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한국계 애드테크(광고기술) 스타트업 몰로코가 ‘인재 블랙홀’로 떠올랐다. 구글 등 빅테크 출신뿐만 아니라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 거물이 임원으로 합류할 정도다. 국내에선 유망 테크기업을 뜻하는 신조어 ‘몰두센’(몰로코, 두나무, 센드버드)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며 선망의 직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비결로는 글로벌 애드테크 시장에서의 확고한 지위와 실리콘밸리식 복지, 상장을 통한 대박 가능성 등이 꼽힌다.
"상장하면 대박"…인재 몰리는 몰로코

구글 정도는 거쳐야 입사 가능


11일 IT업계에 따르면 수닐 라얀 전 디즈니플러스 핫스타 사장이 최근 몰로코 최고사업책임자(CBO)로 합류했다. 디즈니플러스 핫스타는 미국 월트디즈니 계열로 인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다. 라얀은 2020년 6월부터 디즈니플러스 핫스타 사장을 맡아 사업을 8배 이상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라얀 CBO 영입은 몰로코의 글로벌 사업 확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몰로코는 고객사가 광고를 어떤 사이트나 앱, SNS 등에 내보내야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제안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들어간 플랫폼을 활용해서다.

라얀 CBO는 구글에서 7년간 근무하며 모바일 앱 광고 사업을 이끈 애드테크 전문가다. 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라얀은 몸집을 불리고 있는 몰로코에 전략적인 조언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그의 영입은 몰로코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몰로코는 ‘선망의 직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몰로코는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를 밀어낼 가능성이 있는 ‘몰두센’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타이거글로벌 투자받아 유명


인기 비결은 글로벌 애드테크 시장에서의 확고한 위치다. 안익진 대표는 창업 전 유튜브, 구글에서 광고기술을 담당했다. 유튜브 광고도 안 대표가 속했던 팀의 작품이다. 2013년 창업 초기엔 “구글, 페이스북을 이길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얘기를 자주 들었지만 안 대표는 사업에 대한 확신을 꺾지 않았다. 결국 200개 넘는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했고 매출은 매년 100%씩 증가해 지난해 1억달러(약 1300억원)를 돌파했다. 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대표는 “몰로코의 성공 비결은 10년 가까이 흔들리지 않고 사업을 밀고 나간 안 대표의 뚝심”이라며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프라이버시’ 이슈가 커졌지만 몰로코는 비식별 간접정보 기반 사업을 하기 때문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엔 세계적인 VC 타이거글로벌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5억달러(약 1조9500억원)를 인정받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에 등극했다. 실리콘밸리 VC업계에선 몰로코가 이르면 내년께 나스닥시장에 상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몰로코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당근으로 제시하며 고급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RSU는 일정 조건을 충족한 직원들에게 싼값에 넘기는 주식이다. 상장 후 ‘대박’을 노릴 수 있어 실리콘밸리 등에선 연봉만큼 중요한 근로 조건으로 꼽힌다. 연 250만원에 달하는 자기계발비와 자율근무제 등도 엔지니어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요인이란 평가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