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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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거액의 자금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은행을 거쳐 해외로 송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상 해외송금 거래 규모는 당초 알려진 2조5000억원보다 많은 4조1000억원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27일 우리은행, 신한은행을 상대로 현재까지 파악한 이상 외화송금 거래 규모가 총 4조1000억원(33억7000만달러)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당초 우리은행, 신한은행이 금감원에 보고한 금액인 2조5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거액의 해외송금에 관련된 업체 수도 앞서 보고된 8개 업체에서 22개 업체로 늘어났다. 금감원은 지난달 23일 우리은행, 30일 신한은행을 상대로 현장 검사를 벌였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금감원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로부터 이체된 자금이 국내 무역법인의 대표이사 등 다수의 개인 및 법인을 거쳐 해당 무역법인 계좌로 집금된 뒤 수입대금 지급 등의 명목으로 해외법인에 송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송금 대상 해외법인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닌 일반 법인들로 파악됐다. 특히 법인의 대표가 같거나 사촌 관계이고, 한 사람이 여러 법인의 임원을 겸임하는 등 특수관계인으로 보이는 경우도 확인됐다.

계좌 간 자금흐름 측면에서도 특수관계인으로 보이는 업체들이 기간을 달리해 송금하는 등 서로 연관된 거래들이 파악됐다. 일부 거래에서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로부터 흘러 들어오는 자금과 일반적인 상거래를 통해 들어온 자금이 섞여서 해외로 송금되는 사례도 발견됐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에서 2021년 5월 3일부터 올해 6월 9일까지 5개 지점에서 총 1조6000억원(13억1000만달러) 규모의 이상 외화송금이 취급됐다. 신한은행에서는 2021년 2월 23일부터 올해 7월 4일까지 11개 지점에서 총 2조5000억원(20억6000만달러) 규모의 이상 외화송금이 취급됐다. 이 가운데 3개 업체의 경우 송금 자금에 정상적인 상거래 자금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검사 및 은행 자체 점검 결과 등을 토대로 이상 외화송금 업체가 추가로 확인되는 경우, 관련 내용을 검찰 및 관세청에 통보해 수사에 참고토록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일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우리은행, 신한은행 사례와 유사한 거래가 있는지를 자체 점검하고 그 결과를 이달 말까지 제출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

점검 대상 거래는 △신설·영세업체의 대규모 송금거래 △가상자산 관련 송금거래 △특정 영업점을 통한 집중적 송금거래 등이다. 주요 점검 대상 거래 규모는 현재 검사 중인 거래를 포함해 44개 업체 총 53억7000만달러 수준이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이상 외화송금 업체 추가 확인 시 관련 내용을 검찰 및 관세청에 통보하는 것을 비롯해 은행 자체 점검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추가 검사 등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검사 결과 외환 업무 취급 및 자금 세탁 방지 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은행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등을 기초로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중 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