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환 시대, “준비 안 된 부품사 한계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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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설비를 도입하거나 저공해 소재 개발에 뛰어드는 등 ESG 경영 확산을 대비하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부쩍 늘었다.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ESG 경영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완성차 업체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경ESG] ESG NOW
현대차와 기아에 디젤엔진용 실린더 블록과 헤드 등을 공급하는 대동금속은 지난해 12월 19억4000만원을 투자해 환경설비를 교체했다. 완성차업체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눈높이에 맞춰 분체도장설비와 흡착탑, 집진기와 철편(사용 후 남은 금속 부스러기) 회수 컨베이어벨트 시스템 등을 새로 도입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설비 교체 효과는 상당하다. 도장설비의 탄화수소 배출량은 기존 31.4ppm (1ppm·공기 1m3당 1cc)에서 3.4ppm으로 89% 줄었다. 집진기는 미세먼지 배출량을 23.4mg/m3에서 3mg/m3로 87% 감소했다. 철편 회수 시스템으론 연간 3.7톤의 고철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효과를 거뒀다.
전기차 시대, 친환경 부품으로 경량화
친환경설비를 도입하거나 저공해 소재 개발에 뛰어드는 등 ESG 경영 확산을 대비하는 자동차 부품업체가 부쩍 늘었다. 고객사인 완성차업체들이 앞다퉈 ESG 경영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치솟는 원재료값과 줄어든 납품량의 이중고를 고스란히 떠안는 어려움도 겪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에 차량용 웨더 스트립과 브레이크 호스 등 고무 제품을 납품하는 화승알앤에이는 관계사 화승소재를 통해 친환경 소재인 바이오 특수고무(TPV)를 개발했다. 사탕수수와 옥수수, 콩 등에서 유래한 바이오 성분을 55% 이상 함유해 석유화학 제품에서 유해한 성분을 대체했다. 탄소배출량에도 신경 썼다. 바이오 TPV 400kg을 완성하는 데 평균 300kWh의 전기가 사용된다. 같은 양의 고무를 만들 때보다 전력 소모량이 30%가량 적다. 에너지 소모량이 줄면서 탄소배출량도 함께 줄어든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자동차 내장재 전문 기업 서연이화는 현대차의 주력 전기자동차 모델인 아이오닉 5의 도어트림(문쪽 내장재)용 신소재 페이퍼렛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무게와 질감이 종이와 비슷한 페이퍼렛은 가죽을 대체하며 도어트림의 개당 무게를 기존 제품 대비 최대 220g(30%) 가까이 줄였다. 강용석 서연이화 대표는 “전기차는 차량 무게를 최대한 줄여야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늘기에 경량화가 필수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서연이화는 아이오닉 5용 암레스트(팔걸이)와 어퍼트림(도어트림 상단부)에 재활용 페트병을 가공해 만든 원사(실)와 원단(천)을 사용했다. 문손잡이에는 유채꽃 기름에서 유래한 성분을 활용한 페인트를 썼다. 기아 쏘울 EV 모델에는 사탕수수 추출 원료를 사용한 원단을 적용했다. 쏘렌토에는 대나무 추출 성분을 활용한 수지를 사용했다. 강 대표는 “기존 차량 내장재로 많이 쓰던 활석이나 가죽, 스틸, 플라스틱 소재를 코르크와 대나무, 사탕수수 유래 소재로 바꾸면서 무게를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차량 한 대 분량인 도어트림 4개 외에 시트와 콘솔 등 주요 내장재에 모두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면 한 대당 최대 10kg 가까이 가볍게 만들 수 있다. “부품 공급망,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자동차 부품업계에 친환경 바람이 거세진 것은 고객사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은 최근 글로벌 탄소중립 프로젝트 RE100에 가입했다. 2050년까지 제조공정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조달하겠다는 의미다. 탄소중립 계획도 내놨다. 기아와 현대모비스는 2040년, 현대차는 2045년, 현대위아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탄소중립이 새로운 ESG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부품업체의 친환경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와 완성차업체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내에 ESG 전문가를 갖춘 기업이 드물고,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대다수 부품업체의 토로다. 자동차 내장재 제조기업 A사 관계자는 “자체 연구개발로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기는 했지만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얼마나 되며, 설비와 공정 개선을 통해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며 “수년 내에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준이 될지 염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생산량 급감·원료비 급등은 부담
일부 부품사는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자동차 부품업계가 고사 직전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완성차 생산량이 급감하고 원료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과 지난해 상장폐지 또는 거래정지된 상장 자동차 부품사만 4곳(에스제이케이, 에이팸, 디아크, 지코)이다. 국내 상장 부품사 83곳의 올 1분기 합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2% 급감했다. 부품업계에선 “공시 대상 기업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2·3차 협력사는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는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품사들이 1분기 부진한 실적을 낸 것은 우선 완성차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가격 협상력이 없는 부품사는 보통 완성차업체로부터 ‘적정 마진’을 부여받는다. 납품량 증감에 따라 이익 규모가 결정되는 구조다. 완성차 생산량의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 공급난과 중국 봉쇄 등의 영향으로 올 1분기 국내 완성차 생산량은 83만7169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7.9% 감소했다. 현대차·기아는 각각 10.3%, 7.1% 줄었고 한국GM은 30.1%나 급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비와 원료비 급등도 부품사의 허리를 휘게 했다. 피스톤링 등 부품을 생산하는 유성기업은 주요 원재료인 선철·고철 가격이 올 들어 지난해보다 50% 가까이 오르면서 영업이익이 43억원에서 11억원으로 74% 급감했다. 한온시스템은 알루미늄값이 40% 폭등하자 영업이익이 940억원에서 305억원으로 줄었다.
원료 가격 상승은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마진 축소에 따른 고통은 1차→2차→3차로 갈수록 커지는 현실이다. 한 중소형 부품사 대표는 “원자재값 상승분의 10~20%만 납품가에 반영되고 있다”며 “우리도 2차 협력사에 납품가를 올려줄 여력이 안 되다 보니 올 들어 2차 협력사 50곳 중 3곳이 부도를 냈다”고 말했다. 김진원 한국경제 기자 jin1@hankyung.com
설비 교체 효과는 상당하다. 도장설비의 탄화수소 배출량은 기존 31.4ppm (1ppm·공기 1m3당 1cc)에서 3.4ppm으로 89% 줄었다. 집진기는 미세먼지 배출량을 23.4mg/m3에서 3mg/m3로 87% 감소했다. 철편 회수 시스템으론 연간 3.7톤의 고철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효과를 거뒀다.
전기차 시대, 친환경 부품으로 경량화
친환경설비를 도입하거나 저공해 소재 개발에 뛰어드는 등 ESG 경영 확산을 대비하는 자동차 부품업체가 부쩍 늘었다. 고객사인 완성차업체들이 앞다퉈 ESG 경영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치솟는 원재료값과 줄어든 납품량의 이중고를 고스란히 떠안는 어려움도 겪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에 차량용 웨더 스트립과 브레이크 호스 등 고무 제품을 납품하는 화승알앤에이는 관계사 화승소재를 통해 친환경 소재인 바이오 특수고무(TPV)를 개발했다. 사탕수수와 옥수수, 콩 등에서 유래한 바이오 성분을 55% 이상 함유해 석유화학 제품에서 유해한 성분을 대체했다. 탄소배출량에도 신경 썼다. 바이오 TPV 400kg을 완성하는 데 평균 300kWh의 전기가 사용된다. 같은 양의 고무를 만들 때보다 전력 소모량이 30%가량 적다. 에너지 소모량이 줄면서 탄소배출량도 함께 줄어든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자동차 내장재 전문 기업 서연이화는 현대차의 주력 전기자동차 모델인 아이오닉 5의 도어트림(문쪽 내장재)용 신소재 페이퍼렛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무게와 질감이 종이와 비슷한 페이퍼렛은 가죽을 대체하며 도어트림의 개당 무게를 기존 제품 대비 최대 220g(30%) 가까이 줄였다. 강용석 서연이화 대표는 “전기차는 차량 무게를 최대한 줄여야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늘기에 경량화가 필수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서연이화는 아이오닉 5용 암레스트(팔걸이)와 어퍼트림(도어트림 상단부)에 재활용 페트병을 가공해 만든 원사(실)와 원단(천)을 사용했다. 문손잡이에는 유채꽃 기름에서 유래한 성분을 활용한 페인트를 썼다. 기아 쏘울 EV 모델에는 사탕수수 추출 원료를 사용한 원단을 적용했다. 쏘렌토에는 대나무 추출 성분을 활용한 수지를 사용했다. 강 대표는 “기존 차량 내장재로 많이 쓰던 활석이나 가죽, 스틸, 플라스틱 소재를 코르크와 대나무, 사탕수수 유래 소재로 바꾸면서 무게를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차량 한 대 분량인 도어트림 4개 외에 시트와 콘솔 등 주요 내장재에 모두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면 한 대당 최대 10kg 가까이 가볍게 만들 수 있다. “부품 공급망,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자동차 부품업계에 친환경 바람이 거세진 것은 고객사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은 최근 글로벌 탄소중립 프로젝트 RE100에 가입했다. 2050년까지 제조공정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조달하겠다는 의미다. 탄소중립 계획도 내놨다. 기아와 현대모비스는 2040년, 현대차는 2045년, 현대위아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탄소중립이 새로운 ESG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부품업체의 친환경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와 완성차업체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내에 ESG 전문가를 갖춘 기업이 드물고,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대다수 부품업체의 토로다. 자동차 내장재 제조기업 A사 관계자는 “자체 연구개발로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기는 했지만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얼마나 되며, 설비와 공정 개선을 통해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며 “수년 내에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준이 될지 염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생산량 급감·원료비 급등은 부담
일부 부품사는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자동차 부품업계가 고사 직전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완성차 생산량이 급감하고 원료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과 지난해 상장폐지 또는 거래정지된 상장 자동차 부품사만 4곳(에스제이케이, 에이팸, 디아크, 지코)이다. 국내 상장 부품사 83곳의 올 1분기 합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2% 급감했다. 부품업계에선 “공시 대상 기업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2·3차 협력사는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는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품사들이 1분기 부진한 실적을 낸 것은 우선 완성차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가격 협상력이 없는 부품사는 보통 완성차업체로부터 ‘적정 마진’을 부여받는다. 납품량 증감에 따라 이익 규모가 결정되는 구조다. 완성차 생산량의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 공급난과 중국 봉쇄 등의 영향으로 올 1분기 국내 완성차 생산량은 83만7169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7.9% 감소했다. 현대차·기아는 각각 10.3%, 7.1% 줄었고 한국GM은 30.1%나 급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비와 원료비 급등도 부품사의 허리를 휘게 했다. 피스톤링 등 부품을 생산하는 유성기업은 주요 원재료인 선철·고철 가격이 올 들어 지난해보다 50% 가까이 오르면서 영업이익이 43억원에서 11억원으로 74% 급감했다. 한온시스템은 알루미늄값이 40% 폭등하자 영업이익이 940억원에서 305억원으로 줄었다.
원료 가격 상승은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마진 축소에 따른 고통은 1차→2차→3차로 갈수록 커지는 현실이다. 한 중소형 부품사 대표는 “원자재값 상승분의 10~20%만 납품가에 반영되고 있다”며 “우리도 2차 협력사에 납품가를 올려줄 여력이 안 되다 보니 올 들어 2차 협력사 50곳 중 3곳이 부도를 냈다”고 말했다. 김진원 한국경제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