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연일 치솟는 물가 소식 지겨울 정도죠. 이 와중에 9년째 같은 가격을 지켜온 기업, 바로 오리온입니다. 하지만 꺾일 줄 모르는 원재료값 급등세에 결국 인상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집니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 식품 업계는 원가 부담을 이유로 줄줄이 가격을 올렸죠. 오리온의 상황과 주가 흐름 짚어봅니다, 유통산업부 박승완 기자 나왔습니다. 박 기자, 오리온도 결국 백기를 드나 보군요?

<기자>

오리온의 마지막 가격 인상은 지난 2013년 12월 말이었습니다. 대표 제품인 초코파이와 후레쉬베리 같은 '파이'류, 고소미 등 '비스킷'류 6종이 대상이었는데요. 당시 오리온이 파는 전체 상품이 50여 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가격이 오른 품목이 많지 않았습니다. 이후 가격을 동결해 왔으니 대다수 제품은 10년 넘게 같은 값에 소비자를 만난 셈이죠.

그랬던 오리온의 분위기가 달라진 건 지난달 들어서입니다. 가격 인상에 대한 질문에 이전까지 "계획 없다"는 답변이지만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거죠. 자세를 바꾼 이유로는 재료값 부담이 심각하고,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점이 꼽힙니다.

<앵커>

9년이나 같은 가격을 유지했다면 늘어나는 원가를 고스란히 감당해왔다는 의미군요. 그만큼 누적된 비용도 상당할 것 같은데 얼마나 비싸진 겁니까?

<기자>

오리온의 주요 원재료는 유지나 당, 코코아, 유제품 등인데요. 무엇보다 파이(빵)나 비스킷(과자) 등을 만들 때는 바삭바삭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을 내기 위해 유지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때문에 유지류는 오리온의 주료 원재료 중에서도 금액 기준 가장 높은 비중(17.8%)을 차지하구요.

2020년(1,273원)과 2021년(1,667원), 2022년 1분기(2,241원)까지 유지류 가격은 계속 상승세입니다. 국내 가격 기준으로 2년 사이 80% 가까이(76%) 올랐는데요. 같은 기간 당류(28%)나 코코아류(21%) 역시 20% 넘게 올랐습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오리온은 원재료를 구입하는데 이전 분기보다 200억 원을 더 쓴 것으로 확인됩니다. 물론 매출 증가에 따른 영향도 일부 있다는 게 오리온 측의 설명입니다.

<앵커>

한 풀 꺾였다 하지만 애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올 만큼 그간 곡물 가격 오름세가 상당했었죠. 여파로 상반기 상당수 식품 기업들이 이미 가격을 올리지 않았습니까?

<기자>

종합식품사부터 음료, 우유, 주류 등 식품 업계 전반이 줄인상 중입니다. 1위 식품업체 CJ제일제당의 경우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다섯 차례, 사실상 한 달에 한 번꼴로 가격을 올렸고요. 남양유업, 매일유업, 빙그레 등 유가공업체와, 하이트진로, 롯데칠성 등 주류 업체도 주요 제품가를 인상했습니다. 이들 업체의 시장 지배력을 감안하면 안 오른 게 없다는 말이 과언이 아닙니다. 제과 업체로 좁혀 보면 농심이 지난 3월에, 롯데제과와 해태제과가 뒤이어 4월, 5월에 최대 20% 가격 인상을 발표했습니다.

<앵커>

해외 기업이나 외식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결정했으니 식품 업계가 모두 올린 상황이군요. 더구나 상반기 가격 조정을 자제하던 기업들도 인상 대열에 합류하는 분위기라고요?

<기자>

사조는 지난 1일부터 올리브유와 해표 카놀라유 가격을 20% 안팎으로 올린 바 있습니다. 오뚜기 역시 마요네즈와 물엿, 소면과 중면 등을 올렸고요.

하반기에도 이러한 움직임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문제는 비단 식품업계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는 점인데요. 제조·건설·서비스 등 전국 570개 업체 중 열에 일곱(69%)이 상반기에 가격을 올렸습니다. 아직 올리지 않은 기업 가운데 올해 안에 인상 계획이 있는 곳(53%)도 절반이 넘습니다. (한국은행 '지역경제보고서')

<앵커>

앞서 살펴본 원부자재뿐만 아니라 인건비나 물류비나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요인이 산더미라 더 문제로 느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편으로 오리온은 어떻게 9년이나 가격 방어를 해왔는지가 궁금해지는군요.

<기자>

오리온의 경영 효율화 노력이 빛을 발하는 대목입니다. 포장재를 줄여 생산비를 아끼고, 글로벌 법인들과 함께 원부자재를 대량으로 싼값에 구매하는 등의 방식인데요. 수익성을 중심에 두고 회사를 운영하겠단 의지죠.

대표적인 강점으로 '데이터 경영'도 꼽힙니다. 재고관리를 데이터와 연결시켜 효율화를 이뤄냈다는 설명입니다. 이는 낮은 반품률의 비결로 연결되는데요. 실제로 2020년 반품률(0.6%)이 2016년(2.8%)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를 통해 오리온은 연간 1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절약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덕분에 오리온의 영업이익률은 식품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지난해(2021년) 기준 15.8%로 집계되는데요. 대표 K라면 주자인 삼양식품(10.2%)이나 음료·주류를 아우르는 롯데칠성(7.3%), 국대 최대 식품사 CJ제일제당(5.8%)보다 2~3배 높습니다.

<앵커>

식품회사의 영업이익률이 5% 내외고, 높아야 두 자릿수를 넘지 않는 걸 감안하면 두 배 수준이군요. 그렇다면 증권가 평가는 어떻습니까?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너무 많다'(하이투자증권), '가격인상 보다 가격경쟁력'(키움증권), '못하는 걸 못하는 오리온'(대신증권). 오리온을 두고 최근 한 달간 증권가가 발행한 리포트의 제목입니다. 요약하자면 현재 한국, 베트남 지역에서 가격 인상 없이 시장 성장을 크게 웃도는 물량성장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물량도 매출도 모두 시장 점유율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죠.

최근 3개월 주가 역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요. 하지만 마냥 장밋빛이라고 볼 수는 없는 이유가 해외 사업부 때문입니다. 당장 중국 시장이 역성장은 마쳤지만 소비 냉각 우려가 여전해 발목을 잡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며 도시 봉쇄가 반복되는 상황이 부담인 거죠. 러시아 법인 역시 쉽지 않은 모습인데요. 전쟁 여파에도 실적 개선을 이뤄내긴 했지만 전쟁으로 현지 사정이 복잡해 물류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박승완기자 pswan@wowtv.co.kr
'동결 9년' 끝나나…오리온, 가격 인상 저울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