미칩니다.
• 낙관론은 엄청난 성과를 보이는 분야를 중심으로 확산됩니다.
• 파급력은 심리와 주가의 측면에서 특히 억눌렸던 기반으로부터 상승 추이가 시작될 때 가장 강력합니다.
• 강세장 심리는 우려가 사라지고 위험감수도 수준이 높아지면서 공격적인 행동을 야기하는 상황을 수반합니다. 위험 감수가 보상을 받으며 철저한 주의의 필요성이 간과됩니다.
• 고수익률이 새로운 대상, 가능성이 희박한 대상, 낙관적인 대상에 대한 믿음을 뒷받침합니다. 군중이 이러한 대상의 강점을 확신하게 되면 ‘지나치게 높은 주가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이러한 영향은 (주가와 더불어) 지속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하면 궁극적으로 진정됩니다.
• 부풀려진 시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대외적인 요인에 취약합니다.
• 가장 크게 상승한 자산일수록―그리고 그에 대한 비중을 확대했던 투자자일수록―고통스러운 조정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이러한 주제들이 전개되는 광경을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오로지 펀더멘털의 변화에만 관련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원인은 대부분이 심리적인 것이었으며 심리가 작동하는 방식은 바뀔 가능성이 낮습니다. 투자 절차에 인간이 관여하는 한 그러한 주제들이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반복될 것이라고 제가 확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시 상기하는 의미에서, 시장의 전면적인 상승과 하락은 주로 심리에 의해 좌우되므로 시장의 움직임은, 그것이 만약 가능하다면, 주가가 터무니없는 고점이거나 저점인 상황에서만 예측이 가능함이 분명합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막스 회장은 2020년부터 시작된 강세장을 해석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로 ‘심리’를 제시했다.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심리를 분석하면 시장의 등락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강세장의 흐름 속에서 신중함, 현실론, 리스크 회피 등은 부를 쫓는 꿈의 걸림돌이 될 뿐”이라며 “강세장이 진행될 때는 합리적인 우려가 일반적으로 무시된다”고 말했다.
강세장을 이끈 주요 요소로는 팜(FAAMG·페이스북 아마존 MS 구글 애플),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암호화폐를 꼽았다. 그는 “FAAMG의 엄청난 성공으로 기술주 전반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대두됐다”며 “이 때문에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들이 IPO 전면에 부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SPAC도 강세장을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2013년 10개에 불과했던 SPAC은 2021년 613개로 급증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도 강세장에 일조했다. 2020년 5000달러였던 비트코인은 2021년 6만800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는 “FAAMG, SPAC, 암호화폐 등이 2020년부터 기록한 눈부신 성과는 투자 열풍을 부채질하고 투자자들의 낙관론을 자극했다”며 “새로운 투자 수단과 방식이 강세장을 형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세장 이후 다가올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리스크 회피와 손실에 대한 분별력을 갖춰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상승기에 가장 높게 올라간 주식은 하락기에 가장 낮게 내려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강세장 심리가 고조되는 시기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경계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게 막스 회장의 조언이다.
그는 “특정한 자산의 가격은 펀더멘털에 사람들이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해져서 결정된다”며 “펀더멘털을 대하는 태도는 분석이나 예측보다 심리적‧감정적인 요소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가치투자의 대가 하워드 막스는 미국 부실채권 전문 사모펀드사인 오크트리캐피털의 공동 창업자이자 회장이다. 오크트리캐피털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1500억달러(약 170조원)에 이른다. 막스 회장은 시장이 좋을 때는 관망세를 보이다가 환경이 악화되면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시장역행투자자(contrarian)'로 유명하다.
아래는 막스 회장이 오크트리 고객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메모의 전문.
저는 글을 쓸 때 수많은 격언과 인용구를 활용하지만 제가 주로 애용하는 출처는 그 수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 중 하나는 마크 트웨인이 남긴 것으로 널리 알려진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각운은 맞춘다’입니다. 그가 1874년에 이 문장의 전반부를 사용했다는 사실은 잘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후반부는 그가 정말로 했던 말인지를 증명할 만한 확실한 증거가 없습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 이들이 비슷한 맥락의 문장을 남겼으며 1965년에 정신분석학자 시어도어 라이크(Theodor Reik)는 <닿을 수 없는 것들(The Unreachables)>이라는 제목의 에세이에서 사실상 같은 문구를 썼습니다. 단어가 좀더 추가되기는 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그의 문장이 최고입니다.
등락하는 주기가 반복되지만 상황이 진행하는 방향은 근본적으로 동일하며 약간의 변형이 있을 뿐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은 그리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다. 역사는 단지 각운을 맞출 뿐이다.
투자의 역사에서 상황은 반복되지 않지만 익숙한 주제들은 틀림없이 되풀이되며 특히 행동과 관련된 주제들은 그러합니다. 제가 고찰하는 것은 이러한 주제들입니다.
지난 2년간 우리는 라이크가 언급했던 등락의 극적인 실례를 목격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투자자 행동과 관련하여 몇몇 전형적인 주제들이 다시금 등장하는 상황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 것들이 이 메모의 주제입니다.
이 메모가 시장의 향후 전망을 가늠하는 것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미리 밝혀 두고자 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초래됐던 2020년 3월 저점을 기점으로 강세장이 시작됐습니다. 그 이후로 경제 안(인플레이션)과 밖(우크라이나)으로 심각한 문제들이 전개되고 있고 급격한 조정을 겪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그 누구도 지금의 상황이 누적돼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제가 이 메모를 쓰는 유일한 목적은 최근의 상황들을 역사의 맥락에서 살펴보고 그 안에 내포된 몇 가지 교훈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제가 판단하는 진정한 강세장과 그에 따른 하락장의 종료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2000년에 기술·미디어·통신 거품이 터지기 직전으로 22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이 점이 중요합니다. 제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 중 다수가 당시의 상황을 경험하지 못하고 그 이후에 투자에 발을 들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2008~2009년 세계 금융 위기와 2020년 코로나 사태 이전의 상승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고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제 의견은 두 경우 모두 상승이 점진적이었으며 급격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과열된 투자 심리에 이끌리지 않았습니다. 주가가 미친 듯이 폭등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두 경우 모두 위기의 원인은 높은 주가가 아니었습니다. 전자의 경우 주택 시장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담보부 증권 시장의 과열이 발단이었으며 후자의 경우에는 코로나19의 발생과 그 확산을 막기 위한 각국 정부의 경제 봉쇄 결정이 붕괴의 원인이었습니다.
제가 위에서 언급한 ‘진정한 강세장’은 아래와 같이 ‘인베스토피아’ 등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정의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 금융시장에서 자산이나 증권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시기
• 일반적으로 주가가 20% 하락한 이후에 20% 상승하는 상황
첫 번째 정의는 지나치게 무미건조해서 강세장의 심리적 본질을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며 두 번째 정의는 근거 없는 정확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강세장은 주가 퍼센트 변동률로 정의될 수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강세장은 시장에서 체감하는 느낌과 그 배경이 되는 심리 그리고 그러한 심리가 촉발하는 행동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장 적절합니다.
(제가 투자를 시작했을 무렵만 해도 강세장과 하락장을 수치화해 구분하지 않았으며 저는 그런 기준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의 신문 기사 몇 개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5월 20일에 S&P 500 지수는 고점과 대비해서 ‘마법의 숫자’인 20% 선 밑으로 하락했습니다. 그러자 5월 21일자 <파이낸셜타임스>는 “어제 뉴욕 증시가 하락장에 돌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장 막판에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하락폭이 20% 직전에서 마감되자 같은 날 <뉴욕타임스>는 “S&P 500 지수가 하락했지만 … 하락장은 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S&P 500 지수 하락률이 19.9%인지 아니면 20.1%인지가 정말로 중요할까요? 그래서 저는 하락장의 옛날식 정의를 더 선호합니다. 바로 안절부절못하게 하는 상황입니다.)
초과와 조정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 주식시장의 흐름을 꿰뚫어보는 단 하나의 투자 바이블>은 제가 두 번째로 펴낸 책입니다. 제가 사이클을 연구하고 추종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투자자로 살아오는 동안 중대한 사이클을 몇 차례 경험했습니다(그리고 그로부터 배움을 얻었습니다). 시장 사이클에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을 이해하면 다음에 오는 상황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3분의 2 정도 집필했을 즈음에 그 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의문이 하나 떠 올랐습니다. 사이클은 왜 존재할까?예를 들어, S&P 500 지수가 1957년에 오늘날의 형태를 갖춘 이후로 65년 동안 연 평균 수익률이 10%를 약간 상회한다면 어째서 매년 10%씩 수익률을 올리지 못하는 걸까요? 제 메모 행복한 중용(The Happy Medium) (2004년 7월)에서 제가 제기했던 의문을 다시 인용하자면, 이 기간 동안 수익률이 8%와 12% 사이였던 해는 고작 여섯 차례에 불과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 기간 중 90%는 평균과 거리가 멀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설명이라고 부를 만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즉 초과와 조정이었습니다. 만약 증시가 기계장치라면 세월이 지나도 일정하게 작동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하지만 그와는 달리 투자자 의사결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심리로 시장의 등락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과열된 강세장 분위기로 접어들면 투자자들이 (a) 모든 종목이 영원히 상승할 것이며 (b) 자산을 매수할 때 자신이 지불한 대가와는 상관없이 누군가가 더 높은 가격으로 되살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더 큰 바보 이론’). 이처럼 낙관론이 득세하면,
• 주가가 기업 이익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공정가치를 큰 폭으로 넘어섭니다(상방 초과).
• 결국 투자 환경의 여건이 실망감을 초래하거나/하고 과열된 주가의 우매함이 명확하게 드러나면서 주가가 공정가치까지 떨어지고(조정) 그 아래로까지 내려갑니다.
• 주가 하락으로 인해 비관론이 더 확산하면서 결국 주식의 가치를 훨씬 하회하는 주가를 초래합니다(하방 초과).
• 그에 따른 저가 매수 투자자의 매입으로 인해 하락했던 주가가 공정가치를 회복합니다(조정).
상방 초과는 수익률이 평균을 웃도는 기간을 구성하며 하방 초과는 수익률이 평균을 밑도는 기간을 구성합니다. 다른 수많은 요인들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초과와 조정’으로 대부분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2020~2021년에 다수의 상방 초과가 관찰됐으며 지금은 조정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강세장 심리
강세장에서는 호재가 주가를 끌어올리고 투자자 심리를 부양합니다. 긍정적인 심리는 과감한 행동을 유발합니다. 과감한 행동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주가 상승은 장밋빛 심리와 추가적인 위험 감수를 부추깁니다. 이러한 상방 순환 구조가 강세장의 핵심입니다. 일단 시작되면 멈출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집니다.우리는 코로나 사태 초기에 전형적인 자산 가격 붕괴를 목격한 바 있습니다. 일례로, S&P 500 지수는 2020년 2월 19일 당시 역사상 고점이었던 3,386까지 도달했으나 불과 34일 만인 3월 23일에는 2,237로 3분의 1이 폭락했습니다. 그 이후로 다수의 요인들이 결합하여 거대한 주가 상승을 견인했습니다.
• 연준은 연방기금금리를 거의 0으로 인하했으며 이에 동참하여 재무부는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습니다.
• 이러한 조치들로 인해 투자자들은 이들 기관이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 금리가 인하되자 투자에 요구되는 기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 이러한 요인들이 결합되면서 투자자들은 바로 직전부터 감수하고 있던 리스크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습니다.
• 자산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8월 말이 되자 S&P 500 지수가 하락을 만회하고 2월 고점을 돌파했습니다.
• FAAMG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 소프트웨어 주식을 비롯한 기술주가 급상승하면서 시장을 한층 더 끌어올렸습니다.
• 결국 투자자들은―시장이 순조로울 때면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그 같은 상황을 좀더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강세장 심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위의 마지막 요인에 언급된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이 주가 상승을 미래를 예견하는 긍정적인 징후로 여긴다는 점입니다. 다수가 낙관론으로 돌아섰습니다. 지금까지 거둔 이득이 과도하며 미래의 수익률을 미리 당겨왔을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추세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반전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소수입니다.
따라서 제가 좋아하는 격언이 또 하나 생각납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50년 전에 제가 처음 배운 격언 중 하나인 ‘강세장을 구성하는 세 단계’가 그것입니다.
• 첫째, 미래를 예측하는 소수의 집단이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믿기 시작합니다.
• 둘째, 대부분의 투자자가 실제로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 셋째, 모두가 상황이 영원히 좋아질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시장이 주로 연준 덕분에 2020년 3월의 절망에서 5월에는 호황으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간 동안 제가 가장 빈번하게 접한 감정은 의구심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제가 가장 자주 들은 질문 역시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고 경제가 봉쇄된 마당에 만약 여건이 그토록 불리하다면 시장의 상승이 잘못된 일 아니냐?”였습니다. 낙관론자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매수자는 다수가 지금은 고인이 된 제 장인이 생전에 ‘수갑 찬 자원자들’이라고 불렀던 세력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원해서 매수를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현금 수익률이 너무나도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수를 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시장이 상승하기 시작하자 너도나도 뒤처질까 두려워한 나머지 추격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를 밀어 올렸습니다. 이처럼 시장의 활황은 긍정적인 기업 실적이나 낙관적 심리가 아닌 연준의 자본시장 조작에 따른 결과물로 보였습니다. S&P 500 지수가 연초 대비 16.3%, 3월 저점 대비 67.9% 상승한 2020년 말에 가서야 겨우 투자자 심리가 불붙은 주가를 따라잡았습니다.
2020년 강세장은 첫 번째 단계를 건너 뛰었고 두 번째 단계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는 점에서 제가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시장이었습니다. 3월 말만 해도 희망이 전무했던 다수의 투자자들이 같은 해 하반기에는 낙관으로 직행했습니다. 이는 일부 주제들이 되풀이될지언정 역사가 똑같이 반복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이 중대한 착각임을 상기시켜주는 좋은 예입니다.
낙관론의 근거, 슈퍼스톡, 새롭고도 새로운 투자 수단/방식의 부상 (New New Thing)
폭주하는 강세장은 집단 히스테리의 산물입니다. 사고와 그에 따른 행동이 최극단에서 현실로부터 고삐가 풀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려면 투자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신중함을 뒷전으로 미루게 만드는 요인들이 반드시 존재해야 합니다. 따라서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강세장을 특징짓는 요소로서 주가 상승을 떠받드는 새로운 발단이나 발상 또는 정당화에 반드시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강세장은 용어의 정의상 과열, 확신, 맹신 그리고 지나고 나면 과도했던 것으로 밝혀지는 수준의 비싼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고 자산을 매수하려는 마음으로 특징지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향을 절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과거의 역사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강세장을 정당화하는 지성적 혹은 감성적 근거는 과거의 역사를 기억해서 절하할 수 없는 새로운 원인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a) 시장이 강세장에 진입하는 행동을 보이고 (b) 가치가 과대하게 평가되며 (c) 새로운 투자 수단/방식을 주저 없이 받아들이게 되면 많은 경우 매우 고통스러운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역사가 충분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증시가 폭등한 후에는 일반적으로 20~50% 하락이 뒤따른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혹은 모두가 알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그러한 폭등은 일어나고 되풀이되기 마련이며 제가 고등학교 시절 영어 시간에 배웠던 ‘불신의 자발적 유예’에 의해 불이 붙습니다. 제가 매우 좋아하는 글을 하나 더 인용해 보겠습니다.
도취를 … 조장하는 현재나 과거에 거의 이목을 끌지 못했던 두 가지 요인이 추가로 존재한다. 첫째는 금융에 관련된 기억력이 지극히 나쁘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금융 위기는 금세 잊히고 만다. 더 나아가, 동일하거나 상당히 유사한 상황이, 경우에 따라서는 불과 몇 년 만에, 재발하더라도 많은 경우 젊음이 넘치고 절대적인 확신에 가득 찬 세대에 의해 금융계와 경제계를 뒤흔들 혁신적인 발견으로 떠받들어지곤 한다. 금융계만큼 역사가 홀대를 받는 분야도 드물다. 과거의 경험은, 그나마 기억 속에 남아 있다는 전제하에, 경이로운 현재를 알아보는 통찰력을 갖추지 못한 자들의 미개한 피난처로 업신여김을 받는다.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금융 도취의 짧은 역사(A Short History of Financial Euphoria)>(1990)―강조 표시 추가)
저는 30년 넘게 여러 번 위의 글을 독자들에게 소개해왔습니다. 중요한 사항들을 너무나도 명쾌하게 요약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글에서 적시하고 있는 행동에 대한 저의 해설을 덧붙인 적은 아직까지 없었습니다. 저는 투자자들이 정말로 기억력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저울의 한쪽에는 역사에 대한 지식과 신중함의 당위성이 자리를 잡고 있는 반면에 다른 한쪽에는 부를 쫓는 꿈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승리하는 쪽은 항상 후자입니다. 기억, 신중함, 현실론, 리스크 회피는 그 꿈에 걸림돌이 될 뿐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강세장이 진행될 때는 합리적인 우려가 일상적으로 무시됩니다.
역사적 규준을 초과하는 가치평가를 합리화하는 지성적 정당화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1987년 10월 11일에 아니스 월러스(Anise Wallace)는 ‘이번 시장 사이클이 다르지 않은 이유’라는 제하의 <뉴욕타임스> 기사를 통해 이러한 현상을 기술한 바 있습니다. 당시 비정상적으로 높은 주가를 합리화하기 위해 낙관적 사고가 팽배해 있었지만 월러스는 그것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74세인 뮤추얼펀드 매니저 존 템플턴에 따르면 투자에 있어서 가장 위험한 말은 ‘이번에는 다르다’이다. 증시가 천장이나 바닥에 이르면 투자자들은 감정에 휘둘린 결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그런 생각을 갖게 된다.
내년 한 해 많은 투자자들이 높은 주가를 옹호하기 위해 그런 말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지금 우편으로 수표가 가고 있는 중이에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와 똑같이 대응해야 한다. 브로커나 자산운용사에서 무슨 소리를 하든 간에 강세장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1년까지 가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8일 후에 세계는 ‘검은 월요일’을 경험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하루 만에 22.6% 폭락했습니다.
강세장을 정당화하는 또 다른 근거로 특정한 업종의 미래는 확실한 성공이 보장된다는 믿음을 들 수 있습니다. 이는 1960년대 말 니프티 피프티 성장기업들, 1980년대 디스크드라이브 제조업체들, 1990년대 말 통신·인터넷·전자상거래 기업들에 적용됩니다. 세 경우 모두 세상을 뒤바꿀 것으로 기대됐고 과거의 실적 때문에 투자자들의 상상력과 높은 주가를 기꺼이 감수하는 태도를 억제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실제로 뒤바뀌었습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합당하다고 믿었던 과대 평가된 가치는 유지되지 않았습니다.
다수의 강세장에서 제가 ‘슈퍼스톡(super stocks)’이라고 부르는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종목 집단이 등장합니다. 이러한 주식들이 급등하면 투자자들 사이에 낙관론이 확대됩니다. 흔히 시장의 특징으로 대변되는 순환 작용이 일어나면서 낙관론의 확대는 주가를 더 높이 끌어올립니다. 또한, 이러한 확신과 가치 절상은 상대 가치 비교 및/또는 전반적인 투자자 심리 호전으로 인해 일부 주식 종목 집단에―혹은 모든 종목 집단에―유리하게 작용합니다.
2020~2021년에 투자자들을 흥분시켰던 기업들의 명단을 보면, 그 전까지 시장 지배력과 확장 역량이 입증된 적이 없었던, FAAMG이 맨 위쪽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FAAMG의 비약적인 성과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강세장을 향한 광범위한 반등을 뒷받침했습니다. 2020년 9월(즉 6개월 내)에 이 종목들이 3월 저점과 대비하여 거의 두 배 상승했으며 연초 대비 61% 급등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사실로서, 이들 5개 종목은 S&P 500 지수 가중치가 높기 때문에 이들 기업의 성과가 전반적인 지수 상승으로 이어졌지만 나머지 495개 종목의 평범한 성과는 그로 인해 거의 이목을 끌지 못했습니다. 슈퍼스톡의 성과는 투자자들의 열정에 불을 당기면서 코로나 사태의 지속이나 그 외의 다른 리스크에 대한 우려에는 등을 돌리게 만들었습니다. FAAMG의 엄청난 성공으로 인해 기술주 전반에 걸친 긍정적인 시각이 화려하게 대두됐습니다. 관련 업종의 종목들에 대한 수요가 치솟았으며 투자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으로서 강력한 수요가 공급을 부채질하고 떠받혔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가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의 IPO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1990년대 말 기술주 거품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의 IPO는 상대적으로 드물었습니다. 거품 시기에 규준으로 정착되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는 빈도가 다시 급감했습니다. 2020~2021년 강세장에서 투자자들이 기술 기업의 사업 확장 욕구와 바이오테크 기업들의 신약 임상시험 지출 필요성에 순순히 수긍하면서 수익성이 결여된 기업의 IPO가 다시금 전면에 부상했습니다.
미래가 유망한 기업들이 강세장의 연료를 공급하면 시장에 새로 등장한 투자 수단은 시장의 과열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SPAC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투자자들은 (a) 2년 내에 인수가 한 건도 종결되지 않거나 (b) 투자자들이 인수 제안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투자금을 이자와 함께 전액 회수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하에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투자기구에 백지수표를 위임했습니다. 이는 ‘잃을 것이 전혀 없는 제안’(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말)으로 보였으며 SPAC의 수는 2013년 10개에 불과했던 것이 2019년에는 59개, 2020년에는 248개, 2021년에는 613개로 급증했습니다. 몇몇은 큰 수익을 올렸고 다른 경우라 하더라도 투자자들은 투자금과 이자를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검증이 미흡한 이 새로운 혁신에 대한 의심의 결여는―강세장 심리를 발판으로―역량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어떤 인수가 됐든 인수에만 성공한다면 거액의 보수를 챙길 수 있는 SPAC가 우후죽순으로 설립되는 상황을 용인했습니다.
현재 2020년 이후로 인수를 종결하여 (투자자들의 승인을 얻어) 해산된 SPAC는 발행가 10.00달러를 기준으로 평균 5.25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투자 수단이―잃을 것이 전혀 없는 제안이라는 만병통치약에 혹한―투자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판명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SPAC를 지지하는 진영에서는 이것이 기업을 공개하는 대안적인 수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제가 우려하는 점은 그 잠재적인 유용성이 아닙니다. 저는 과열기에 투자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혁신을 얼마나 무턱대고 받아들이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새로운 투자 수단/방식 (the new thing)’이 강세장에 일조하는 방식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새로운 원인들이 수반되는 또 다른 동적 현상을 언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 로빈후드 마켓츠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 수수료가 면제되는 주식, ETF, 암호화폐 거래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닥치자 카지노와 스포츠 도박이 중단되면서 사람들이 ‘증시에서 노는’ 상황을 부추겼습니다.
• 직장을 잃지 않은 수백만 명에게 두둑한 경기부양 지원금이 지급되자 상당수 국민이 코로나 기간 동안 가처분 소득이 증가하는 상황을 경험했습니다.
• 레딧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투자 행위를 집안에 격리된 사람들의 사회활동으로 변모시켰습니다.
• 그로 인해 온라인상에서 초보 투자자들이 대거 모집됐으며 그 중 상당수는 투자의 이점을 깨닫는 데 필수적인 경험이 전무했습니다.
• 신참자들은 ‘주가는 우상향한다’는 유명한 사교 교주의 말에 현혹됐습니다.
• 그 결과 다수의 기술주와 ‘밈 주식’이 폭등했습니다.
언급할 만한 중요성이 있는 마지막 요소는 암호화폐입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지지자들은 다양한 용도와 더불어 잠재적인 수요에 비해 제한적인 공급을 거론합니다. 반면에, 회의론자들은 현금흐름과 내재가치의 부재, 그리고 그로 인해 공정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어느 쪽 주장이 옳건 간에 비트코인이 강세장 수혜자의 몇 가지 특징을 보이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 비교적 새로운 투자 수단/방식 입니다(등장한 지는 14년이 지났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지하게 된 것은 5년에 불과합니다).
• 2020년에는 5000달러였던 가격이 2021년에는 6만8000달러까지 급등했습니다.
• 갤브레이스의 표현을 빌자면, 구세대는 그 가치를 지각할 만한 ‘통찰력을 갖추지 못한’ 집단임이 분명합니다.
• 이러한 맥락에서, 비트코인은 갤브레이스가 말한 ‘젊음이 넘치고 절대적인 확신에 가득 찬 세대에 의해 금융계와 경제계를 뒤흔들 혁신적인 발견으로 떠받들어지는’ 투자 수단의 정의를 완벽하게 충족합니다.
비트코인은 2021년 고점에 비해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수천 종의 암호화폐는 하락폭이 훨씬 컸습니다.
FAAMG, 전반적인 기술주, SPAC, 밈 주식, 암호화폐가 2020년에 기록한 눈부신 성과는 투자 열풍을 부채질했으며 투자자들의 전반적인 낙관론을 더욱 확대했습니다. 기존에 듣도 보도 못한 투자 수단이 부재한 상태에서도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강세장이 형성되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새롭고도 새로운 투자 수단/방식의 부상 (New New Thing)’과 ‘이번에는 다르다’는 믿음은 되풀이되는 여러 강세장 주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들입니다.
바닥을 향한 경주
사이클에서 다음 사이클로 각운을 맞추는 또 하나의 강세장 주제는 강세장 트렌드가 투자자 의사결정의 질에 미치는 유해한 파급력입니다. 요약하면, 과열된 낙관론이 냉철한 판단을 대신할 경우,• 자산 가격이 상승합니다.
• 공포심보다 탐욕이 커집니다.
• 뒤쳐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돈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밀어냅니다.
• 리스크 회피와 경계심이 사라집니다.
리스크 회피와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분별력을 갖춘 안전한 시장을 유지시킨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위에 열거된 상황들은 통상적으로 서로 결합되면서 시장을 부양하고 경계심과 신중함을 몰아내며 시장을 위험한 지경에 빠뜨립니다.
저는 2007년 제 메모 바닥을 향한 경주(The Race to the Bottom) 에서 투자자와 자본 제공자의 수중에 돈이 너무 많으면 돈을 굴리려는 의욕이 과해져서 유가증권과 대출 기회에 과도하게 공격적으로 투자하게 된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과열된 투자는 기대 수익률을 낮추고 리스크를 높이는 동시에 담보 구조를 약화시키고 오차 범위를 축소합니다.
• 신중한 투자자라면 원칙을 고수하면서 “8% 이자율과 엄격한 재무 약정을 요구한다”고 말합니다.
• 경쟁자는 “7% 이자율을 수락하고 재무 약정을 줄이겠다”고 응수합니다.
•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 투자자는 투자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나머지 “6% 이자율에 동의하고 재무 약정을 면제하겠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바닥을 향한 경주입니다. “최악의 대출은 최선의 시기에 나온다”는 말이 흔하게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직전의 손실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추가적인 손실을 두려워하는 시기에는 벌어질 수 없는 일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연준의 전면적인 대응으로 역대 최장 기간인 10년 이상 동안 경제가 회복되고 증시가 상승하면서 다음과 같은 상황들이 전개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 적자 기업의 IPO가 줄을 이었습니다.
• 리스크가 높은 CCC 등급 채권을 포함하여 하위 투자 등급 채권의 발행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 신중한 시기였다면 대주들이 기피했을 가능성이 높은 기술이나 소프트웨어 업종처럼 변동성이 심한 산업의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했습니다.
• 기업 인수와 매수 거래의 가치평가 배수가 상승했습니다.
• 리스크 프리미엄이 축소됐습니다.
또한, 유리한 여건이 전개되면서 레버리지 이용을 부추겼습니다. 레버리지는 이익과 더불어 손실도 증폭시키지만 강세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이익을 확신하고 손실 가능성을 등한시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미미한 이자 비용을 감수하면서―부채를 일으켜 성공에 따른 보상을 확대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상승 사이클 막바지에 비싼 대가를 지불한 투자에 부채를 늘리는 것은 성공을 보장하는 공식이 아닙니다. 상황이 악화되면 레버리지가 불리하게 돌변합니다. 또한, 투자은행이 사이클 후반부에 매수자를 물색할 길이 없는 부채를 발행할 경우 꼼짝없이 물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은행의 대차대조표에 ‘걸려 있는’ 부채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예고하는 ‘탄광의 카나리아’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오래된 투자 격언을 신봉하는 사람으로서 지금 이 시점에 제가 생각하기에 사이클과 관련된 투자자 행동을 표현한 최고의 격언을 하나 인용하고자 합니다. ‘현명한 자가 처음에 하는 일을 우둔한 자는 마지막에 한다’가 바로 그것입니다. 팽배한 비관론 때문에 가격이 낮은 상태인 강세장 1단계(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과 2020년 코로나 확산 초기)에서 매수하는 투자자는 낮은 리스크에서 높은 기대 수익률을 올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서 대전제는 투자할 자금과 투자를 실천할 배짱입니다. 하지만 강세장이 가열되면서 높은 수익률이 투자자들의 낙관론을 부추기는 단계가 되면 열의, 맹신, 위험 감수 같은 요인들이 보상을 제공합니다. 강세장 3단계에 진입하면 신참자들이 공격적으로 매수하면서 한동안 주가를 높은 수준으로 떠받들게 됩니다. 정작 필요한 순간에 경계심, 선별력, 원칙이 자취를 감춥니다.
기분이 흡족한 상태이고 위험 감수에 따른 보상을 받은 투자자가 투자 기회에 대해 더 이상 분별력을 발휘하지 않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 특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자는 몇몇 ‘새로운 투자 수단/방식’이 성공을 거둘 것으로 확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업종의 모든 종목이 호조를 보일 것이므로 선별이 불필요하다는 결론에 최종적으로 도달합니다.
위에 언급된 모든 이유 때문에 ‘강세장 심리’라는 용어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부주의한 행동과 높은 수준의 위험감수도를 암시하므로 투자자는 고무적이라기보다는 우려스럽다고 판단해야 합니다. 워런 버핏의 말처럼 “주변에서 신중함을 잃어갈수록 우리는 신중함을 더해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반드시 강세장 심리가 고조되는 시기를 파악하고 경계심을 가져야 합니다.
시계추 운동
강세장은 난데없이 생겨나지 않습니다. 모든 강세장의 승자가 승자일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달성한 이익에 일말의 진실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위에서 언급한 강세장은 강점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으며 주가를 위태로울 정도로 과도한 수준까지 끌어올립니다. 상승 추세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습니다.저는 투자자 심리 분석(On the Couch) (2016년 1월)에서 “현실 세계의 일들은 ‘아주 좋다’와 ‘별로 좋지 않다’를 반복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투자 세계에서는 인식이 ‘완벽’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썼습니다. 시장이 심각하게 과잉 반응을 보이는 양상은 투자자 행동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강세장에서 투자자는 전례가 없고 가능성이 희박하며 어려운 일들이 틀림없이 실현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와는 달리, 상승세가 덜한 시기에는 희망적인 경제 뉴스나 ‘수익 기대치 상회’가 매수를 자극하지 못하며 설사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기존에 투자에 나서지 않았던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습니다. 이처럼 불신의 자발적 유예가 더 이상 관찰되지 않으며 심리가 부정적으로 반전합니다.
투자자는 사실상 모든 뉴스를 보도되는 방식과 그때의 기분에 따라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열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만평 중 하나로 벌써 수십 년 전에 신문에 실렸지만—래빗이어 안테나와 TV세트의 깊이를 살펴보세요—캡션을 읽어 보면 지금 이 순간과도 분명히 관련성이 있습니다) 제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완벽에서 절망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감안할 때 지배적인 내러티브는 뒤집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합리적으로 판단할 때 강세장을 뒷받침하는 주장이 타당한 상황에서 모든 여건이 순조로운 경우에는 투자자가 그러한 주장을 확고부동하게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주장의 결함이 일부 드러나면 전체가 틀린 것으로 매도됩니다.
• 좋았던 시기(1년 전)에 기술주 상승론자들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수익이 증가할 테니 성장주를 매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지금은 그때와는 달리 “미래의 잠재력에 기반한 투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확정이 가능한 현재가치와 합리적인 주가를 갖춘 가치주에 집중해야 한다”는 소리가 들립니다.
• 마찬가지로, 위풍당당했던 시기에는 적자 기업 IPO에 동참하는 투자자들이 “기업이 적자를 기록하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확장을 위한 지출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조정장에서는 상당수가 “누가 적자 기업에 투자하겠는가? 그런 기업은 현금을 날려 버릴 뿐이다”라고 말합니다.
오랜 시간 시장을 주시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산 가격이 오로지 펀더멘털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특정한 자산의 가격은 펀더멘털에 사람들이 그러한 펀더멘털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해져서 결정됩니다. 따라서 자산 가격의 변동은 펀더멘털의 변동 및/또는 사람들이 그러한 펀더멘털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동이 더해져서 결정됩니다. 기업의 펀더멘털은 이론적으로 ‘분석’이라고 부르는 행위에 달려 있으며 심지어는 예측이 가미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면에, 펀더멘털을 대하는 태도는 심리적/감정적이며 분석이나 예측의 영향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훨씬 빠르고 극적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관한 격언들 역시 존재합니다.
• 풍선의 공기는 들어갈 때보다 빠질 때가 훨씬 빠르다.
• 어떤 일이 벌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만 일단 벌어지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
두 번째 격언의 경우 제 경험에 따르면 주가가 반응하지 않는 상태에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상황이 장기간 누적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임계점에 도달하면―펀더멘털 또는 심리의 측면에서―그동안 누적된 상황이 일순간에 주가에 반영되며 때로는 과도한 양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강세장에서 모든 업종이 동일한 취급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강세장에서는 ‘새로운 투자 수단’이나 ‘슈퍼스톡’ 같은 일군의 주식을 중심으로 낙관론이 가장 강력하게 결집합니다. 이런 업종이 가장 높이 상승하고 같은 시기의 상승세를 대변하며 추가 매수를 유인합니다. 언론에서는 이런 업종에 관심을 집중하면서 추세를 더욱 확장합니다. 2020~2021년에 FAAMG을 비롯한 여타 기술주들이 이 현상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예들입니다.말할 필요도 없지만―그래도 굳이 말하자면―강세장에서 주도주를 대량으로 보유한 투자자는 매우 우수한 실적을 올립니다. 그리고 오로지 이런 주식에만 집중했던 현명한 혹은 운 좋은 펀드 운용사는 낙관론이 만연한 상황에서 최상의 수익률을 달성하고 신문 1면과 케이블TV 프로를 장식합니다. 일전에 저는 투자업계가 어쩌다 한 번 옳았던 덕분에 유명세를 탄 인사들로 넘쳐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강세장을 주도한 업종에 비중을 확대했던 현명한 혹은 운 좋은 펀드 운용사도 거기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상승기에 가장 높이 올라간 주식은 하락기에 가장 낮게 내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들어맞는 격언들은 일상에서도 쓰는 것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관련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 ‘올라간 것은 반드시 내려온다’, ‘높이 올라갈수록 세게 떨어진다’가 그것입니다.
• 존재감이 희미했던 한 기술주 펀드의 경우 2020년에 157%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일약 명성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2021년에는 23%가 하락했으며 2022년 들어서는 현재까지 추가로 57% 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9년 말일에 투자한 100달러는 1년 후에는 257달러로 불어났지만 지금은 85달러까지 주저앉았습니다.
• 변동성이 다소 작았던 또 다른 기술주 펀드의 경우 2020년에 48% 상승했지만 현재까지 48%가 하락했습니다. 불행하게도, 48% 상승에 이은 48% 하락은 본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100달러를 투자해서 22달러를 잃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 세 번째 기술주 펀드는 1년차에는 경이로운 291% 수익률을 달성했지만 이후 3년간 21%, 60%, 61%가 내리 하락했습니다. 4년 투자 기간이 시작되는 시점에 투자한 100달러가 4년 후에는 43달러로 감소했으며 믿기지 않는 첫해 말 수익률과 비교하면 89%가 하락했습니다. 잠깐만. 현재의 상승/하락 장세는 아직 4년이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여기 인용한 수치는 직전의 기술주 거품이 부풀었다 붕괴된 1999~2002년의 결과입니다. 현재의 실적 패턴이 과거의 반복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기 위해 예로 든 것뿐입니다.
저는 앞에서 최초로 거래 수수료를 면제한 로빈후드를 언급했습니다. 로빈후드는 2020~2021년 강세장에서 디지털이 담당했던 역할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로빈후드는 2021년 7월에 38달러로 상장했으며 다음 한 주 동안 주가가 85달러로 치솟았습니다. 현재 주가는 10달러로 지금으로부터 1년도 채 지나기 전에 기록했던 고점과 대비하여 88%가 급락했습니다.
하지만 평균 지수는 그 정도로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022년에 ‘고작’ 27.4% 하락했습니다. 이번 강세장의 특징 중 하나는 가중치가 가장 높은 대형주들이 주도적으로 상승하면서 지수를 밀어 올렸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나머지 주식들에는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봅시다. 나스닥 전체 주식의 22%가 최소 50% 이상 하락했습니다. (이 수치와 아래에 열거된 수치는 5월 20일을 기준으로 산정했습니다)
제가 무작위로 선정한 몇몇 최상위 유명 기술/디지털/혁신 주식들의 하락폭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마도 개중에는 고점을 이어갈 당시 여러분이 매수에 나서지 않았던 것을 통한했던 주식들도 일부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시장 가격은 펀더멘털에 근간한 명석한 투자자들의 합의에 의해 정해진다고 가정합시다. 만약 그 가정이 옳다면 어째서 이 모든 주식이 그처럼 크게 하락했을까요? 정말로 이 기업들의 가치가 지난 몇 달 동안 절반 이상 감소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런 식의 의문은 제가 종종 제기하는 물음으로 이어집니다. 증시가 큰 폭의 상승을 거듭하던 시기에 비트코인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둘 간에 상관관계가 존재해야 할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까요? 국제적인 연관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본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 유럽과 미국 증시가 그 뒤를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증시가 앞장을 서고 일본이 따라서 하락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이들 국가의 펀더멘털이 동조화된 움직임을 보일 정도로 연계되어 있는 걸까요?
이 모든 물음들에 대한 저의 대답은 대개 ‘아니다’입니다. 공통분모는 펀더멘털이 아니라 심리이며 후자가 크게 변화할 경우 이 모든 분야에 비슷하게 영향을 미칩니다.
교훈
투자를 공부하는 학생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특정 기간 동안 어떤 상황이 발생했느냐가 아니라 그러한 상황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느냐입니다. 과거의 사이클과 각운을 맞춘 2020~2021년 트렌드로부터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강세장에서,• 낙관론은 엄청난 성과를 보이는 분야를 중심으로 확산됩니다.
• 파급력은 심리와 주가의 측면에서 특히 억눌렸던 기반으로부터 상승 추이가 시작될 때 가장 강력합니다.
• 강세장 심리는 우려가 사라지고 위험감수도 수준이 높아지면서 공격적인 행동을 야기하는 상황을 수반합니다. 위험 감수가 보상을 받으며 철저한 주의의 필요성이 간과됩니다.
• 고수익률이 새로운 대상, 가능성이 희박한 대상, 낙관적인 대상에 대한 믿음을 뒷받침합니다. 군중이 이러한 대상의 강점을 확신하게 되면 ‘지나치게 높은 주가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이러한 영향은 (주가와 더불어) 지속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하면 궁극적으로 진정됩니다.
• 부풀려진 시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대외적인 요인에 취약합니다.
• 가장 크게 상승한 자산일수록―그리고 그에 대한 비중을 확대했던 투자자일수록―고통스러운 조정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이러한 주제들이 전개되는 광경을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오로지 펀더멘털의 변화에만 관련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원인은 대부분이 심리적인 것이었으며 심리가 작동하는 방식은 바뀔 가능성이 낮습니다. 투자 절차에 인간이 관여하는 한 그러한 주제들이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반복될 것이라고 제가 확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시 상기하는 의미에서, 시장의 전면적인 상승과 하락은 주로 심리에 의해 좌우되므로 시장의 움직임은, 그것이 만약 가능하다면, 주가가 터무니없는 고점이거나 저점인 상황에서만 예측이 가능함이 분명합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