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환경경영 ABC⑬
GS칼텍스가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생산하는 친환경 복합수지. 사진=GS칼텍스 제공
GS칼텍스가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생산하는 친환경 복합수지. 사진=GS칼텍스 제공


환경경영 이행 수단 가운데 가장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실행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청정생산(cleaner production)은 전통적 환경오염물질 관리 방법인 사후 처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오염물질을 원천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생산공정 연구에서 비롯되었다. 초기에는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오염 예방 차원에서 시도되었으나 본격적으로 확산한 것은 1992년 브라질 리우회의에서 채택한 ‘의제 21’에서 산업계가 지속 가능한 산업 발전을 위한 실천 수단으로 청정생산을 제시하면서부터다. 청정생산은 사후 처리가 아닌 오염물의 원천적 감소를 위해 도입한 사전 예방적 개념으로서 오염 예방(pollution prevention)이나 폐기물 최소화(waste minimization) 등과 유사한 접근 방법이지만, 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이다.

오염물질 발생을 근원적으로 줄인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청정생산을 ‘전체 생산성을 향상시키면서도 인간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품과 생산공정, 서비스 전과정에 통합 예방 환경 전략을 지속적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도 청정생산 촉진 정책을 추진하면서 ‘천연자원으로부터 원료 추출, 제품 생산, 폐기물 및 부산물의 재자원화, 생태계로 폐기될 때까지 모든 과정에서 환경오염물질을 원천적으로 방지, 최소화해 환경보전과 제조원가 절감을 병행 실현하는 사전 예방적 개념’이라는 다소 포괄적 정의를 내리고 있다. 아울러 이를 뒷받침하는 청정생산 기술을 ‘제품 생산과 관련한 전과정에서 오염물질의 발생을 근원적으로 감소시키는 경제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생산기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UNEP에서는 청정생산의 범위를 생산공정과 제품, 서비스 등 적용 분야를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우선 생산공정에서는 원료와 에너지 사용을 줄이거나 유해한 원료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며, 배출물의 유해 농도와 양을 사전에 근원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제품의 경우 원료 추출에서 폐기에 이르기까지 제품 전과정 동안 제품의 환경·건강·안전 분야에서의 영향을 감축하도록 하고, 서비스에서도 제공하려는 서비스 시스템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환경문제를 고려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청정생산의 구체적 범위는 제품·생산공정을 중심으로 한 사전 예방 차원과 생산이나 제품 사용 후 발생하는 폐기물 감축·처리 등 폐기물 관리로 나눌 수 있다. 사전 예방적 수단으로는 제품을 변경해 생산을 비롯한 제품의 전과정에서 환경영향을 줄이거나 생산 단계에서 관리 방법 개선, 청정생산 기술의 개발·적용, 투입 원료의 변화 등을 통해 생산 단계에서 환경영향을 줄이는 방법 등이 있다. 한편 생산과정이나 제품 사용 후 발생하는 폐기물의 관리 방법은 원천 감축, 재이용, 재활용, 소각(열회수 포함) 및 매립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원천 감축, 재이용 및 재활용은 폐기물 발생을 줄이거나 발생한 폐기물을 자원으로 활용해 사용 효율을 극대화하는 사전 예방적 방법이므로 청정생산의 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다.



이러한 청정생산을 실제 현장에서 이행하기 위해서는 크게 제품 변경, 생산공정 변경, 그리고 폐기물 관리 등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접근할 수 있다. 우선 제품 변경을 위해서는 앞서 설명한 친환경 설계(DfE)를 통해 제품 전과정에 걸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하도록 제품 설계를 변경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를 통해 제품의 원천적 환경성 강화는 물론 제품의 내구성 제고, 분해 및 재활용이 용이한 제품으로 변경, 불필요한 포장을 제거한 제품 등 다양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생산공정 변경은 청정생산의 핵심 분야로서 친환경 원재료 사용, 청정공정 기술 적용, 친환경 생산공정 관리 등을 포함하며, 일반 제조업에서 오염물질 배출 비중이 가장 큰 생산공정 환경오염 해결에 필요한 방안이다. 생산공정에서 사용하는 원부재료나 에너지를 보다 친환경적인 것으로 대체함으로써 제품이나 공정에서의 환경성을 높이는 방법이 바로 친환경 원재료 사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구체적 대안으로는 유해 화학물질의 대체 또는 사용 억제, 재활용·재이용 가능한 원료 사용, 불순물이 적은 원료 사용, 재생 가능한 에너지 사용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청정공정 기술개발이 가장 효과적

청정공정 기술개발 및 적용은 가장 효과가 큰 청정생산의 이행 수단으로, 오염물질 발생이 많은 기존 공정을 친환경 청정생산 공정으로 변경하는 방법이다. 장치 교체 및 배열 변경, 운전 자동화, 운전 조건 개선 등 초기 투자가 클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적으로 유리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한편 친환경 생산공정 관리는 작업 조건과 관리 방법을 개선함으로써 불필요한 원료와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방법이다. 누출 방지, 반응 용기 최소화, 서로 다른 성질의 오염물 섞임 방지 등 방법으로 작업 여건 개선 및 불량률 감소와 안전사고 예방도 기대할 수 있다.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관리는 소각·처리, 저장·투기 등 전통적 사후 처리 방식과 원천 감축, 재이용·재활용 등 폐기물 발생을 사전에 줄이는 폐기물 최소화 방법으로 나뉜다. 이때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대안은 폐기물을 원천적으로 감축하는 것이다. 새로운 제품 개발, 관리 방식 개선, 투입 원료 변경, 청정생산 기술을 활용한 생산공정 개선 등이 이에 포함된다.

다음으로는 일단 발생한 폐기물을 사업장에서 원료로 재이용하거나 물리·화학적 변화를 가해 유용한 물질로 재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러한 내부 재활용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거나 경제적 타당성이 없을 경우 외부에서 재이용하거나 재활용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소각·처리 및 저장·투기 등 사후 관리 방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청정생산의 범주를 벗어난 이행 수단이다.

이병욱 전 환경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