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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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11월부터 퍼블릭 골프장이 지금처럼 회원제 골프장보다 세금을 덜 내려면 정부가 정한 그린피 가격을 따라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는 퍼블릭 골프장은 ‘비회원제 골프장’으로 분류돼 회원제 골프장과 똑같은 세금을 내야 한다. 각 골프장의 위치와 관리 상태, 서비스 수준 등에 따라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그린피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는 건 시대착오적 규제일 뿐 아니라 윤석열 정부가 강조한 자유시장경제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그린피 결정하는 나라

문화체육관광부는 7일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한국대중골프장협회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이달 말 입법예고할 ‘체육시설 설치·이용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개했다.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담았다.

핵심은 현행 퍼블릭 골프장을 대중형과 비회원제로 이원화하는 것이다. 분류 기준은 ‘정부가 정한 그린피 기준을 따르느냐’다. 정부는 이 기준을 ‘성수기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요금 평균’으로 잡았다. 회원제 골프장에는 1인당 개별소비세(2만1120원)와 재산세 4%를 부과한다. 반면 퍼블릭 골프장에는 개별소비세를 물리지 않고, 재산세도 0.2%만 부과한다.

그 차액을 이용자 한 명으로 나누면 약 4만원이다. 정부는 퍼블릭 골프장 그린피 가격을 기준가격(성수기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요금 평균)에서 세금 혜택분(4만원)을 뺀 금액으로 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퍼블릭 골프장이란 이유로 받은 세제 혜택이 골프장이 아니라 이용자에게 돌아가려면 혜택받은 금액만큼 그린피를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성수기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요금 평균이 25만원이라면 퍼블릭 지위를 유지하려면 21만원 이상 받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수지타산을 감안해 이보다 높게 받아야 한다면 퍼블릭 지위를 포기해야 한다. 그러면 비회원제 골프장으로 분류돼 회원제와 똑같이 이용자 한 명당 세금 4만원가량을 더 내야 한다.

“그린피 더 오를 것”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린피는 골프장 입지, 코스 상태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물인 만큼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훨씬 비싼 땅에, 훨씬 좋은 잔디로 세심하게 관리하는 골프장과 싼 땅에 대충 관리하는 골프장을 같은 잣대로 보는 게 말이 되냐는 얘기다.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준이 되는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평균’ 요금(성수기)을 낼 때 ‘수도권 전체’로 볼지, 특정 권역만 볼지 등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골프장들은 어떤 기준을 삼더라도 그린피가 오를 것으로 우려했다. 비회원제로 넘어가는 골프장들은 늘어난 세금만큼 그린피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대중 골프장과 회원제 골프장의 과세 차이를 ‘대중제 골프장에 대한 혜택’으로 보는 시각부터 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골프장 설립 전 값비싼 회원권을 분양해 골프장 건설비를 마련하는 회원제와 달리 퍼블릭 골프장은 사업자가 1000억~1300억원에 이르는 조성비용을 부담한다. 이에 따르는 부담을 줄여 퍼블릭 골프장 사업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가 세금 감면 혜택이다. 한 퍼블릭 골프장 관계자는 “골프장 조성비를 어떻게 마련했느냐가 다른데 회원제와 퍼블릭을 같은 선상에 둔 것부터 잘못”이라며 “법안대로 시행되면 비회원제 골프장은 세금은 회원제와 똑같이 내는데 회원을 모집할 수도 없는 불합리한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차제에 골프장 이용료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별소비세는 불필요한 사치재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지난해 국내 골프인구는 500만 명을 넘어섰다.

조수영/조희찬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