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그룹 차원의 클린테크 육성을 공표한 구광모 (주)LG 대표가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위치한 LG화학 R&D 연구소를 방문해 바이오 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주)LG 제공
그룹 차원의 클린테크 육성을 공표한 구광모 (주)LG 대표가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위치한 LG화학 R&D 연구소를 방문해 바이오 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주)LG 제공
지난해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처음 도입되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많은 기업이 기업 핵심가치에 ESG를 통합해 내재화하는 ‘ESG 2.0’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자사의 ESG 활동과 성과를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알리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도 늘고 있다. ‘한경ESG’가 실시한 ‘2022 ESG 브랜드 조사’는 이런 흐름을 반영해 평가 대상 기업을 매출액 기준 상위 150개 기업으로 늘렸으며, 순위 산정 방식도 동점자를 줄이고 비교가 더욱 용이하도록 개편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기업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도 ESG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올해 ESG 브랜드 1위는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가 차지했다. 일반 지주회사가 평가 대상 기업에 새롭게 포함되면서 나온 결과다. 지난해 1위는 LG전자였다. 이는 ESG 관점에서 ‘LG’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LG는 E·S·G 전 부문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회와 지배구조 부문은 1위, 환경 부문은 2위를 기록했다. 특히 지배구조 부문 중 ‘법과 원칙을 준수한다’(응답률 8.3%), ‘경영진이 높은 윤리 의식을 갖고 있다’(9.3%) 항목에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지난해 종합 1위였던 LG전자는 올해 3위로 상위권을 지켰다. LG그룹은 ㈜LG(3위)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4위), LG생활건강(5위), LG화학(9위) 등 5개 계열사가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지난해에 이어 강세를 보였다.

종합 2위는 삼성전자다. 지난해 5위에서 순위가 3계단 상승했다. 그동안 ESG 경영에 다소 신중한 자세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아온 삼성전자는 최근 달라진 모습이 눈에 띈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참여를 적극 검토하는 등 ESG 경영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삼성전자는 특히 사회 부문과 지배구조 부문에서 각각 2위, 3위에 올랐다. 세부 항목별로는 ‘소액주주와 투자자 보호에 힘쓴다’(6.8%)에서 1위, ‘협력사 동반성장에 노력한다’(6.8%)와 ‘사회·지역 공헌 활동에 적극적이다’(6.7%)에서는 ㈜LG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삼성SDI(23위→10위), 삼성SDS(15위→12위) 등 삼성그룹 계열사의 약진이 도드라진다.

종합 4위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올랐다. 친환경 신사업의 대표주자인 리튬이온배터리(2차전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도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나란히 공동 3위에 올라 배터리 사업에 대한 높은 선호도를 보여줬다. LG에너지솔루션은 특히 환경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6개 세부 평가 항목 중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한다’, ‘에너지 절약에 노력한다’, ‘재생에너지 이용에 적극적이다’, ‘재활용에 적극적이다’, ‘유해물질 배출을 억제한다’ 등 5개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대표적 배터리 기업인 삼성SDI도 순위가 3계단 뛰며 강세를 보였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 분사 영향에도 종합 순위 9위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순위 엇갈린 네이버와 카카오

국내 대표 IT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6위와 8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네이버는 순위가 3계단 상승하고 카카오는 2계단 하락하며 두 기업의 순위가 바뀌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환경 부문보다 사회와 지배구조 부문 점수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사회 부문 세부 평가 항목 중 ‘조직 문화 혁신에 노력한다’는 네이버(6.9%)가 1위, 카카오(6.6%)가 2위를 차지했다. IT 기업 특유의 조직 문화 혁신 노력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결과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 기간 QR 체크인과 개인정보 인증 제도 등 발 빠른 대응으로 소비자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7위는 신세계로, 지난해보다 순위가 5계단 상승했다. 신세계는 사회 부문 중 ‘여성 인재 육성에 적극적이다’(4위), ‘사회·지역 공헌 활동에 적극적이다‘(4위), 지배구조 부문 중 ‘이사회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4위) 등의 항목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이마트는 지난해 16위에서 20위로 순위가 4계단 하락했다.

톱10 기업을 분석해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LG화학은 환경 부문의 높은 점수에 힘입어 상위권에 올랐다. 각 기업의 사회·지배구조 부문 순위는 함께 움직이는 동조현상을 보였지만, 세부 항목에서는 차이가 났다. 유연하고 세련된 기업 문화를 보여주는 IT 기업이 사회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유통기업은 여성 인재 육성에서 주목받았다. 사회·지배구조 부문은 전반적으로 소비자에게 친숙한 유통·IT 기업의 순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는 이번 조사에서 11위를 차지했다. SK그룹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순위다.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부문에서 고르게 좋은 점수를 받았는데, 특히 환경 부문 점수가 좀 더 높았다. SK그룹 계열사 중 SK에코플랜트는 순위가 9계단(24위→15위) 상승한 반면, SK이노베이션(3위→14위)과 SK텔레콤(14위→18위), SK하이닉스(8위→20위)는 하락했다. SK그룹은 지난해 ESG 경영을 선도하며 주목받았지만 최근 LG, 삼성 등 다른 기업이 ESG 경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13위에는 포스코가 랭크됐다. 지난해보다 순위가 3계단 하락했지만, 포스코의 탄소중립 및 탄소감축 활동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삼성전기(16위), 삼성엔지니어링(17위), 삼성중공업(19위)이 톱20에 이름을 올렸다.

금융그룹 중 1위는 삼성

올해 순위를 지난해와 비교하면 LG전자, 삼성전자, LG생활건강, 카카오, 네이버, 신세계, LG화학 등이 톱10 자리를 지키며 국내 대표 ESG 기업의 명성을 이어갔다.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가 톱10 진입에 성공했으며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 포스코는 20위권으로 밀려났다.

금융사 순위만 따로 살펴보면 삼성그룹이 주요 금융그룹 중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삼성증권은 순위가 46계단(91위→45위) 뛰며 금융사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삼성증권에 이어 KB국민은행(56위), NH농협은행(57위), 신한금융투자(63위), 신한은행(68위) 순이었다. 금융그룹별로는 삼성에 이어 KB금융, 신한금융, NH농협금융이 차례로 강세를 보였다. 금융사의 경우 전반적으로 환경 부문 점수는 낮지만 사회와 지배구조 부문 점수가 높았다.

올해 조사에서 순위가 두 자릿수 이상 뛰어오른 기업은 16위 삼성전기(▲20), 19위 삼성중공업(▲32), 23위 아모레퍼시픽(▲42), 25위 포스코건설(▲49), 28위 한국전력(▲17), 39위 한국가스공사(▲21), 45위 삼성증권(▲46), 62위 현대건설(▲22) 등이다. 순위 상승폭이 가장 큰 곳은 최근 ESG 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포스코건설이다. 이어 증권사 최초 ESG연구소를 설립한 삼성증권과 여성 친화 기업으로 꼽히는 아모레퍼시픽의 순위가 급상승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