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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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너무 올라 이제 옷 값도 만만치가 않네요."

휴가철 휴양지에서 입을 옷을 고르던 직장인 김모 씨(30)는 오른 가격에 깜짝 놀랐다. 작년까지만 해도 10만원이면 옷 두 벌은 살 수 있었는데 올해는 한 벌에 대부분 10만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그는 "중저가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는 물론 비브랜드 상품까지 값이 올랐다" "비교적 저렴한 브랜드라도 10만원 정도 안 주면 원피스 한 벌 사기가 어렵다"고 푸념했다.

물가가 빠르게 뛰면서 의류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자라·유니클로 등 중저가 의류를 대량 생산해 판매하는 SPA 브랜드들까지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면서 의류 소비자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분위기. 원자재 가격과 물류 비용이 뛴 데다 인건비 인상폭도 커져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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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오는 27일 국내 판매가격을 인상한다. 유니클로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국제 원자재와 물류비, 운송비 등의 인상과 함께 최근 급속한 물가 인상에 따른 매장 및 사업 제반의 운영비로 인해 불가피하게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야나이 다다시 일본 유니클로 회장이 지난달 "원재료 가격이 2배, 심한 것은 3배까지 올랐으며 현재 가격으로 파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언급, 제품 가격 인상을 시사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올 가을·겨울 시즌 출시할 후리스와 다운재킷 제품 가격을 각각 1000엔(한화 약 9300원)씩 올릴 계획이다. 일본 현지에서 현재 후리스 가격은 1990엔으로 약 50%나 올리는 것이다. 울트라 라이트 다운 재킷, 히트텍 울트라 웜 시리즈, 캐시미어 스웨터 등이 모두 1000엔씩 오른다. 국내에서도 일본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들어 패션 업체들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동안 소비자 이탈을 우려해 원자재값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했지만 올 초 글로벌 브랜드 자라가 일부 의류 가격을 10% 이상 인상한 게 기폭제가 됐다.

국내에서도 무신사, BYC 등이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했다. 무신사는 자체 브랜드(PB) 무탠다드의 치노팬츠 가격을 3만900원에서 3만2900원으로 올리는 등 올해 초 일괄 인상했다. 무신사의 가격 인상은 2020년 이후 2년여 만이었다.
서울시내의 한 자라 매장. /연합뉴스
서울시내의 한 자라 매장. /연합뉴스
원재료 값이 크게 상승한 여파다. 의류와 이불 등의 원재료인 원면 가격은 2011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 뉴욕국제거래소(ICE)에서 면화 선물가격은 이달 17일 기준 파운드당 118달러다. 전년 동기 대비 30%나 오른 수치다. 이미 세계은행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봉쇄로 인한 수요 악화 등으로 올해 면화 가격이 40%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밖에 원단, 부자재, 염색 가격 등이 모두 올라 의류업체들 수익성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추세다.

아직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한 기업들은 올 가을·겨울(F/W) 제품에 대해 대폭 인상을 계획 중이다. 통상 패션기업들은 봄·여름(S/W) 의류를 전년 가을 이전에 제작해 놓는다. 작년 말과 올초 이어진 원자재 가격 상승분은 F/W 시즌이 시작하는 7~8월부터 대거 반영된다는 얘기다. 국내에선 SPA 브랜드 탑텐이 최근 인상된 원사 가격을 반영해 올해 가격 인상을 고려중이다.

패션업체 관계자는 "중저가 브랜드들은 특히 가격 경쟁력을 감안하면 인상을 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값을 올리지 않고선 생산 비용이 감당 안 된다"며 "소비심리는 갈수록 악화되는데 값을 올리자니 판매 둔화가 우려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