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탐방 노트 - DL이앤씨
DL이앤씨 건설 현장 근로자들이 어깨동무M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작업 지시사항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DL이앤씨 제공
DL이앤씨 건설 현장 근로자들이 어깨동무M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작업 지시사항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DL이앤씨 제공
DL이앤씨의 전신은 대림산업으로, 2021년 건설사업부가 물적 분할해 신설되었다. DL이앤씨의 전신인 대림산업은 2017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담팀을 신설하며 ESG 경영활동에 나섰다. 기업 분할 후에는 중장기 주주 친화 정책을 내놓고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는 모습이다. DL이앤씨는 향후 3년간 연결 지배주주 순이익의 10%는 현금배당하고, 5%는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2020년 코스피 평균 배당 성향은 20%지만, 국내 주요 건설사(DL이앤씨,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삼성ENG)는 평균 11%에 그치는 등 업계 전반적으로 배당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여러 가지 배경이 있지만, 과거 우발부채와 매출채권 상각으로 인한 일회성 손실이 자주 발생해 현금흐름이 취약했던 건설업의 특이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3월 100% 무상증자 단행

그러나 우발부채 현장이 정리되고 주택 호황과 함께 사상 최고 수준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건설사들이 배당에 인색한 것은 주주가치 제고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를 의식한 듯 DL이앤씨는 주주 친화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고 적극적으로 실행해 주목받고 있다.

2021년 1월 중장기 주주 친화 정책 발표 이후 지난해 주당 2700원을 배당, 실제로 10%의 배당 성향을 기록하며 약속을 지켰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자본잉여금을 활용한 100% 무상증자를 실시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는 지난해 내놓은 주주 친화 정책에 담겨 있지 않은 내용이다. 건설사에서 보기 어려운 무상증자를, 그것도 100% 비율로 지급해 적극적인 ESG 경영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이어 5월에는 주주 순이익의 5%에 해당하는 290억원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DL이앤씨의 ESG 경영에서 또 하나 돋보이는 부분은 탄소포집, 활용·저장 기술을 뜻하는 CCUS를 중심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신사업으로서 이익 성장도 기대된다는 점이다. 현재 건설사들은 환경과 결합한 신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수소·암모니아를 주축으로 한 ‘그린 솔루션 프로바이더(Green Solution Provider)’, 현대건설은 새롭게 주목받는 원전 사업의 전 밸류체인에 집중하는 ‘원전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Total Solution Provider)’를 각각 내세우고 있다. DL이앤씨는 탄소중립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CCUS 사업의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탄소포집 설계·기자재 조달·시공(EPC) 분야에서 2024년까지 국내외 누적 수주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 다음 단계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연간 1조원 규모의 수주를 꾸준히 유지하고, 이후 2030년까지 매년 2조원 규모로 수주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 CCUS 사업에서만 연간 2조원대 매출을 올린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DL이앤씨는 2021년 서산그린에너지(구 대산파워)로부터 연 14만6000톤 규모의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공장 건설 공사를 수주했다. 국내 최초의 탄소 네거티브 공장 건설 사업이다. 이 공장은 포집 후 압축과 정제 과정을 통해 순도 99.9%의 액체 이산화탄소를 생산해 반도체 세정제, 소화기, 의료용품, 용접용품, 드라이아이스 등 원료로 공급할 예정이다. DL이앤씨는 탄소포집 국책 연구과제에 참여해 관련 기술을 개발해왔으며, 이산화탄소 포집 플랜트 기본설계 능력을 보유함으로써 건설업종 내에서 탄소포집과 관련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호주 CCUS 프로젝트 추가 수주 기대

DL이앤씨는 서산그린에너지에 이어 서해그린환경, 현대오일뱅크와 각각 CCUS 사업 협약을 맺는 등 국내에서 적극적인 수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월 24일 우리 정부와 호주가 각각 수소·CCUS 공동 프로젝트 추진을 발표했으며, 3월 30일에는 DL이앤씨가 호주의 친환경 비료 제조 기업인 뉴라이저와 탄소포집, 활용·저장 시설 건설을 위한 개념설계와 기본설계를 수행하는 우선 계약 합의서를 체결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뉴라이저로부터 암모니아 및 요소 생산공장 건설사업 기본설계를 수주해 수행 중인데, 이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바탕으로 이번 사업에서 독점권을 보유한 우선 협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5MW 용량의 소형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연간 5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활용·저장하는 공장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현장은 남부 호주의 주도인 애들레이드에서 북쪽으로 550km 떨어진 리 크릭 광산 지역에 위치한다. DL이앤씨는 개념설계와 기본설계가 완료되면 뒤이어 발주될 약 1000억원 규모의 EPC 사업 수주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또 현재 설계 작업을 수행하는 뉴라이저의 암모니아 및 요소 생산공장에 연간 100만 톤 규모의 탄소압축 저장 설비를 추가하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어 호주 내 CCUS 프로젝트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

박세라 신영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