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NOW
‘친환경설계’ 트레이더스 동탄점…저탄소 자재 쓰고 빗물 재활용
지난 6월 30일 문을 연 이마트 트레이더스 동탄점. 이곳엔 다른 대형 마트와 백화점에선 보기 어려운 내방객용 샤워 시설이 있다.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타고 매장을 방문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샤워장을 만들었다는 것이 이마트 측의 설명이다. 자전거로 이동하면서 흘린 땀을 씻어낸 후 쇼핑을 즐기라는 의미다. 90대가량의 자전거를 주차할 수 있는 자전거 주차장도 별도로 마련했다.

자전거 고객 위한 주차장·샤워장 마련

이마트 트레이더스 동탄점은 개발 단계부터 녹색건축물 인증을 받았다. 녹색건축물 인증은 설계와 시공, 유지, 관리 등 전과정에 걸쳐 에너지절약과 환경오염 저감에 기여한 건축물에만 부여한다. 동탄점에는 교통부터 에너지, 건축자재, 자원 재활용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친환경 요소를 적용했다.

동탄점 직원 식당 바닥과 복도 천장, 화장실, 창호 등도 남다르게 설계했다. 환경성 선언 제품(EPD)과 저탄소·자연순환 자재를 사용한 것이다. 점포 내 재활용 폐기물을 4종 이상 분리·보관할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했다. 매장에서 나오는 폐기물의 원활한 재활용을 돕기 위해서다.

에너지절약을 위해 매장 조명 밀도는 기존 매장보다 낮게 설정하고, 지역 냉난방 방식을 적용했다. 또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빗물·유출 지하수 재활용 시설 및 절수형 기기도 설치했다.

동탄점 직원들이 입는 유니폼도 눈에 띈다. 블랙야크와 협업해 개발한 유니폼은 폐페트병을 활용해 제작했다. 17개의 폐페트병을 재활용하면 유니폼 한 벌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이마트 측의 설명이다.

이마트가 트레이더스 동탄점을 친환경 매장으로 꾸민 것은 ‘가치소비’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해 9월에 발간한 ‘소비자가 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친환경 소비 행동’ 보고서에 따르면 ‘상품 구매 시 기업의 친환경 활동을 고려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31.6%에 달한다. 응답자의 98.5%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가치소비’ 트렌드는 실제 이마트의 매출 데이터로 확인된다. 지난 1년간 이마트의 동물복지 달걀과 무항생제 돈육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38.9%, 29.5% 증가했다. 같은 기간 텀블러와 보온병은 매출이 9.5% 늘어났지만, 플라스틱 컵과 종이컵 매출은 각각 6.8%, 2.5% 줄었다.

이마트는 소비자의 이러한 인식 변화에 발맞춰 모바일 영수증 사용을 늘리고, 비닐 쇼핑백 없는 점포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친환경 쇼핑 문화 확산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 ‘종이 영수증 없는 점포’를 운영하기 시작한 이마트의 모바일 영수증 발급 비율은 지난해 기준 21%에 달한다. 올해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5월부터 탄소중립 실천을 실행하면 자동으로 포인트가 적립되는 시스템도 시작했다. 환경부·한국환경공단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탄소중립 실천 포인트제는 탄소중립 생활 실천 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민간기업의 친환경 활동 시 이용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제도다.

소비자가 ‘탄소중립 실천 포인트’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을 한 뒤 이마트에서 친환경 활동을 실천해 신세계포인트를 적립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연계돼 ‘탄소중립 실천 포인트’가 쌓이는 방식이다. 적립한 포인트는 매달 현금 또는 신용카드사 포인트 중 선택해 지급받을 수 있다.
‘친환경설계’ 트레이더스 동탄점…저탄소 자재 쓰고 빗물 재활용
‘친환경설계’ 트레이더스 동탄점…저탄소 자재 쓰고 빗물 재활용
‘착한 소비’ 원하는 소비자들

탄소중립 실천 포인트 적립 방법은 ▲전자영수증 발급(회당 100원) ▲그린카드로 친환경 제품 구매(회당 1000원) ▲리필스테이션 이용(회당 2000원) 등이다. 연간 최대 지급액은 7만원이다.

형태준 이마트 지속가능혁신센터장은 “친환경 소비문화 확산을 위해 점포의 설계 단계부터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손쉽게 친환경 소비에 동참하고 실천하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환경뿐 아니라 사회와 지배구조 분야에서도 ESG 경영을 다각도로 펼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5월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경북 울진 산불 같은 갑작스러운 화재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아동 안전 물품 기부 전달식을 진행했다.

이마트는 소방복 재활용을 통해 만든 화재 안전교육 손수건 2700여 장과 소화기·탈출망치·구조 손수건이 포함된 ‘소방 안전 키트’ 100세트 등을 마련했다. 아동 안전용품은 이달 중 전국 아동공동생활가정 그룹 홈 100곳 및 이마트 희망놀이터·장난감도서관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헌혈 인구가 감소해 혈액 부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난 4월에는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4000장의 헌혈 증서를 기부했다. 이마트 임직원들이 직접 참여해 헌혈 증서를 마련했으며, 기부한 헌혈 증서는 수혈이 필요한 소아암 환자에게 지원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2013년부터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헌혈 증서와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다. 10년간 전달한 헌혈 증서는 3만1667장으로, 이마트는 앞으로도 헌혈 문화 조성에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최저 배당금 보장·전자투표제 도입을 포함해 지속적인 거버넌스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는 2020년 말 더욱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새로 수립한 주주환원 정책을 공개했다.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배당하고, 주당 최저 배당금을 2000원으로 책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주주들과 회사의 수익 및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한 내용이다. 주주들의 수익률에 대한 장기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안정적 배당을 실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마트는 2019년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했다. 전자투표제 도입으로 주주총회에 참석할 수 없던 주주들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져 주주들의 권익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지난해 기준 주주총회 전자투표 참여율은 2.98%를 기록했다. 전자투표제 도입 첫해인 2019년(1.8%) 대비 이용률이 높아졌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이마트는 꾸준히 우수한 ‘ESG 성적표’를 받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2021년 KCGS ESG 평가 및 등급 공표’에서 이마트는 202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종합 A등급을 받았다.

박종관 한국경제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