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만원' 머신 도입했다더니…편의점 커피, 스벅·투썸 꺾었다 [박종관의 유통관통]
편의점 GS25의 원두커피 브랜드 '카페25'가 전문 바리스타들이 진행한 커피 맛 블라인드 평가에서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싼 게 비지떡"이라며 평가절하되던 편의점 커피가 유명 커피전문점과의 '맛 대결'에서 이겼다는 소식에 커피업계는 술렁거리고 있다. "커피 맛 경쟁력이 곧 편의점 경쟁력"이라며 7년 전부터 선제적인 투자를 이어온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벅·투썸 제치고 '맛 대결' 1위

26일 사단법인 한국커피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달 연합회 소속 세 명의 전문 바리스타가 진행한 커피 블라인드 평가에서 GS25는 7.67점(12점 만점)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 평가는 편의점 4개사(세븐일레븐, 이마트24, GS25, CU)와 커피전문점 4개사(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빽다방, 메가커피)의 아메리카노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GS25는 투썸플레이스(7.17점·3위)와 스타벅스(6.50·5위)를 따돌리고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메리카노 기본 사이즈 기준 한 잔에 1200원에 판매하는 편의점 커피 카페25가 가격이 세 배 이상 비싼 커피전문점과의 맛 평가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은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GS25는 2015년 원두커피 브랜드 카페25를 선보이며 편의점 커피의 고급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당시 허 부회장은 "커피가 경쟁 편의점과 다른 GS25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이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담배만큼이나 커피를 구매하기 위해 편의점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면 커피의 맛 경쟁력이 편의점 경쟁력을 이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허 부회장은 커피 맛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한 대에 1300만원이 넘는 스위스 유명 커피머신을 점포마다 도입하기 시작했다. 비용은 모두 본사가 부담했다. 원두는 콜롬비아, 브라질, 과테말라, 에티오피아 등 유명 산지에서 들여왔다. 당시 업계에선 허 부회장의 이 같은 노력에 대해 "미쳤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1000원짜리 커피를 하루에 몇 잔이나 팔겠다고 저런 투자를 하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허 부회장의 예견대로 커피는 GS25의 효자 상품이자 훌륭한 미끼 상품으로 성장했다. 커피를 사기 위해 GS25를 콕 집어 방문하는 소비자가 늘고, 이들이 커피뿐 아니라 다른 상품을 함께 구매하면서 매출도 뛰었다. GS25에 따르면 카페25의 병매율은 81%에 달한다. GS25에 들러 카페25를 사서 마신 사람 10명 중 8명은 다른 상품을 같이 구매했다는 얘기다.

편의점 4사 '커피 맛 전쟁'

최근 물가 급등으로 주머니가 얇아져 카페 대신 편의점을 찾아 커피를 테이크아웃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다른 편의점들도 GS25를 따라 커피 맛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CU는 자체 원두커피 브랜드인 'GET커피'의 재단장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외부 커피 전문가 등을 포함해 테스크포스를 꾸려 커피 맛을 결정하는 원두와 커피머신 등을 대대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븐일레븐은 커피 맛 최적화를 위해 뜨거운 커피와 차가운 커피의 원두 구성 비율을 달리하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편의점업계 후발주자인 이마트24는 지난해부터 1000만원대 이탈리아 커피머신 '그랑 이디에'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한 잔에 4000원이 넘는 커피 가격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며 "단순히 싸기만 한 커피가 아닌 '싸고 맛있는' 커피로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 편의점들의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