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전체 근로자의 1%도 안 되는 100여 명과 불법 파업을 벌여 100여 개의 사내 협력사와 1만1000여 명의 대다수 근로자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한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 대표는 “노조가 너무 강경 대응하는 바람에 오히려 일감을 놓치고 직원들의 처우도 열악해졌다”며 26일 이같이 푸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불법 파업으로 8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레미콘업계도 올해만 다섯 차례에 걸친 레미콘운송차주의 줄 파업과 화물연대 파업으로 수천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년간 노조의 잦은 파업으로 연평균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0조원, 일자리는 17만 개 감소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파업 등을 통한 노조의 영향력 강화가 총 실질 소비를 감소시키고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심화시키는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다.
10년간 2배 늘어난 파업에…GDP 年 10조 줄고 일자리 17만개 증발
26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중소기업 전문 연구기관 파이터치연구원의 ‘노동조합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노조조직률은 27.9% 증가하고 파업 발생 건수는 113.5% 늘어 전체적으로 노조 협상력이 71% 강화됐다. 실제 10년간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58만명에서 104만5000명으로 80.1% 증가했고 한국노총은 72만8000명에서 102만7000명으로 41%증가했다. 민노총의 경우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71만2000명에서 2018년 97만800명으로 35.9% 급증했다. 연간 노동쟁의 발생건수도 2010년 86건에서 2019년 141건으로 증가했다.

이를 통해 지난 10년간 일자리는 연평균 1.0%(17만 개), 실질 GDP 0.7%(10조원), 총 실질 소비 1.6%(15조원), 총 실질 투자는 0.7%(2조원) 감소한 것으로 연구원은 분석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노조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파업을 일으키면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돼야 할 임금에 노조 프리미엄이 붙는다. 이는 비정상적인 임금 상승과 기업의 비용 절감에 따른 노동 수요 감소, 자본 수요 감소, 생산 감소, 투자 및 소비 감소로 이어졌다. 연구원은 10년간 환율, 유가, 글로벌 경기, 공급망 등 외부 변수가 일정하다는 가정 아래 노조의 협상력 증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의 모형을 적용해 분석했다.

노조의 파업은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도 키웠다. 노조 협상력 강화로 대기업 근로자 1인당 임금은 10년간 21.9% 증가했지만 중소기업 임금은 10.9% 감소해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1.6배에서 2.1배로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이 상승함에도 일자리가 줄면서 가계 총노동 소득은 감소했고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더욱 확대됐다”며 “노조의 잦은 파업과 과도한 임금 인상이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한국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노조가 무분별한 파업을 일으키기 쉬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사업장 내 쟁의행위(노조법 42조)를 전면 금지하고, 현재 금지하고 있는 쟁의행위 기간에 대체근로(노조법 43조)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 영국, 독일은 사업장 내 쟁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고 미국, 영국, 독일, 일본은 쟁의 기간에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회사가 있어야 노동자의 권리도 보호될 수 있는데, 한국은 노조의 지나친 요구로 회사가 어렵게 돼 노동자의 권리가 보호되지 못한 사례가 많다”며 “노조의 강성 투쟁 때문에 노동 경직성이 너무 높아져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석 한국뉴욕주립대 경영학과 석좌교수(전 한국경제연구원장)는 이 연구에 대해 “노조의 영향력 강화가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 많았으나 과학적으로 정량화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