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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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휘발유를 쓰는 내연기관차의 절반 수준이란 분석이 나왔다. 현대자동차가 ‘전 생애주기 평가(LCA)’를 시행한 결과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제조와 전력 생산 등의 과정까지 감안하면 전기차를 친환경 제품으로 볼 수 없다’는 일각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현대차가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했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 탄소 배출량, 가솔린의 절반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아이오닉 5, 투싼 하이브리드, 투싼 가솔린 3개 차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LCA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를 2022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담았다. 비슷한 차체 크기의 두 차종을 세 가지 구동 방식으로 비교했고, 광물·원유·전력 등의 실제 생산 환경 및 유통 거리까지 감안했다.

조사 결과 아이오닉 5가 전 생애주기에 걸쳐 배출한 탄소는 ㎞당 169.6gCO2-eq(이하 단위 생략)로 투싼 가솔린(311.1)의 54%에 불과했다. 내연기관 기반이지만 보조 개념 배터리가 탑재된 투싼 하이브리드의 배출량은 241.6으로 나머지 둘의 평균 수준이었다.
아이오닉5 탄소배출, 투싼의 절반…현대車 '전기차=친환경' 공식 증명
광물 채굴과 전력 생산 등 전 과정을 포함해도 순수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친환경적이라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순수 전기차는 운전자가 차량을 운행하는 마지막 단계에선 탄소를 전혀 내뿜지 않는다. 그러나 리튬 니켈 코발트 등 광물 원료를 채취해 배터리를 만드는 과정(제조 전 단계), 석탄 등 화석연료를 전기로 만드는 과정 등에선 적지 않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전기차는 전력 생산 과정서 탄소 배출

아이오닉 5가 제조 전 단계에서 배출하는 탄소는 47.1로 투싼 가솔린의 23.9 대비 두 배 수준이었다. 광물을 채굴하고 제련할 때 나오는 탄소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오닉 5가 제조 전 단계에서 배출하는 탄소 비중은 전체의 27.8%로 투싼 가솔린(7.7%)의 네 배에 육박했다. 투싼 하이브리드는 이 비중이 11.3%였다.

하지만 운행 과정에서 내뿜는 탄소량은 내연기관차가 순수 전기차를 압도했다. 아이오닉 5의 주행 중 배출량은 119.5, 투싼 가솔린은 281.3, 투싼 하이브리드가 208.4였다. 가솔린 모델이 전기차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현대차는 전기차 주행에 필요한 전력을 만들고 유통하는 과정까지 포함해 운행 단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했다. 전기 에너지를 생산해 전기차를 충전하는 과정(well-to-tank)까지 조사했다는 의미다. 에너지 생산 단계의 탄소 배출량 계산을 위해 화력과 원자력, 수력, 태양광, 풍력 등 한국전력의 전력 생산 유형 비율을 그대로 적용했다. 가솔린 차종도 잠재적인 탄소 배출 요인을 모두 집어넣었다. 원유 시추부터 가솔린 정제, 주유소 운반 등에 드는 탄소 배출량을 단계별로 계산해 합산했다.

승부가 갈린 지점은 실제 운행 단계였다. 아이오닉 5가 충전 후 바퀴를 구르는 과정(tank-to-wheel)에서 배출하는 탄소는 ‘제로’였다. 배출한 119.5의 이산화탄소는 모두 전력 발전·유통 과정에서 나왔다. 반면 가솔린차는 ‘well-to-tank’보다 ‘tank-to-wheel’ 과정의 배출량 비중이 훨씬 높았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