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준중형 세단 모델3
테슬라 준중형 세단 모델3
"악!" 테슬라 모델3 뒷자리서 들려온 비명…모두가 놀랐다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테슬라가 그간 모델S와 모델X를 만들었으니 다음엔 모델E를 만들면 되겠다고 했습니다. 포드에서 자기들의 상표라고 소송을 걸더군요. 다른 이름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로운 모델은 로마자Ⅲ를 뜻하는 모델3라고 부를 겁니다”
-일론 머스크, 2014년 <오토 익스프레스>와 인터뷰 중

모델3는 테슬라의 간판 차량입니다. 이 준중형 세단의 성공은 전 세계 소비자에게 ‘전기차=테슬라’라는 인식을 확고하게 했습니다. 테슬라 주가 역시 모델3의 생산이 시작된 2017년부터 폭등했습니다. 모델3 이전에 2인승 스포츠카 로드스터, 중대형 세단 모델S, 대형 SUV 모델X가 있었지만 출시 당시 6만~10만달러에 달하는 비싼 차량이었습니다.

테슬라 판매량 절반 이상이 ‘모델3’

2016년 3만5000달러에 사전 예약을 시작한 모델3는 1년 만에 50만명이 줄을 설 정도로 돌풍을 일으킵니다. 이는 테슬라가 소수의 ‘전기차 마니아’ 회사가 아닌 기존 자동차 제조사를 위협할 경쟁자가 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지난해 테슬라는 전 세계 총 93만6222대의 차량을 판매했고 이중 모델3와 모델Y가 91만대였습니다. 친환경 매체 클린테크니카에 따르면 작년 모델3는 총 50만대가 팔렸습니다. 모델S의 신형 모델 ‘플래드’ 출시 준비로 인한 생산 조정을 감안하더라도 압도적인 비중입니다.

국내 도로에서도 테슬라 모델3가 제법 눈에 띕니다. 자동차 포털 카이즈유에 따르면 작년 테슬라는 국내에서 1만7828대를 팔았습니다. 그런데도 테슬라 전기차를 직접 경험해본 사람들은 소수입니다. 테슬라를 타볼 수 있는 ‘테슬라 스토어’가 전국에 6곳뿐이기 때문입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테슬람이 간다>도 시승기입니다. 테슬라 여의도 스토어에서 지난 6월 14일과 7월 5일 이틀에 걸쳐 모델3와 모델Y를 시승했습니다. MZ세대의 테슬라와 전기차에 대한 생각도 궁금했습니다. 후배인 반려동물 전문 ‘멍냥 기자’와 열혈 사건기자 ‘권 기자’가 함께했습니다.
테슬라 서울 여의도 스토어 앞에 주차된 시승용 모델3. 오른쪽 회색 차량이 퍼포먼스 모델이다. /사진=백수전 기자
테슬라 서울 여의도 스토어 앞에 주차된 시승용 모델3. 오른쪽 회색 차량이 퍼포먼스 모델이다. /사진=백수전 기자

모델3 최강 모델 ‘퍼포먼스’

시승 차로 준비된 모델3는 ‘미드나잇 실버 메탈릭’이라는 짙은 회색입니다. 테슬라 어드바이저가 “이 차는 퍼포먼스 모델”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모델3의 세 가지 모델 중 주행 성능이 가장 강력합니다. 기본형인 스탠다드 모델과 외관상 다른 점은 20인치 휠, 퍼포먼스 브레이크, 카본 스포일러 등입니다. 도로에서 주행 시 차이를 알아보기 힘들 것 같았습니다.

가격은 스탠다드보다 2000만원 넘게 비싼 9400만원부터입니다. 지난달 출시한 ‘향상된 오토파일럿(EAP)’ 옵션(452만원)을 넣으면 딱 1억원입니다. 올해 서울시 기준으로 모델3 스탠다드와 롱레인지는 전기차 보조금으로 약 415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차량 가격 8500만원이 넘는 퍼포먼스는 제외입니다. 주행거리는 한 번 충전하면 스탠다드 403㎞, 롱레인지 528㎞, 퍼포먼스 480㎞입니다(테슬라 제공 기준).

모델3 운전석에 앉았습니다. 시트 위치가 SUV인 모델Y보다 확실히 낮습니다. 20년간 주로 세단을 운전한 기자에겐 더 편안했습니다. 실내는 모델Y와 비슷합니다. 큼지막한 15인치 터치스크린 외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장은 고급스럽진 않아도 깔끔합니다. 그러나 차량 가격을 생각하면 못내 아쉬웠습니다. 뒷좌석은 덩치 큰 성인에겐 다소 좁습니다. 키 180㎝에 건장한 체격의 권 기자가 앉으니 무릎 공간이 거의 안 남았고 차 천장에 머리가 닿을 듯했습니다. 모델3의 제원은 길이 4694㎜, 너비 1849㎜, 높이 1443㎜로 준중형 세단 크기입니다.
“루디크러스(터무니없는 가속 모드)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것은 플래드입니다”
-일론 머스크, 2017년 신형 로드스터 발표회에서
테슬라 모델S의 '미친 가속 모드'를 체험하고 깜짝 놀라는 사람들. /사진=dragtimes
테슬라 모델S의 '미친 가속 모드'를 체험하고 깜짝 놀라는 사람들. /사진=dragtimes

페달을 밟는 순간, 웃음이 터졌다

가속 페달을 밟고 차가 출발합니다. 모델Y에서 느꼈던 회생제동(가속페달을 발에서 떼면 급제동)의 불편함이 확연히 덜했습니다. 동승한 테슬라 어드바이저는 “세팅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단단했던 모델Y보다 승차감이 부드럽습니다. 뒷좌석의 후배들도 “더 편하다”고 말했습니다. 어드바이저는 “기본 장착된 섬머 타이어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기자는 ‘자동차 전문’은 아니지만, 국내외 브랜드의 차량을 다수 시승해봤습니다. 모두 가솔린 디젤 하이브리드 등 내연기관 차량이었습니다. ‘전기차는 골프 카트처럼 ‘스르륵’ 달리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델3의 주행 질감은 가솔린차와 비교해 크게 이질적이지 않았습니다. 1645㎏에 달하는 공차중량을 무시할 수 없나 봅니다. BMW 3시리즈(1605㎏)보다 무겁습니다.

모델3는 마포대교를 건너 강변북로로 나왔습니다. 차량이 한적한 고속화도로로 나오자 가속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었습니다. “밟아보셔도 됩니다. 시승 차량에 이미 제한을 걸어...” 어드바이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속페달을 밟았습니다. “선배~!” 뒷좌석에서 다급한 비명이 터졌습니다.
서울시내 도로에서 테슬라 모델3를 시승하고 있는 백수전 기자. /사진=김성희 기자
서울시내 도로에서 테슬라 모델3를 시승하고 있는 백수전 기자. /사진=김성희 기자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 3.4초. 모델3는 마치 중력을 벗어난 우주선처럼 내달립니다. 주변의 풍경이 순식간에 뒤로 밀려 나갔습니다. 저절로 웃음이 터졌습니다. “와, 이거 정말 빠른데요?” 내연기관차에서 급가속하면 느껴지는 기어 변속 딜레이나 터보랙(터보엔진 차량 가속 시 딜레이)도 없습니다. 전기차니까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회사 초창기부터 스포츠카처럼 ‘멋지고 빠른’ 전기차를 원했습니다. 그는 테슬라가 골프 카트 같은 ‘따분한 시티카’가 되어선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테슬라는 2014년 모델S에 ‘미친(insane)’ 가속 모드, 2015년엔 ‘터무니없는(ludicrous)’ 가속 모드를 장착합니다. 정지 상태에서 60마일까지 가속 시간이 단 2.8초에 불과했습니다. 이 '미친' 가속 모드를 체험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라운 웃음이 터졌고 이는 유튜브 영상으로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권종원《일론 머스크와 지속가능한 인류의 미래》). 그리고 올해 선보일 신형 모델S엔 ‘플래드(plaid)’ 가속 모드가 탑재될 예정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11년 10월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에서 열린 미디어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의 옆에 있는 차는 모델S다.  /사진=REUTERS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11년 10월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에서 열린 미디어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의 옆에 있는 차는 모델S다. /사진=REUTERS

그런데 가격은요?

과거 기자가 타본 제일 빠른 차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AMG C 63’입니다. 모델3 퍼포먼스의 초반 가속력은 ‘AMG C 63’을 확실히 능가했습니다. 실제로 국내 출시된 가격 1억원 미만의 차량 중 모델3 퍼포먼스보다 초반 가속이 빠른 차량은 없습니다. 모델3 스탠다드(6.1초)와 롱레인지(4.4초)의 제로백도 일반 준중형 세단에 비하면 빠른 수준입니다.

퍼포먼스와 비슷한 제로백을 가진 차로 벤츠 AMG GT 63S(3.2초), BMW M5(3.3초), 포르쉐 911 GT3(3.4초),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3.3초) 등이 있습니다. 모두 차량가 2억원을 넘나드는 슈퍼카급입니다. 포르쉐 ‘입문 모델’인 박스터 같은 차가 도로에서 일반 모델3인 줄 알고 퍼포먼스에 덤볐다가 테슬라 뒤꽁무니만 보는 망신을 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물론 공도에서 이런 레이싱을 벌이면 안 됩니다)
포르쉐 911 카레라(왼쪽)와 모델3 퍼포먼스.
포르쉐 911 카레라(왼쪽)와 모델3 퍼포먼스.
테슬라를 고려하는 일반 소비자는 비싼 고성능 모델보다 기본 모델에 관심이 클 것입니다. 이들 차량도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모델3 스탠다드의 경우 2019년 국내 출시 이후 가격이 34% 올랐습니다(5239만원→7034만원). 특히 테슬라는 작년 이후 원자재값 급등을 이유로 수시로 가격을 올려 “횟집도 아니고 차를 시가 판매하냐”는 비판을 들었습니다.

준중형 세단에 7000만원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당장 지난 14일 출시한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6’를 5500만원 선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벤츠의 신형 세단 C클래스도 6000만원대입니다. 오죽하면 테슬라 차주 커뮤니티에서 “지금 가격에 사는 건 말리고 싶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입니다.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향후 가장 큰 전기차 소비자가 될 MZ세대의 생각은 어떨까요. 시승을 마친 후배들은 “테슬라가 신기하지만, 너무 비싸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권 기자는 “자율주행 옵션까지 돈을 내라는 건 아쉽다”며 “7000만원이면 살 수 있는 차가 너무 많다”고 했습니다. ‘멍냥 기자’도 “그 가격이면 새로 나올 아이오닉 6를 고려해볼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사회초년생들이 미래를 ‘경험’하기엔 테슬라에 붙어있는 가격은 너무 멀었던 걸까요.
"악!" 테슬라 모델3 뒷자리서 들려온 비명…모두가 놀랐다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한 주가 흘렀습니다. 후배들과 티타임을 가진 자리, 다시 테슬라 얘기가 나왔습니다.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서 테슬라를 시승해봤다고 말했어요. 운전대에서 손을 놓기도 하고, 또 엄청난 속도로 달려서 깜짝놀랐다고 하니 다들 한번 타보고 싶대요”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퍼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