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16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감세 정책을 대거 담은 반면 뚜렷한 재정지출 구조조정 방안은 마련하지 않았다. 정부 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이 더욱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이날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6월호’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중앙정부의 채무 잔액은 1001조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대에 돌입했다. 2019년 말 699조원에서 2년4개월 만에 43%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대응과 소상공인 지원 등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결과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국가부채 비율이 지속해서 상승할 경우 한국은 2032~2033년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임계치에 도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개혁 중 하나로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재정 혁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어진 ‘확장재정’ 기조를 ‘건전재정’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확실한 방향성과 숫자를 제시한 감세 등 민간 활력 제고 방안과 달리 재정건전성 관련 대책은 부실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재정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겠다며 제시한 정책은 ‘단순하면서도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 법제화 추진,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 등 선언적인 수준에 그쳤다. 사회간접자본(SOC) 및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기준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한 것도 지역 예산 퍼주기로 전락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함께 이뤄져야 할 지출 구조조정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없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최근 세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기업과 국민 부담이 그만큼 빠르게 증가했다는 의미”라며 “감세는 그런 것을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린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저성과 사업에 대한 확실한 지출 구조조정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