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없이 못 다니는 방범 로봇 > 지난 16일 서울 신림동 해태어린이공원 인근 골목길에서 관악구, 관악경찰서 등 관계자와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율주행 방범 로봇 ‘골리’가 모니터링 요원(왼쪽 세 번째)을 대동한 채 순찰을 하고 있다.  /박한신 기자
< 사람 없이 못 다니는 방범 로봇 > 지난 16일 서울 신림동 해태어린이공원 인근 골목길에서 관악구, 관악경찰서 등 관계자와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율주행 방범 로봇 ‘골리’가 모니터링 요원(왼쪽 세 번째)을 대동한 채 순찰을 하고 있다. /박한신 기자
지난 16일 서울 신림동 해태어린이공원. 서울에서 여성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인 이곳에서 만도와 SK텔레콤 등이 함께 개발한 자율주행 방범로봇 골리 시연회가 열렸다. 시연회에서 골리는 사람이 막아서자 우회해서 운행했고, 주변 상황을 열화상으로 인식해 관악경찰서 관제센터로 실시간 전송했다. 골리는 이날부터 오후 8시~오전 4시 이 지역 순찰에 시범 투입돼 안전과 범죄 예방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 로봇인 골리는 혼자 다니지 못한다. 심야에도 모니터링 요원이 함께 다녀야 한다. 도로교통법상 자율주행 로봇은 차에 해당하고, 보행안전법상 차는 보도와 횡단보도 주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골리는 신산업에 대해 일시적으로 규제를 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시범 운영을 허가받았다. 이 과정에서 ‘현장 인력이 로봇과 함께 다녀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로봇이 보도나 횡단보도로 올라올 때만 사람이 따라붙을 수는 없어서 계속 인력이 따라다녀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럴 거면 그냥 사람이 순찰하면 되지 왜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보도와 횡단보도 운행 금지 외에 골리에 채워진 족쇄는 또 있다. 공원에서는 중량 30㎏ 미만 동력장치만 운행할 수 있다는 규제다. 280㎏가량인 골리는 규제 샌드박스 기간에만 공원 내 순찰을 할 수 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