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발(發) 소비 부진이 현실화하고 있다. 원자재·유가 급등으로 물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소비자 지갑이 굳게 닫히는 양상이다. 가전과 스마트폰 등 코로나19 기간 ‘보복소비’의 수혜를 봤던 기업들이 코로나19 엔데믹의 격랑도 가장 먼저 맞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의 2분기 가전·TV 부문 매출이 세계 주요 지역별로 10% 이상 감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를 직접 받은 유럽 지역 등은 매출 감소폭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오프라인 가전판매점의 2분기 가전제품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가전유통업체 대표는 “6월은 에어컨 판매 성수기인데 이달 판매량은 작년보다 20%가량 줄었다”며 “벌써부터 재고 관리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판매 부진은 물가 급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2008년 7월(5.9%) 후 최고점을 찍었다. 지난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임금이 오르긴 했지만 물가 급등으로 소비 여력은 되레 줄었다.

가전과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 출하량이 감소하면서 반도체 수요도 줄어들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2분기보다 각각 3~8%, 0~5%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가전·반도체 기업들은 비상 대응 태세에 들어갔다. 구광모 LG 회장은 23일 계열사 사장단과 회의를 하고 최근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지난 21일 한종희 부회장 등 본사 경영진과 해외 법인장 등 240여 명이 참석한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었다.

박신영/이미경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