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 13연패,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이 한마디가 '위기의 사자군단' 깨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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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DNA' 다시 심나
구단 역사상 최다 연패에 충격
라이온즈 성적 놓고 임원에 토로
2016년 제일기획에 지분 이관 뒤
최강 야구단 무색…성적 뚝·뚝
"李 관심 속 삼성 왕조 재건 관심"
구단 역사상 최다 연패에 충격
라이온즈 성적 놓고 임원에 토로
2016년 제일기획에 지분 이관 뒤
최강 야구단 무색…성적 뚝·뚝
"李 관심 속 삼성 왕조 재건 관심"
“우승까지 바라진 않지만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3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은 최근 삼성의 한 고위 임원에게 삼성라이온즈와 관련해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미등기 임원인 데다 취업제한 때문에 그동안 공식적인 자리에선 라이온즈의 성적을 언급한 적이 없다. 하지만 사석에선 올 시즌 성적을 두고 안타까운 심정을 종종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이례적으로 솔직하게 심정을 토로한 것은 야구단 성적이 그만큼 부진하기 때문이다. 6월 29일 KT위즈전부터 7월 23일 키움히어로즈전까지 13경기 연속 패했다. 창단 이후 최다 연패였다. 삼성 안팎에서는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야구단 소속이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뀌면서 예전만큼 지원을 못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라이온즈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시리즈 4연패를 할 정도로 최강 구단이었다. 2015년에도 2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2016년부터 성적이 급격히 떨어졌다. 2016년부터 2년 연속 9위에 머물렀고 2019년과 2020년에는 8위에 그쳤다. 지난해 3위에 오르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듯했지만 올 시즌 들어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 계열사들이 삼성라이온즈 지분을 제일기획에 넘긴 순간부터 성적에 대한 기대는 접었어야 했다고 입을 모은다. 2015년까지만 해도 야구단 지분 대부분은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 계열사가 갖고 있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스포츠 마케팅 강화와 운영 효율성 제고를 명분으로 삼성 계열사들이 보유한 스포츠 구단 지분을 모두 제일기획에 넘겼다. 제일기획은 2016년 1월 삼성라이온즈 지분 67.5%를 확보했다.
스포츠계와 재계에서는 그때부터 그룹 내 스포츠 구단 운영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수익성 문제가 컸다. 사실상 계열사들의 광고에 의지하면서 재정적인 독립을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삼성 구단들이 야구, 배구 등 전 종목에서 1등을 휩쓸면서 ‘삼성이 다 해 먹는다’는 일부 질시 어린 시선을 부담스러워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라이온즈 팬과 삼성 임직원들은 이후 쓰린 속을 달래야 했다. 소속이 제일기획으로 바뀐 뒤 자유계약(FA) 시장에서 베테랑 선수들을 다른 팀에 뺏기는 일이 잦아졌다. 팀의 간판타자였던 박석민과 최형우가 2016년과 2017년 각각 NC다이노스, 기아타이거즈로 옮긴 게 대표적이다. 실제 삼성라이온즈의 선수단 운영비는 2015년 423억5000만원에서 급격히 줄기 시작해 2020년 237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반짝 늘긴 했지만 279억원에 그쳤다. 한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잘하는 선수를 영입하지 않고, 있는 선수마저 놓치는데 성적이 잘 나오길 바라는 건 무리”라고 잘라 말했다.
이 부회장의 사촌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행보도 삼성을 자극하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SK와이번스를 인수해 SSG랜더스를 창단했다. 정 부회장은 개인 SNS 계정 등을 통해 랜더스를 적극 홍보하는 한편 추신수와 같은 거물급 선수를 과감하게 영입했다. 2일 현재 95경기를 치른 SSG랜더스는 64승3무28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임직원과 라이온즈 팬들의 사기 진작에 최근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삼성그룹의 지원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3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은 최근 삼성의 한 고위 임원에게 삼성라이온즈와 관련해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미등기 임원인 데다 취업제한 때문에 그동안 공식적인 자리에선 라이온즈의 성적을 언급한 적이 없다. 하지만 사석에선 올 시즌 성적을 두고 안타까운 심정을 종종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이례적으로 솔직하게 심정을 토로한 것은 야구단 성적이 그만큼 부진하기 때문이다. 6월 29일 KT위즈전부터 7월 23일 키움히어로즈전까지 13경기 연속 패했다. 창단 이후 최다 연패였다. 삼성 안팎에서는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야구단 소속이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뀌면서 예전만큼 지원을 못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016년 이후 내리막길
허삼영 삼성라이온즈 감독은 지난 1일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라이온즈 팬뿐 아니라 삼성 임직원들도 최근 성적과 시즌 도중 감독 교체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삼성라이온즈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시리즈 4연패를 할 정도로 최강 구단이었다. 2015년에도 2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2016년부터 성적이 급격히 떨어졌다. 2016년부터 2년 연속 9위에 머물렀고 2019년과 2020년에는 8위에 그쳤다. 지난해 3위에 오르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듯했지만 올 시즌 들어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 계열사들이 삼성라이온즈 지분을 제일기획에 넘긴 순간부터 성적에 대한 기대는 접었어야 했다고 입을 모은다. 2015년까지만 해도 야구단 지분 대부분은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 계열사가 갖고 있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스포츠 마케팅 강화와 운영 효율성 제고를 명분으로 삼성 계열사들이 보유한 스포츠 구단 지분을 모두 제일기획에 넘겼다. 제일기획은 2016년 1월 삼성라이온즈 지분 67.5%를 확보했다.
스포츠계와 재계에서는 그때부터 그룹 내 스포츠 구단 운영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수익성 문제가 컸다. 사실상 계열사들의 광고에 의지하면서 재정적인 독립을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삼성 구단들이 야구, 배구 등 전 종목에서 1등을 휩쓸면서 ‘삼성이 다 해 먹는다’는 일부 질시 어린 시선을 부담스러워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라이온즈 팬과 삼성 임직원들은 이후 쓰린 속을 달래야 했다. 소속이 제일기획으로 바뀐 뒤 자유계약(FA) 시장에서 베테랑 선수들을 다른 팀에 뺏기는 일이 잦아졌다. 팀의 간판타자였던 박석민과 최형우가 2016년과 2017년 각각 NC다이노스, 기아타이거즈로 옮긴 게 대표적이다. 실제 삼성라이온즈의 선수단 운영비는 2015년 423억5000만원에서 급격히 줄기 시작해 2020년 237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반짝 늘긴 했지만 279억원에 그쳤다. 한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잘하는 선수를 영입하지 않고, 있는 선수마저 놓치는데 성적이 잘 나오길 바라는 건 무리”라고 잘라 말했다.
○야구단 향해 달라지는 시선
하지만 최근 들어 야구단을 향한 삼성 내부 시선이 달라진 것이 감지된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고위 경영진의 라이온즈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국정농단 사태와 이 부회장 구속 등으로 위축된 삼성 직원들의 사기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삼성 내부에서 나온다. 순위 추락에 허탈해하는 팬들의 마음을 달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이 부회장의 사촌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행보도 삼성을 자극하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SK와이번스를 인수해 SSG랜더스를 창단했다. 정 부회장은 개인 SNS 계정 등을 통해 랜더스를 적극 홍보하는 한편 추신수와 같은 거물급 선수를 과감하게 영입했다. 2일 현재 95경기를 치른 SSG랜더스는 64승3무28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임직원과 라이온즈 팬들의 사기 진작에 최근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삼성그룹의 지원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