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정말 사기인가? ESG가 작동하기 위한 3가지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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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가 이론을 넘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복잡한 조건이 동시에 만족되어야 한다. ESG를 작동 시키는 근본적인 원동력은 돈과 정보다. 경제주체 사이의 돈과 정보의 흐름을 따라 ESG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조건을 알아본다
[한경ESG] 정책 인사이트
“ESG는 사기다(ESG is a scam).”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테슬라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ESG 지수에서 제외된 것에 대한 분풀이라며 그의 발언을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있지만, 일론 머스크가 던진 현재의 ESG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 자체는 분명 뒤집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ESG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비단 일론 머스크 한 명에 그치지 않는다. ESG 투자와 관련한 진정한 내부자라고 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전 지속가능투자 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타리크 팬시도 ‘USA 투데이’ 기고문을 통해 ESG를 ‘위험한 속임수(dangerous placebo)’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독일 도이치방크 소속 자산운용사 DWS는 ESG 운용자산 규모를 허위로 밝힌 혐의로 독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으며,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사임하기도 했다.
ESG는 정말 사기일까? 아니면 환경과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돈도 벌 수 있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일까? 논리적으로만 보면, ESG는 경제 주체 모두가 재무적 수익을 얻음과 동시에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현재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주장하는 ESG 투자나 ESG 경영은 기존 활동에 포장만 ESG로 바꾼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아무리 이론이 좋다 해도 실제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목적 달성을 기대할 수 없다.
ESG가 이론을 넘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복잡한 조건이 동시에 만족되어야 한다. 현재 ESG가 직면한 진짜 문제는 ‘ESG가 이론적으로 성립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ESG라는 이론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기반을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빨리 갖출 수 있느냐다.
ESG를 작동하는 근본 원동력은 돈과 정보다. 경제 주체 사이의 돈과 정보의 흐름을 따라 ESG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조건을 알아보자.
조건 1: ‘ESG 잘하는 기업이 돈을 더 잘 버는 시스템’ 갖추기
ESG를 잘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차이가 없다면, 투자자도 기업도 ESG를 고려할 필요가 없어진다. 돈 버는 방법 중 하나는 ‘많이 팔고, 적게 쓰는 것’이다. ESG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높은 가격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사회·경제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개인 소비자(B2C)의 ESG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야 할 뿐 아니라 기업 간 구매(B2B) 및 정부의 조달(B2G)에도 ESG가 반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ESG 기업의 비용 지출도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낮아져야 한다. 누군가의 활동으로 인해, 다른 누군가가 뜻하지 않은 피해나 이익을 얻는 것을 외부효과(externality)라고 한다. ESG 기업의 상대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외부효과를 내재화(internalization)할 수 있는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탄소가격제도다. 탄소배출을 통해 사회에 미친 부정적 영향에 상응하는 탄소가격이 도입되어야 한다. 탄소배출을 적게 한 기업의 상대적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는 사회·경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ESG 기업이 돈을 잘 버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실제 ESG를 잘하고 있지 않더라도 잘하는 것처럼 보이고자 하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누가 진짜 ESG를 잘하는 기업인지 소비자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나 제품의 ESG 관련 정보가 일반 소비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전달되어야 한다. 제품에 대한 정보를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로고 형태로 만든 것을 라벨링(labelling)이라고 하는데, ESG 관련 라벨링 제도가 확산되어야 한다. 그리고 ESG를 활용한 기업의 허위, 과대 광고 또는 홍보에 대한 제재 조치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소비자의 판단을 통해 진짜 ESG 잘하는 기업으로 돈이 흘러갈 수 있어야 한다.
조건 2: ‘금융기관이 진짜 ESG 잘하는 기업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갖추기
금융기관이 ESG를 고려하는 목적은 앞으로 돈을 더 잘 벌 기업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전 세계에는 무수히 많은 기업이 존재하지만, 그 가운데 자발적으로 ESG 정보를 공개하는 기업은 극소수다. 그마저 과장, 누락, 왜곡 등으로 신뢰성이 높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금융기관이 모든 투자 대상 기업의 ESG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정보의 신뢰성과 비교 가능성도 높아야 한다. 금융기관이 가장 많이 활용하고, 신뢰성이나 비교 가능성이 높은 연차재무 보고서 즉 사업 보고서를 통한 ESG 정보 공시 의무화가 필요하다.
투자자가 수백, 수천에 이르는 투자 대상 기업의 ESG 정보를 하나하나 검토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투자기관은 평가기관이 분석·가공한 기업 ESG 정보를 구매해 사용한다. ESG 평가기관과 평가상품 수가 늘어야 하고, 평가의 품질과 신뢰성도 확보되어야 한다. 금융감독기관은 투자자들이 각각의 투자 목적과 성향에 맞는 상품(지수)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ESG 평가상품(지수)이 시장에 공급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동시에, 평가의 기본 품질과 투명성을 유지하고, 평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 상충을 방지할 수 있는 감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조건 3: ‘금융기관이 진짜 ESG 투자를 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갖추기
많은 금융기관이 ESG를 표방하지만, 아직 내부 시스템은 ESG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ESG는 기본적으로 장기주의에 기반하지만, 여전히 대부분 금융기관의 내부 성과평가는 단기수익률 중심이다. 금융기관 구성원의 조직적 또는 개인적 차원의 ‘그린워싱’ 유혹을 낮추기 위해서는 ESG에 적합한 성과평가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그리고 ESG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 공시도 의무화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산운용사 영업이익의 대부분은 펀드운용을 통한 수수료 수익이다. 최근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ESG펀드에 대한 수요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ESG펀드는 투자 과정에서 기업의 재무 정보와 더불어 ESG 정보를 함께 반영해야 하므로, 운용 수수료가 다른 펀드보다 높다. 해외에서는 실제 ESG요소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으면서 ‘ESG 펀드’로 포장하는 ‘그린워싱’ 사례가 늘고 있다. 금융 소비자가 자신이 맡긴 돈이 원래 의도대로 투자되고 있는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ESG는 정말 사기인가? 이론적으로 ESG가 사기는 아니지만, 현재 시스템으로는 돈벌이를 위해 ESG를 ‘더 예쁜 포장지’로 악용하는 행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만약 모든 제도가 갖춰지고 기업과 금융기관이 책임을 다하면 ESG는 원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ESG를 작동하는 근본적 힘은 돈이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돈은 개인에서 출발한다. 기업과 금융기관은 ESG 세계에서 ‘독립변수’가 아닌 ‘종속변수’에 불과하다. 어떤 기업이 만든 제품을 살지, 어떻게 만들어진 제품을 살지, 그리고 어떤 기업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을 구매할지 등 돈과 관련한 ‘개인’의 무수히 많은 의사결정이 모여 기업과 금융의 변화를 만드는 것이 ESG다.
ESG 세계에서 ‘기업’과 ‘금융기관’은 변화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ESG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기업과 금융기관의 ESG 활동은 다시 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하고, 개인 삶의 질을 높인다. 개인의 변화가 없으면 ESG는 사상누각이다. ESG는 기업의 책임과 동시에 개인의 책임이 함께해야 완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수석연구원
ESG는 정말 사기일까? 아니면 환경과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돈도 벌 수 있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일까? 논리적으로만 보면, ESG는 경제 주체 모두가 재무적 수익을 얻음과 동시에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현재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주장하는 ESG 투자나 ESG 경영은 기존 활동에 포장만 ESG로 바꾼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아무리 이론이 좋다 해도 실제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목적 달성을 기대할 수 없다.
ESG가 이론을 넘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복잡한 조건이 동시에 만족되어야 한다. 현재 ESG가 직면한 진짜 문제는 ‘ESG가 이론적으로 성립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ESG라는 이론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기반을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빨리 갖출 수 있느냐다.
ESG를 작동하는 근본 원동력은 돈과 정보다. 경제 주체 사이의 돈과 정보의 흐름을 따라 ESG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조건을 알아보자.
조건 1: ‘ESG 잘하는 기업이 돈을 더 잘 버는 시스템’ 갖추기
ESG를 잘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차이가 없다면, 투자자도 기업도 ESG를 고려할 필요가 없어진다. 돈 버는 방법 중 하나는 ‘많이 팔고, 적게 쓰는 것’이다. ESG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높은 가격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사회·경제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개인 소비자(B2C)의 ESG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야 할 뿐 아니라 기업 간 구매(B2B) 및 정부의 조달(B2G)에도 ESG가 반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ESG 기업의 비용 지출도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낮아져야 한다. 누군가의 활동으로 인해, 다른 누군가가 뜻하지 않은 피해나 이익을 얻는 것을 외부효과(externality)라고 한다. ESG 기업의 상대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외부효과를 내재화(internalization)할 수 있는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탄소가격제도다. 탄소배출을 통해 사회에 미친 부정적 영향에 상응하는 탄소가격이 도입되어야 한다. 탄소배출을 적게 한 기업의 상대적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는 사회·경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ESG 기업이 돈을 잘 버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실제 ESG를 잘하고 있지 않더라도 잘하는 것처럼 보이고자 하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누가 진짜 ESG를 잘하는 기업인지 소비자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나 제품의 ESG 관련 정보가 일반 소비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전달되어야 한다. 제품에 대한 정보를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로고 형태로 만든 것을 라벨링(labelling)이라고 하는데, ESG 관련 라벨링 제도가 확산되어야 한다. 그리고 ESG를 활용한 기업의 허위, 과대 광고 또는 홍보에 대한 제재 조치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소비자의 판단을 통해 진짜 ESG 잘하는 기업으로 돈이 흘러갈 수 있어야 한다.
조건 2: ‘금융기관이 진짜 ESG 잘하는 기업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갖추기
금융기관이 ESG를 고려하는 목적은 앞으로 돈을 더 잘 벌 기업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전 세계에는 무수히 많은 기업이 존재하지만, 그 가운데 자발적으로 ESG 정보를 공개하는 기업은 극소수다. 그마저 과장, 누락, 왜곡 등으로 신뢰성이 높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금융기관이 모든 투자 대상 기업의 ESG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정보의 신뢰성과 비교 가능성도 높아야 한다. 금융기관이 가장 많이 활용하고, 신뢰성이나 비교 가능성이 높은 연차재무 보고서 즉 사업 보고서를 통한 ESG 정보 공시 의무화가 필요하다.
투자자가 수백, 수천에 이르는 투자 대상 기업의 ESG 정보를 하나하나 검토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투자기관은 평가기관이 분석·가공한 기업 ESG 정보를 구매해 사용한다. ESG 평가기관과 평가상품 수가 늘어야 하고, 평가의 품질과 신뢰성도 확보되어야 한다. 금융감독기관은 투자자들이 각각의 투자 목적과 성향에 맞는 상품(지수)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ESG 평가상품(지수)이 시장에 공급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동시에, 평가의 기본 품질과 투명성을 유지하고, 평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 상충을 방지할 수 있는 감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조건 3: ‘금융기관이 진짜 ESG 투자를 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갖추기
많은 금융기관이 ESG를 표방하지만, 아직 내부 시스템은 ESG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ESG는 기본적으로 장기주의에 기반하지만, 여전히 대부분 금융기관의 내부 성과평가는 단기수익률 중심이다. 금융기관 구성원의 조직적 또는 개인적 차원의 ‘그린워싱’ 유혹을 낮추기 위해서는 ESG에 적합한 성과평가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그리고 ESG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 공시도 의무화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산운용사 영업이익의 대부분은 펀드운용을 통한 수수료 수익이다. 최근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ESG펀드에 대한 수요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ESG펀드는 투자 과정에서 기업의 재무 정보와 더불어 ESG 정보를 함께 반영해야 하므로, 운용 수수료가 다른 펀드보다 높다. 해외에서는 실제 ESG요소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으면서 ‘ESG 펀드’로 포장하는 ‘그린워싱’ 사례가 늘고 있다. 금융 소비자가 자신이 맡긴 돈이 원래 의도대로 투자되고 있는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ESG는 정말 사기인가? 이론적으로 ESG가 사기는 아니지만, 현재 시스템으로는 돈벌이를 위해 ESG를 ‘더 예쁜 포장지’로 악용하는 행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만약 모든 제도가 갖춰지고 기업과 금융기관이 책임을 다하면 ESG는 원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ESG를 작동하는 근본적 힘은 돈이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돈은 개인에서 출발한다. 기업과 금융기관은 ESG 세계에서 ‘독립변수’가 아닌 ‘종속변수’에 불과하다. 어떤 기업이 만든 제품을 살지, 어떻게 만들어진 제품을 살지, 그리고 어떤 기업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을 구매할지 등 돈과 관련한 ‘개인’의 무수히 많은 의사결정이 모여 기업과 금융의 변화를 만드는 것이 ESG다.
ESG 세계에서 ‘기업’과 ‘금융기관’은 변화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ESG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기업과 금융기관의 ESG 활동은 다시 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하고, 개인 삶의 질을 높인다. 개인의 변화가 없으면 ESG는 사상누각이다. ESG는 기업의 책임과 동시에 개인의 책임이 함께해야 완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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