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득세는 ‘소리 없는 증세’로 불린다. 소득세를 매길 때 적용하는 과세표준이 10년 넘게 요지부동이다 보니 물가 상승 효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물가 상승에 따라 실질임금이 줄어도 명목임금이 높아진 만큼 근로소득세가 늘어난다.

이처럼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세제가 많은 게 현실이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을 비롯해 각종 세제를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이 기회에 곳곳에 숨어 있는 시대착오적 세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오는 21일 기획재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이번엔 꼭 바꿔야 할 낡은 세제를 짚어봤다.

3일 기재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근로소득세 과세 대상 1731만 명 중 97%(1680만 명)가 속한 과표 8800만원 이하 구간은 과표와 세율이 2010년 이후 13년째 그대로다. 과표 1200만원 이하는 6%, 1200만원 초과~4600만원 이하 15%, 46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는 24%의 세율이 적용된다. 8800만원 초과~1억5000만원 이하 구간은 2008년부터 15년간 35%의 세율이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실질임금이 오르지 않아도 ‘자동 증세’가 이뤄지는 직장인이 많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5월까지 물가상승률은 28.2%다. 예컨대 2010년에 연봉 3000만원을 번 근로자와 올해 3845만원(물가 상승률 28.2% 적용)의 연봉을 번 근로자는 실질임금이 같다. 그런데 근로소득세는 완전히 다르다. 2010년 연봉 3000만원 근로자는 각종 공제 후 세율 6%를 적용받아 근로소득세로 24만원만 내면 됐지만 2022년 연봉 3845만원 소득자는 각종 공제 후 최대 15% 세율을 적용받아 67만원의 근로소득세를 내야 한다.

정부가 과표와 세율 조정에 손을 놓는 바람에 소득세수 징수액은 2010년 37조4618억원에서 지난해 114조1123억원으로 세 배가량으로 급증했다. 정부가 ‘편법 증세’를 통해 샐러리맨을 ‘봉’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은 이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 물가를 반영해 소득세 과표 구간을 매년 수정한다. 예컨대 24%의 세율을 적용하는 소득 구간은 독신자 기준으로 2018년 8만2500~15만7500달러에서 올해는 8만9076~17만50달러로 8%가량 높아졌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