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290원 '출발'…"1350원까진 열어둬야"
1300원을 찍었던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1290원대로 내려왔다. 과거 경기 침체 시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은 추가 상승 압력이 우세하다는 관측이다.

2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2원 내린 1290원으로 출발했다.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은 1302.8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2009년 7월13일(1315원)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1300원을 넘은 것이다. 지난 24일은 3.6원 내린 1298.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서 당분간 머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 유가 강세 환경에서 변곡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1300원대 환율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1300원이었던 2009년 당시 달러인덱스 레벨은 80대 중반이었지만 현재는 100대 중반으로, 달러의 가치가 25% 상승했다는 점에서 현재 1300원은 비이성적인 수준도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단은 135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관측이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300원에 대한 레벨 부담으로 외환 당국의 실개입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지만, 지지선 돌파에 따른 패닉 바잉은 쏠림 현상을 유도해 경계감은 유효하다"며 "달러 롱 심리와 쏠림 현상을 감안해 하반기 원·달러 환율 상단은 135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짚었다.

국내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원화 약세에 힘을 싣고 있다. 올해 1월부터 6월 20일까지 무역수지는 154억69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상반기가 다 지나기도 전에 연간 최대 무역수지 적자였던 2008년(132억6741만달러)을 뛰어넘은 것이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말과 내년 연초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남아있다"며 "대외환경뿐 아니라 한국 무역수지가 6월까지 5개월째 적자가 전망된다는 점도 원화에 불리한 요건이다. 4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320원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추가로 국내 증시 부진에 외국인 순매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원화 약세의 요인으로 꼽힌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6월 1~23일 5조30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 중이며, 연초 이후 누적 기준으로 15조원을 순매도했다"며 "지난해 상반기 외국인 순매도 규모(17조4000억원)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최근 국채 금리 급등 여파로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도 역시 늘고 있어 달러 수요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향후 원·달러 환율은 달러의 방향성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 연구원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후로 물가의 피크아웃과 미국 경기 둔화가 가시화하면서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다소 완만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 달러의 추세 전환 시점도 9월 근방이 될 것으로 예상하며, 원·달러 환율은 3분기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한 후 9월 이후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흐름을 예상한다"고 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